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주차 기훗기훗

4월 1주차 기훗기훗

민주주의의 회복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주말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살아지구 임병선 기자는 내란 이후 민주주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주는 언론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지구가 마이크를 댈 사람들은 누구인지도 함께 고민을 했습니다.

살아지구가 추구하는 가치는 생물다양성, 기후위기 대응, 생태위기 대응입니다. 누군가를 취재하려고 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도 이게 진짜 기후위기 대응 혹은 생태위기 대응인가입니다. '진짜'라는 기준이 자의적이지 않게 최대한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파악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오래 걸리지만 마이크를 잘못 주었을 때 생기는 문제가 더 크다는 생각입니다.


▶️환경영향평가 없이 강바닥 파헤치는 준설

= 살아지구 3월 24일

살아지구가 발행한 기사입니다. 대전광역시는 지난해부터 3대 하천에 대해 강바닥을 파는 준설을 하고 있는데요.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진행 중입니다. 멸종위기종 복원지인 유등천과 환경영향평가가 적용되지 않은 이유를 보도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 없이 강바닥 파헤치는 준설
대전광역시가 지난해 12월부터 대대적인 하천공사를 벌였다. 대전광역시는 대전시 3대 하천인 대전천, 갑천, 유등천 주변을 홍수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목적으로 하천공사를 시작했다. 공사의 주 내용은 강 바닥에 있는 흙과 자갈 등을 퍼내 깊숙하게 만드는 준설이다. 준설은 강에서 물이 흐르는 공간을 넓히기 때문에 모래나 흙이 자주 쌓이는 일부 구간에서는 홍수 피해 예방에 단기적인 효과가

❇️ 최악의 산불, 자연 복원과 인공 복구 사이에서

= 경향신문 3월 31일

최근 한국을 덮친 산불 이후 숲 복원 방법에 대해 두 가지 방안이 거론 중입니다.

이영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규모가 막대한 만큼 황폐해진 산불피해지가 산림의 형태를 갖추는 데에는 최소 30~40년 이상, 생태적 안정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최소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매체에 말했습니다.

방법은 두 가지인데요. 자연 복원과 인공 복구 방법입니다. 자연 복원은 이미 숲이 사라진 곳을 그대로 놔두면 흙 속에서 살아남은 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고 다시 숲을 이루는 겁니다. 인공 복구는 다른 곳에서 자란 묘목을 산불 피해 지역에 심는 건데요. 산림청은 인공 복구를 기본값으로 둡니다.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은 자연복원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그는 “벌목하는 방식의 조림복원을 한다면 100년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지만, 자연복원으로 관리한다면 100년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며 “최근 2023년 발생한 강릉·동해 산불 현장을 둘러보니, 참나무가 4m60㎝까지 자라는 등 어떤 방식으로 복원하느냐에 따라 복원 시기는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곤충 사라짐은 분명, 99%는 몰라

= 영국생태수문학센터 4월 4일

곤충은 생태계의 중요 일원으로 인간과 야생동물, 식물에게 수분, 식량, 유기물 처리 등을 맡고 습니다.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곤충의 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데, 문제는 99%는 어떤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영국생태수문학센터와 ZSL 등 연구진이 최근 학술지 사이언스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전 세계 멸종위기종을 관리하는 국제기관 IUCN은 각 종의 멸종위기 등급을 평가한 '적색목록'을 운영하는데요. 적색목록에 있는 곤충은 1만 2100종입니다. 반면 이미 발견된 곤충 종만 해도 100만 종 정도입니다. 곤충의 멸종위기 현황은 유럽과 북미 일부 지역에서 나비, 벌, 잠자리 정도만 그나마 평가가 이뤄졌습니다. 아시아, 남미 일부에서는 거의 없고, 아프리카는 전무 수준입니다.

영국생태수문학센터의 롭 쿡 박사는 "곤충 감소가 널리 퍼져 있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야 한다"며 "그러나 이 거대한 퍼즐에 서 빠진 수천 개의 조각을 모아야 하지만 그 격차를 메꾸고 행동에 나서기까지 수십 년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연구가 매우 부족하긴 하지만 모든 연구가 끝나길 기다렸다 대처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즉 지금 있는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죠.


❇️ 엘니뇨의 습격

= 더컨버세이션 4월 6일

동태평양이 따듯한 상태를 유지하는 엘니뇨와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는 라니냐는 전 세계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입니다. 최근 들어 뜨거운 엘니뇨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엘니뇨가 지속됐던 '트리플 딥' 사건이 대표적인데요. 스웨덴, 프랑스, 영국, 인도 등 다국적 연구진이 발표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난 7000년 동안 엘니뇨가 꾸준히 증가해왔고, 지금 가장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구 기후가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뜻이죠.

연구진은 온실가스가 이런 현상을 가속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기와 해양에 열이 갇히면서 엘니뇨가 더 강력해진다는 거죠. 연구진 중 한 명인 루정야오는 지금 바로 행동해야 될 때라고 주장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가장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과학자들이 행동을 해야 한다고 할 때는 정말 해야 할 때입니다.


❇️ 전기차 배터리가 다시 태어나는 곳

= BBC 4월 5일

BBC가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연구실을 취재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재활용하기가 까다롭지만, 그 안에 든 자원들은 매우 희귀합니다. 환경 파괴를 대가로 생산되는 자원들이기도 하죠. IEA에 따르면 2023년에 팔린 자동차 5대 중 1대가 전기차였는데요.

Altilium이라는 영국 업체는 전기차 전지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전기차 전지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구조 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인데요. 계속 변하는 재료의 배합도 어려움을 더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수명을 다하는 전기차 전지가 곧 쏟아져 나올 상황에서 재활용 기술은 필수적입니다. 2024년 IE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활용 기술이 활성화하면 최대 40%의 채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양식 연어 먹기 위해 4000만년 진화를 앗을 가치가 있는가

= 더가디언 4월 6일

호주 태즈메이니아 지역은 해양 생태계가 우수하게 남은 곳으로 유명합니다. 태즈메이니아 지역에서는 연어 양식이 이뤄지는데, 이 연어 양식이 모게안 가오리라는 바다생물을 멸종위기에 처하게 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게안가오리가 멸종할 운명인데요. 더가디언은 양식 연어를 먹는 게 4000만년 동안 진화해 온 모게안 가오리를 지키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인지를 묻습니다.


❇️ 가벼운 웹이 지구를 살린다

= 르포르테르 4월 2일

인터넷 세상은 점점 화려해지고 있습니다. 높은 화질, 화려한 그림 등으로 도배가 돼 가고 있죠. 디지털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은 전 세계에서 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르포르테르는 대안으로 '로우테크'를 제안합니다. 로우테크는 기술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낭비를 막자는 건데요. 예를 들어 로우테크랩 웹사이트는 가벼운 용량의 사진과 단순한 그래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런 정신은 '시장은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개념에서 기초합니다. 컴퓨터 판매 회사는 항상 그 전 제품보다 강력한 기계를 추구하고, 그런 기계가 필요하려면 디지털 세상은 더욱 복잡해져야 합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이런 정신은 기후위기, 생태위기 시대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꼭 웹이 아니더라도 조금의 편리함을 위해 에너지를 더 쓰는 방식으로 살고 있죠. 유선 청소기를 전력 효율이 나쁜 무선 청소기로 바꾸는 등의 일 말입니다.


❇️ 숲은 크는데, 생물다양성은 빠져 있다

= 르포르테르 4월 2일

기후위기, 생태위기 대응 방안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숲 복원'입니다. 탄소를 흡수하고, 생물의 서식지인 숲을 늘리자는 거죠. 상파울루대 연구진은 최근 논문을 통해 숲을 복원하면서 생물다양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숲 복원'을 나무 심기라는 말과 동일한 단어로 취급합니다. 나무를 심으면 숲이 복원되고 생물이 넘쳐나는 곳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탄소 흡수력'을 높인다면서 특정한 나무를 골라 심거나, 외래종을 심으면 생물다양성은 늘어나지 못하는 거죠.

연구진은 생물다양성을 무시하는 상황을 걱정합니다. 숲이 스스로 자라나는 '자연 재생'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 요인 때문에 나무를 심는 방법이 선택을 받는다고 말하죠.

🐤기훗기훗 한마디
연구진이 말하는 '자연 재생'은 한국 산불 복원에서 논의되는 자연 복원과 같은 개념입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나무를 심어 '나무 농장'을 만들 것이냐 자연스럽게 자란 나무들과 곤충, 미생물, 야생동물이 살아 있는 '숲'을 만들 것인가의 선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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