1월 5주차 기훗기훗

설 연휴에 잘 쉬고 계신가요? 마침 설날에 전해드리는 편지라 기쁩니다.
살아지구는 한국에서 기후, 생태 이야기가 활발해지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여러 기후, 생태 이야기 중에서도 살아지구는 앞으로 바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바다 이야기 중 빠질 수 없는 게 상어입니다. 사실 한국 바다에도 상어가 많이 살고 있습니다. 상어는 무서운 생물로만 여겨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휴에 보면 좋을 영상 하나 추천 드립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 상어 보전을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한 단체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요. 인도네시아에서 표범상어(Leopard Shark의 단순 번역. 국내 정식 명칭은 없음)를 '재야생화(Rewilding)'하려는 움직임을 다룬 영상입니다. 재야생화는 어떤 종이나 공간을 자연 상태로 돌아가도록 하는 일입니다. 인간 영향을 받기 전처럼 말이죠. Reshark Project의 영상은 동남아시아 전반의 소식을 다루는 싱가포르의 언론 CNA에서 제작했습니다. 상어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생태면적률' 무시하는 산업단지
= 문화일보 1월 25일
개발사업은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을 동반합니다. '개발'이라는 말 자체가 그 전에는 쓰이지 않던 땅을 사람이 쓰도록 바꾸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쓰지 않는다는 건 야생생물들이 살아간다는 의미이므로, 그 곳을 사람이 쓰게 되면 야생생물들이 살던 곳은 없어지죠.
그래서 대형 개발사업을 할 때 '생태면적률'을 고려하도록 법이 강제하고 있습니다. 개발을 하더라도 그 땅의 일부는 야생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죠.
문화일보는 탄소중립전략연구원과 한국물순환협회가 내놓은 ‘환경영향평가 협의사업장 생태면적률 이행실태 조사 및 제도개선방안 마련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대형 개발사업에서 생태면적률을 무시한 산업단지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2023년 10월 기준 공사가 끝났거나, 환경부와의 협의를 마친 산업단지 8곳 중 생태면적률을 달성한 곳이 2곳밖에 없었다고 문화일보가 전했습니다.
익명으로 등장한 한 업계 관계자가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단지는 조성 허가를 내주는 정부·지자체나 입주하게 되는 기업 모두 경제성을 많이 따지게 되는데 ‘자본 이득’ 앞에 생태면적률 목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문화일보에 말했다고 합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살아지구는 과연 생태면적률을 지킨 업체들이라고 해도, 여기서 말하는 생태면적이 정말 '생태'가 살아 있는 공간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물론 취재로 밝힐 부분이겠죠.
해당 기사에서는 제목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점검도 처벌도 없는'이라고 했습니다. 살펴보면 '점검도 처벌도 없는' 기후나 생태 관련 규제가 참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로에너지 빌딩 인증, 비오톱 설치 등이 있죠. 특정한 규제를 어겼을때 어떤 처벌을 내리고, 점검을 얼마나 세밀하게 하는가는 중요합니다. 그 규제를 한 이유와 엄중함이, 처벌과 점검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 작은 새 한 마리의 개척에 환호하는 이유
= 몽가베이 1월 24일
넓적부리도요라는 새가 있습니다. 날개를 쭉 펴도 10cm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몸으로 러시아, 한반도, 동남아시아 북쪽을 넘나드는 철새입니다. 최근 넓적부리도요 K9이 새로운 유형의 서식지를 개척했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기존에 알려졌던 넓적부리도요가 사는 곳과 달리 새로운 곳에 둥지를 지었다는 겁니다.

러시아, 중국, 방글라데시, 태국 등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모여 넓적부리도요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모임 '넓적부리도요TF(SBS TF)'는 몇몇 넓적부리도요 다리에 꼬리표를 달거나 등 쪽에 위치추적기를 설치해 이들의 생애를 파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K9은 K9이라는 꼬리표를 단 넓적부리도요를 의미합니다.
TF에 참여 중인 스콧 헤커라는 연구자는 "K9는 과학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평소 살던 곳이 아니라 둥지를 짓는 새로운 유형으로 계곡을 선택했다"고 몽가베이에 전했습니다. 이어 "북한과 같이 이들의 전체 여정에 중요한 북한과 같은 곳의 주요 서식지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환호하는 이유는 넓적부리도요가 지구에 800마리 정도 남은 멸종 직전의 종이기 때문입니다. 한 마리 한 마리의 생존이 중요한 상황에서 새로운 유형의 삶을 개척한 넓적부리도요에게 환호를 보내는 거죠. 또 연구자가 북한을 언급한 이유는 한반도의 서해가 넓적부리도요에게 이동 중 들르는 아주 중요한 장소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은 넓적부리도요의 멸종위기에 책임이 큰 나라입니다. 원래 '넓적부리도요에게 정말 중요한 장소는 한국의 서해였습니다. 러시아에서 동남아시아 북부로 이동하는 도중 들러서 에너지를 채우는 '중간기착지'죠. 특히 갯벌처럼 물이 조금 있는 곳에서 먹이를 즐겨 먹는데, 새만금 개발 등으로 서해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가 됐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조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넓적부리도요를 보기 위해 섬까지 찾아가곤 하죠.
넓적부리도요는 작고 넓적한 부리로 갯벌에서 주로 먹이를 먹는데요, 이들의 소중함을 글로 전해드리고 싶지만 뉴스레터 지면의 한계로 유튜브 한 편을 추천드립니다. 유튜버 '새덕후'의 영상입니다.
❇️ 상존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공항을 지을 것인가
= 연합뉴스 1월 25일
철새가 많이 사는 전북 바다 평야에 짓는 새만금 신공항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비슷한 주장을 해 왔지만,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조류충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은 "새만금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수백 배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근거는 국토교통부가 2021년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분석했던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에 비해 610배 높다고 분석했다는 보고서의 내용입니다.
반면 전북특별자치도는 "전국 공항 중 3번째로 안전하다"고 반론을 펴고 있습니다. 이들의 근거는 국토교통부의 분석이 공항이 없는 상태의 새만금 신공항 부지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조류충돌은 결국 공항에서 '상존하는 위협'입니다. 공항을 짓기 좋은 공간은 새들도 좋아하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조류충돌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은 새가 살지 못하도록 생태계를 완전히 말살한 상태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어떤 공간의 생태를 완전히 죽이면서 공항을 새로 지을 필요가 있는가? 하고요.
❇️ 석탄발전소의 정의로운 전환 없다면 태안군이 맞이할 결과
= 한겨레 1월 22일
충남 태안군에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10기 있습니다. 석탄발전은 온실가스가 다른 발전 방식에 비해 굉장히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한국은 2036년까지 태안군의 석탄발전소 10기 중 6기를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가 나아가는 것을 '전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환'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특정 산업이 붕괴하는 고통을 수반합니다. 이 고통을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게 '정의로운 전환'인데요. 한겨레의 분석에 따르면 2036년 태안군에서 석탄발전소 6기가 없어지면 지역 인구 1만 2000명 정도가 태안군을 떠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인구가 많지 않은 군 단위 지역에서는 큰 경제적 영향을 불러올 수 있죠.
한빛나라 기후사회연구소장은 한겨레를 통해 한빛나라 기후사회연구소장은 한겨레에 “석탄발전 노동자의 재취업·창업 지원 같은 일차원적 정책에만 메달릴 게 아니라,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교통, 산업 인프라 전반에 투자하고 그에 맞는 노동자 양성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게 숙련 노동자 유출과 지역 소멸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온실가스 배출 정보 공개하라" 미 워싱턴주가 고소 당하다
= 워싱턴정책센터 1월 22일
미국 워싱턴주에서 활동하는 민간 싱크탱크 워싱턴정책센터가 워싱턴주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워싱턴주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싱크탱크 측의 주장을 요약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워싱턴주 법률에 따르면 주 행정부는 입법부(주 의회)에 매년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하는 시간을 고려해 2025년에는 2023년까지의 온실가스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워싱턴주는 2021년까지만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공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법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는 건 핑계다. 워싱턴 행정부는 기후 프로젝트에 수억 달러를 쓰고 있는데 실패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를 하지 않으면서 그 실패가 숨겨져 있다. 이들이 법률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보고하는 것을 강제하기 위해 생태부와 상무부에 대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기훗기훗 한마디
정보의 투명성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한 기초입니다.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과정이 잘 이뤄졌는지 감시하는 언론과 시민을 위해 투명한 정보는 필수적입니다. 한국의 경우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 보고 시기는 지켜지고 있지만,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자주 듣습니다.
한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반으로 앞으로 어떤 부문에서 얼마나 줄일지 정부가 결정한 것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됩니다. 예를 들어 산업 부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과 비교해 11.4% 줄이기로 했는데요. 전체적으로 40%를 줄이기로 한 것에 비해 산업계는 널널한 편이라는 거죠. 그러나 정부는 정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왜 산업계의 목소리를 더 중요하게 여겼는지 그 의사결정 과정은 잘 밝히지 않습니다.
❇️ 뜨거워진 바다와 붉은바다거북의 이동
= 스탠포드대 1월 23일
바다를 누비는 붉은바다거북이 활동하는 장소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스탠포드대의 연구결과인데요. 게, 따개비, 해파리 같은 바닷속 생물이 시원한 바다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이들을 먹어야 하는 붉은바다거북도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쪽으로 서식지가 이동 중인 속도도 굉장히 빠른데요. 연구진이 1997년부터 2024년까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붉은바다거북이 주로 먹이를 찾는 장소가 매년 200km씩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당장은 붉은바다거북이 변하는 바다에 적응하고 있지만,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닙니다. 붉은바다거북이 이동한 새로운 장소에는 이미 다른 해양생물들이 살고 있었고, 이들이 어떻게 이동할지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어업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바다거북 삶에 치명적인 그물 걸림, 선박 충돌 등에 취약해집니다.
❇️해류 붕괴에 대한 상반된 연구 "AMOC 붕괴 징후 아직"
= 워싱턴포스트 1월 27일
지난주 기훗기훗의 3번째 소식 ❇️2024년, 가장 많이 보도된 '기후 논문'을 통해 AMOC(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라고 불리는 바다의 흐름이 붕괴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습니다. AMOC가 느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 기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연구가 지난해 가장 많이 인용됐다는 내용을 소개했죠.
그런데 새로운 연구가 AMOC는 지난 60년 동안 느려지는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들 연구진도 AMOC의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여러 방식으로 바다의 흐름을 재현해봤지만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그렇다고 해서 AMOC가 완전하게 안정적이고, 변화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들의 연구처럼 AMOC가 생각보다 안정적이라면 시간이 좀 더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는 거죠.
사설 : 연극 속 기후 회담, 현실의 기후 회담
= 더가디언 1월 25일
더가디언의 과학 전문 기자, 로빈 맥키가 최근 영국에서 교토 기후회담을 배경으로 공연하는 연극 '교토'에 대해 쓴 사설이 눈에 띕니다. 오랜 시절 동안 과학 전문 기자로 활동해 온 맥키는 연극 속 교토 기후회담과, 현실의 기후회담의 괴리에 대해 얘기합니다. 사설 속 문장을 일부 번역해 옮깁니다.
- 연극은 교토 기후회담을 세상을 구한 승리, 그러니까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강제하고, 기후위기의 재앙에 맞서 인류를 단합시켰다고 말합니다. 이 주장대로면 희망의 등대라는 거죠. 그러나 슬프게도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 처음에는 미국이 조약 비준을 거부했고, 캐나다와 일본은 추후 조약에서 탈퇴했으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해 2012년 기준 1997년보다 44% 늘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토'는 희망의 등대라기보단 공허 속에서 깜빡거리는 작은 촛불(tea-light)입니다.
- 뒤를 돌아보지 않는 온실가스 배출량 상승의 후과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보고서 '전 지구의 상환 능력 : 자연에서 우리의 잔돈 찾기"라는 보고서가 강조합니다. 이 보고서는 연구소와 시설에서 근무하는 계리사들과 엑서터대 연구진이 만들었죠. 보고서는 전 세계 경제가 "기후위기가 이끌어낼 리스크에 대해 즉각적인 정책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2070년과 2090년 사이에 GDP 50% 손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더하자면 이런 말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미 식량 시스템 충격, 물부족, 열 스트레스, 감염성 질환에 영향을 받고 있다. 손을 쓰지 않는다면 대거 사망하고 강제이주 당하는 사람이 빈번해지고, 경제적으로 심각하게 쪼들리고(Contraction) 더 자주 충돌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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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