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웠던 2024년 한국 바다에서 일어난 일
지난해 한국 바다는 고수온 현상을 겪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2024년 한국 바다가 관측한 이래 가장 뜨거웠다고 밝혔다. 과학원 측은 과학조사선 관측을 통해 2024년 한국 바다의 연평균 표층수온이 18.74℃로 최근 57년간(1968~2024) 관측한 수온 중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표층수온은 바다 표면에 가까운 바닷물 온도를 의미하며, 수온 관측에 쓰인다.

매년 제주도 바다에 잠수해 해양 생태계를 조사하는 해양시민과센터 <파란>의 신주희 활동가는 지난해 여름 뜨거워진 바다에서 생태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느꼈다. 뜨겁다는 건 수사적 표현이 아닌 실제로 물이 뜨거웠다는 의미다.
“무서웠어요. 바다의 변화가 한순간에 급격하게 나타나고, 이전에는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이 보여서 가장 무서웠던 한 해라고 기억합니다. 2023년 3월부터 시작해서 전 세계 바다 평균 수온이 매일 최고점을 갱신하는 게 2024년 6월까지 이어졌어요. 그런데 제주에서도 있는 일이구나 체감하게 된 거죠.”
지난해 한국 바다는 고수온 현상을 겪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2024년 한국 바다가 관측한 이래 가장 뜨거웠다고 밝혔다. 과학원 측은 과학조사선 관측을 통해 2024년 한국 바다의 연평균 표층수온이 18.74℃로 최근 57년간(1968~2024) 관측한 수온 중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표층수온은 바다 표면에 가까운 바닷물 온도를 의미하며, 수온 관측에 쓰인다.
이는 직전 해인 2023년에 기록했던 최고기록 18.09℃를 깬 수치다. 한국 바다 수온은 그전부터 증가 추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는 유독 평균 수온이 높았다.
지난해 뜨거웠던 바다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제주도 남쪽 연산호 폐사 현상이다. 연산호는 조직이 부드러운 산호를 부르는 말이다. 제주도는 한국 바다 중에서 가장 수온이 높은 데다, 대마난류의 영향으로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대마난류는 적도 부근에서 출발한 따듯한 바닷물이 동남아시아를 거쳐 제주도와 동해로 유입되는 물길이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지난해 8월 산호에 발생한 이상 현상을 관찰해 보고했다. 당시 서귀포 바다는 평균 수온 30℃를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2℃ 높고, 2021년과 비교하면 4.1℃ 상승한 수치다. 해양학자들은 바다 수온이 1℃ 올라갈 경우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이 육지에서 10℃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파란 측은 지난해 8월 제주도 서귀포시 섶섬, 문섬, 범섬, 송악산 인근 바닷속에서 연산호를 조사했다. 조사 기록에 따르면 연산호는 마치 녹아내리는 것처럼 아래로 늘어지다가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가루처럼 부서지는 현상을 보였다. 파란이 12월에 확인한 결과, 그때 늘어진 연산호들은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경산호에 속하는 빛단풍돌산호가 범섬 인근 바다에서 하얗게 변한 현상도 관찰했다. 경산호는 물렁한 몸을 가진 연산호와 달리 단단한 형태로 자라는 산호들을 말한다. 이처럼 산호가 하얗게 변하다가 죽는 것을 ‘백화현상’이라고 부른다.

빛단풍돌산호는 사실 너무 뜨거워진 동남아시아 바다를 피해 제주도에서 살게 된 종이다. 신주희 활동가는 “제주도에 늘어나던 빛단풍돌산호가 백화현상이 보이는 것 같아 2023년부터는 계속 살펴봐야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갑작스런 고수온 현상에 돌산호가 모여 사는 범섬 앞 산호에에 거의 90% 이상이 백화현상이 일어났다”며 “정말 큰일났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 중 아주 일부는 회복 중이라고 설명했다.
뜨거운 바다는 해양 생태계 뿐 아니라 어업 활동에도 피해를 입혔다. 28도 이상으로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정해진 구역을 벗어날 수 없는 양식 물고기, 멍게 등이 대량으로 죽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고수온으로 인해 죽은 양식 어류는 5308만 마리, 멍게는 4446줄이다. 피해액으로는 405억 7000만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고수온에 의한 양식 피해는 매년 고질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직전 해인 2023년에는 438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어업 활동은 크게 특정 구역에서 수산물을 기르는 양식과 바다로 나가 수산물을 잡아오는 어획으로 나뉜다. 양쪽 모두 고수온에 의해 피해를 입지만 어획은 양식과 비교해 덜 직접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2024년 9월 발간한 ‘2024 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는 우리가 먹는 어떤 물고기가 어디서 많이 분포하는지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확인한다. 다만 이 조사는 어류를 자원으로 보는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생태계 측면의 변화를 분명히 확인하기는 어렵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대중성 어종인 살오징어, 고등어, 멸치의 어획량은 감소하거나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대중성 어종이란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물고기들을 의미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따듯한 물에 살아 주변 바다에서는 잘 나지 않던 난류성 어종 방어류, 전갱이류, 삼치류 어획량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제주 바다에서는 동남아시아 같은 아열대 바다에서 주로 살던 물고기들이 많아지고 있다. 호박돔, 아홉동가리 등이 대표적이다. 과학원 측은 이런 현상이 수온 상승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어업 측면에서만 보면 수익을 내는 대상의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생태계 보호 측면에서는 악영향이다. 안중배 부산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명예교수는 지난해 6월 기상청 정책지에 기고한 글에서 “해양기후변화는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산호와 같이 수온과 해양산성화에 민감한 해양생물들은 이러한 변화들에 더욱 취약하다”고 말했다.
살아지구 기자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