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주차 기훗기훗

1월 4주차 기훗기훗

살아지구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취재를 이어가고 있지만 큰 수확은 없는 1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좋은 기사로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실망할 때도 있지만 마음을 다잡는 중입니다. 특히 기훗기훗만큼은 빠짐없이 전달드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주 기훗기훗도 재밌다면 주변에도 한 번 권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럼프 재집권, 미국의 기후 정책

= BBC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집권을 시작했습니다. 서구권 언론은 트럼프 취임식을 앞두고, 또 취임식 직후 트럼프의 기후 정책에 대한 소식들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BBC는 트럼프 집권 직후 행동 하나하나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20일, 트럼프는 취임 직후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파리기후협약 탈퇴
먼저 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1.5도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고 국제사회가 약속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습니다. 트럼프는 저번 재임기간에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으나, 전임인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협약에 다시 가입했죠. 트럼프는 재집권을 하자마자 이 협약을 탈퇴했습니다.

다시 화석연료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미국은 에너지가 부족하고, 화석연료를 더 많이 찾아나서 파내겠다는 선언입니다. 같은 취지로 미국 영토인 알래스카에서도 천연가스, 석유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습니다.

그린뉴딜은 이제 없다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을 육성하면서 경제 지표도 좋게 만든다는 정책이 그린뉴딜입니다. 바이든 전임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인프라법이라고도 불리는 기반시설투자 및 일자리법(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을 통해 그린뉴딜을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뉴딜에 배정된 미국 정부 기금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의무적으로 전기자동차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전임 정부 방침과, 풍력발전 에 미국 국토를 임대한다는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우간다 농부들이 코끼리와 공존하는 법

= 몽가베이 1월 13일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 우간다는 코끼리, 사자 등 많은 야생동물의 집입니다. 특히 퀸엘리자베스 국립공원은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그러나 야생동물은 지역 사람들에게 골칫거리기도 합니다. 코끼리가 농작물을 망치거나 사람을 해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곳 농민들은 코끼리를 증오하게 되는 일까지 벌어지죠.

우간다에서는 이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전기 울타리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잔인한 처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코끼리는 전기울타리의 전류에 죽지 않기 때문에 다시 접근하기를 꺼리게 하는 용도입니다. 오히려 농민과 코끼리 사이 거리를 유지해 사이를 좋게 만드는 방법으로 전기 울타리를 쓰는 셈입니다.

이외에도 우간다 야생동물 관리 당국은 코끼리가 벌을 싫어한다는 특성을 이용해 양봉을 장려하는 등의 방법도 쓰고 있습니다. 이런 보호 정책 덕에 1989년 약 400마리까지 줄었던 코끼리는 현재 5000마리에 가까운 수로 회복됐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국립공원의 사자도 갈등 요소입니다. 가축을 잡아 먹는 사자에게 분노해 사자를 독살한 일도 있었죠. 이런 갈등은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마을의 원주민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로 촉발된 면도 있습니다. 소를 방목하는 원주민에게 사자는 재산 피해를 입히는 요소인 것이죠.

우간다 당국은 이런 피해에 보상금을 지급하긴 하지만, 재정 부족 등 때문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본인들을 국립공원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깊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에서는 주로 멧돼지, 산양과 인간 사이 갈등이 있습니다. 지리산에서 복원돼 살아가고 있는 반달가슴곰에 대한 우려도 있죠.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갈등과 사람의 불만을 최소화하는 게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방법인 셈입니다.


❇️2024년, 가장 많이 보도된 '기후 논문'

= 카본브리프 1월 15일

카본브리프가 2024년 기후 관련 연구 논문 중 가장 많이 보도된 사례 10위를 선정했습니다.

1위는 AMOC라고 불리는 대서양 바다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위트레흐트해양대기연구소가 학술지 Sicence Advances에 게재한 논문이 차지했습니다.

바다는 아무렇게나 흐르지 않고 해류라는 특정한 길이 있어서 지구를 순환합니다. AMOC는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이라고 번역되는데요. AMOC는 대서양에서 뱅글뱅글 도는 해류로 적도 쪽의 따듯한 물이 남미 서부와 북미 서부, 유럽 동부를 거쳐 북극해까지 가고 북극에서 차가워진 물이 다시 적도로 이동하는 물길입니다.

사진 Carbon Brief

해당 논문은 AMOC가 붕괴되는 과정에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붕괴라는 건 해류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육지 기온, 강수량, 북극 해빙 등에 여러 변화를 만들어내고 인류가 피해를 입을 상황을 만든다는 건데요. 이 연구는 해수면 온도에 기반한 다른 연구와 달리 물리학을 기반으로 해 정밀도가 높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또 이전부터 '정말 AMOC 붕괴가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나왔는데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게 논문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AMOC가 붕괴했을 때 장기적으로는 북극의 얼음을 빨리 녹여 대서양 해수면이 1m 상승하고, 아마존 우기와 건기가 바뀌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전 세계 기온이 불규칙해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해당 기사에는 기후변화에 의한 경제적 피해가 어떠가 나타날지, 지구가열화가 지구 자전을 변화시켜 시간을 표기하는 방법도 재조정을 해야 한다는 논문 등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환경 정책 바른 말 하던 국립생태원, 4대강 인사 원장으로

= 경향신문 1월 21일

환경부의 산하 기관인 국립생태원 원장으로 4대강 인사로 평가받는 이창석 서울여대 생명환경공학과 교수가 임명됐다는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입니다.

이창석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당시 정당성을 강변하던 사람이라는 게 경향신문의 평가인데요.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도 이창석 교수를 4대강 사업 A급 찬동 인사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환경부가 특정 사업의 환경적 정당성을 평가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승인할 때, 국립생태원은 검토 의견을 제출하는 기관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그간 환경 문제로 논란이 됐던 여러 사업에서 국립생태원은 그래도 '바른 말'로 부를 수 있는 검토의견을 내놓던 기관입니다. 환경부가 이런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자체 결론을 내린 경우가 있었죠.

국립생태원은 자연을 보전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집단입니다. 4대강 사업은 자연을 보전한다는 측면에서는 폐해로 볼 수 있다고 평가가 끝난 상태에서, 4대강 사업에 적극적으로 논리를 제공했던 교수가 '생태원' 원장이라는 자리에 걸맞느냐는 환경단체의 지적은 정당해 보입니다.


❇️북극 지역 3분의1, 이제는 탄소 배출원

= 우드웰기후연구센터 1월 21일

수천 년 동안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했던 북극 육지 중 3분의1이 이제는 탄소 배출원이라는 연구결과입니다 북극에는 '영구동토층'이라고 불리는 지역이 있습니다. 영구동토층 지역 일부가 기온이 높아진 것이 변화의 원인인데요.

북극 땅에는 습지와 숲으로 구성된 '타이가', '툰드라', '얼음지대' 3가지 구역이 있는데요 . 타이가에는 추운 지역에서도 살 수 있는 큰 나무들과 물이 고인 습지가 있고, 툰드라는 큰 나무는 없고 작은 관목과 수풀로 구성되며, 얼음지대는 식물 없이 눈으로 덮여 있습니다. 영구동토층은 툰드라 전체와 일부 산림지대를 포함하며, 땅이 완전히 얼어 있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사진 Greg Fiske / Woodwell Climate Research Center

북극 지역은 수천 년 동안 탄소를 저장하는 '탄소흡수원'으로 분류됐습니다. 영구동토층은 계속 얼어 있어 탄소가 공기 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습니다. 영구동토층이 탄소를 그대로 갖고 있는 상태에서 식물이 탄소를 흡수하므로, 득실을 따져 보면 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더 많았다는 거죠.

그러나 우드웰기후연구센터가 이번에 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체인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 득실 관계가 바뀌었습니다. 북극 지역의 34%가 이제 흡수하는 탄소보다, 배출하는 탄소 양이 많다는 게 핵심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자연은 탄소를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공기 중에 있는 적당량의 이산화탄소가 지구가 적당한 기온을 유지하게 했죠. 사실 북극 지역 외에도 열대우림 등 기존의 여러 자연적 탄소흡수원이 탄소배출원으로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개간 등 인위적인 원인 때문이죠. 자연을 그대로 지키는 건 가장 좋은 탄소흡수원을 확보하는 길임은 분명합니다.


❇️'해상풍력발전이 고래를 죽였다'는 트럼프에 대한 반론

= 샬롯옵저버 1월 17일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해상풍력은 위험하다"며 "고래를 미치게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저지주 바다에서 2023년부터 고래가 죽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자기 임기 동안 신규 해상풍력발전기 설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고래 전문가들은 고래가 해상풍력발전 때문에 죽는다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해양보호 비영리단체 OceanCare는 유럽에도 해상풍력발전기가 미국에 비해 훨씬 많지만 고래 죽음을 일으킨 사례가 없다고 했습니다. 애틀랜틱대학교 해양포유류 연구팀 Allied Whale의 책임자도 "고래 죽음과 풍력발전기를 연결시킬 증거가 없다"고 단언했죠.

🐤기훗기훗 한마디
정치가 과학을 압도하는 경우, 잘못된 말이 정책을 바꾸는 사례가 많습니다. 물론 생태에 대한 우려는 제기돼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과학과 조사가 필요한 일이 단지 정치가 호도하는 경우가 세상에는 너무 많이 일어납니다.

한국에서는 태양광발전 확장을 부정하기 위해 잘못된 정보를 동원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화학물질이 발생해 국토를 오염시킨다는 등의 내용으로 태양광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대표적이죠. 태양광 발전이 전부 좋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통한 정확한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건 상식입니다.


❇️산불, 이산화탄소 집중을 가속하다

= 더가디언 1월 17일

2024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급격히 늘렸습니다. 하와이에 위치한 마우나로아 관측소는 지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정보를 가장 오랫동안 측정해 왔습니다. 2024년 최대 427ppm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화석연료가 사용되기 전 280ppm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산불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더 빠르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됩니다. 2024년 이산화탄소 농도 최고치는 전년에 비해 3.6ppm 늘었는데, 이는 영국 기상청이 예측한 2.8ppm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그 원인은 산불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입니다.


❇️프랑스 농촌에서 유기농 식품 보급을 실험하다

= 르포르테르 1월 9일

프랑스 남부 보클뤼즈 지역 카드네 마을에서 모든 사람이 지역에서 생산한 좋은 품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방안이 실험되고 있습니다. 지역 농가가 유지되고 유기농으로 생산된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을 해주는 겁니다.

이 제도는 마치 의료보험처럼 마을 주민이 지역 생산자가 만든 고품질의 식품을 사면 환급을 해주는 형식입니다. 62세의 이 마을 주민 애니는 " 가격이 비싸서 이런 시장에 와본 적이 없었다"며 "지역 생산자를 돕는 건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고 말했습니다.

유기농에 가까울수록 환급 비율도 높아지고,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도 먹을 사람이 선택합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실험 중인 지역먹거리공동체 Clac의 직원 에릭 고티에는 "우리는 식품에 대한 사회적 접근 방식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즉, 식품 생산이 더 이상 빚을 지고 있는 개인의 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지역 식품 회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시스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은 환경에 악영향을 덜 미치면서 생산돼 자연에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생산할 때 드는 많은 비용으로 인해 '부자들의 먹거리'로 취급되기도 하죠. 비록 프랑스의 이 실험에서도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큽니다.

'모두에게 유기농을'이라는 말은 사람에게만 좋은 게 아니겠죠. 농업에 의해서 발생하는 여러 환경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돈이지만 다함께 좋은 미래를 상상하는 한 실현할 가능성도 생기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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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