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판 나라 4편] 미래를 위한 해상풍력

전남 영광군 낙월면 앞바다에서 ‘낙월해상풍력’ 사업이 진행 중이다. 완공되면 국내 6번째 해상풍력발전소가 된다. 용량은 364.8MW로 역대 최대 규모다.  

낙월해상풍력 사업에는 해외 기업도 참여하는데, 그동안 한국 측 사업자는 중국 국영기업 CEEC가 맡은 역할을 '자문'이라고 언론에 설명해 왔다. 지난 4월 독립언론 <살아지구> 취재진과의 만남에서도, <살아지구>가 보낸 질의서에도 같은 내용의 답변을 보내왔다.  

그러나 <살아지구>가 공익 제보로 확보한 이 사업의 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단순 자문이 아닌 다른 역할이 적혀 있다. 계약서상 중국 국영기업 CEEC는 조언에 머무르는 자문역이 아니라, 공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그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EPC사’였다. EPC란 발전소를 짓는 설계(Engineering)·조달(Procurement)·시공(Construction)의 전 과정을 한 계약으로 묶어 맡기는 방식이고, 이 계약을 맡는 회사를 EPC사라 부른다. 중국 국영기업 CEEC가 낙월해상풍력 사업의 주요 참여자라는 뜻이다. 낙월해상풍력의 경우 CEEC를 포함해 두 회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EPC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중국 국영기업이 해상풍력사업에서 EPC라는 중요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그저 ‘자문’만 해왔다고 주장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 핵심은 기업의 국적이 아닌 투명성이다.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해외 자본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그 선택의 전제는 '누가 이 사업을 하는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투명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에너지 분야의 특성상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떠받치는 구조인 데다, 우리나라가 스스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은 한국보다 해상풍력 경험도, 자본도 앞선다. 따라서 해상풍력 사업에 있어 중국 기업의 진출에 대해 무분별한 혐오나 배척은 한국 사회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적어도 누가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 사업을 통해 누가 이익을 챙겨가는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것, 그것이 <살아지구>가 이 사안을 보도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게다가 낙월해상풍력 발전소는 국민의 전기 요금으로 뒷받침하는 ‘고정가격계약’ 구조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고정가격계약’은 정부가 특정 재생에너지 발전소 프로젝트를 선정해 일정한 가격으로 향후 20년간 해당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구매하는 제도를 말한다. 낙월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는 보통 전기보다 비싼 값이 매겨진다. 해상풍력발전소를 짓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공급해 적자를 쌓는 와중에도 이 제도를 운영하는 건, 깨끗한 전기를 늘리고 국내 풍력 산업을 키우자는 취지다. 

이렇게 그 비싼 값을 함께 치르는 국민은, 누가 사업의 뒤편에 있고 수익이 어디로 흐르는지 ‘알권리’가 있다. 지금처럼 실제 사업 주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에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향한 시선마저 부정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것이다. 

낙월해상풍력 시공 현장

<살아지구>가 연속 보도하고 있는 '바람을 판 나라' 시리즈(링크)는 해외 기업이 한국 해상풍력 사업에 들어온 구조를 살펴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태국 기업 비그림과 중국 국영기업 CEEC가 있다. 두 회사는 새만금해상풍력에서 한국 진입을 시도했으나 표류 중이고, 지금은 낙월해상풍력 사업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살아지구>는 낙월의 EPC 계약서와 함께, 새만금해상풍력의 EPC 계약서·에이전시 계약서도 확보했다. 이 EPC 계약서는 설계·조달·시공을 모두 담고 있다.

계약서를 보면, 중국 국영기업 CEEC에 맡긴 역할은 사업자의 '자문' 설명과 사뭇 다르다. CEEC가 맡은 역할을 보여주는 건 공사를 시작하기 위한 필수 조건 'CEEC 한국영업소가 건설 자금을 확보할 것(The funding for construction of the Project has been secured by CEEC Korea)'이라는 계약서 문구다.

또 계약서에는 이들에게 '금융 관리' 역할도 부여했다. 발주처가 은행을 통해 상업운전 18개월 뒤 결제되는 외상 증서를 열어 두면, CEEC는 공사 도중 필요한 돈을 그 증서를 바탕으로 끌어 오도록 했다. 그 과정에 중국 공적 기관의 보험이 끼어 있었고, 통상 발주처가 내는 금융 수수료까지 EPC 컨소시엄이 부담하도록 정해놨다.

사정이 이런데도 낙월해상풍력 사업자 측은 이런 역할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사업자 측은 자금 관리 역할에 대해 “중간 확인 역할을 할 뿐 자본 조달 책임이 없다”고 답했다. 또 "EPC 계약서 등을 관계기관에 모두 제출했고 숨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낙월해상풍력 사업에서 누가 무슨 역할을 하는가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는 크게 세 역할 중 하나를 맡는다. 전기사업 허가를 받아 전력을 파는 SPC(특수목적법인), 발전소를 짓는 EPC(설계·조달·시공)사,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는 은행인 대주단이 그것이다. 

낙월해상풍력 사업의 SPC는 낙월블루하트(NBH)다. 태국 기업 비그림이 49%의 지분, 한국 기업 명운산업개발이 51%의 지분을 가진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최근 공시를 보면, 낙월블루하트에 실제로 돈을 투입하는 건 ‘비그림’이다. 명운산업개발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해상풍력발전소의 주변 지역 주민들로부터 동의를 받는 주민 수용성 확보, 국가 전력망에 정상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

발전소를 짓는 EPC는 2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맡았다. 중국 국영기업의 한국 지점인 ‘CEEC 한국영업소’와 태국계 한국 기업 ‘호반블루에너지(이하 HBE)’다. HBE의 지배기업(블루엔지니어링) 대표는 한때 CEEC 한국영업소 대표가 맡은 바 있어, CEEC 한국영업소와 HBE가 독립된 별개의 법인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계약서를 보면, 낙월해상풍력의 대금은 발전소가 전력을 판매하기 시작하고 18개월 이후 지급된다. 대주단은 이때 SPC에 대출을 실행하고, SPC는 그 대출로 EPC 컨소시엄에게 대금을 정산한다고 돼 있다. 이후 SPC가 전력을 판매한 돈으로 대주단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는 구조다. 기존 보도에 따르면,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은 ‘스탠다드차타드’가 맡는 것이 유력하다.

계약서는 CEEC가 자금을 확보해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적었다 

<살아지구>가 사업자 측 설명과 EPC계약서 내용을 종합했을 때, 중국 국영기업 CEEC의 역할이 단순 자문이 아닌, ‘자금 확보’를 겸하는 EPC사임이 명확해 보였다.  

앞서 낙월해상풍력의 한국 측 사업자인 명운산업개발 정종영 사장은 <살아지구>와 지난 4월 만남에서 낙월해상풍력 사업의 구조를 "파이낸싱(금융)을 먼저 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EPC파이낸싱"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통상 SPC가 대출을 먼저 받아 건설을 하는 방식과 달리, EPC파이낸싱은 해상풍력과 같이 큰 사업에서 EPC사가 금융을 주선하는 것이다.

실제 낙월해상풍력 공사의 선행 조건 4개 중 1개가 ‘CEEC 한국영업소가 프로젝트의 건설 자금을 확보할 것(The funding for construction of the Project has been secured by CEEC Korea)’이다. 나머지 3개 조건은 ‘발주처(SPC)가 현금으로 지급하는 선급금’, ‘SPC 지분 구조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포함한 법적 요건 충족’, ‘공사에 방해되는 요소가 없이 현장을 인도할 것’이다.

그런데, 계약서를 보면 중국 국영기업 CEEC가 '금융 관리(Financial Management)'를 맡는다. 금융 관리 항목에는 금융 지원(Financial Support), 컨소시엄 참여자에게 지불 담당(Payment to each member)이 포함된다.  보험(Insurance for construction all risks and third party liability)도 CEEC가 맡는다.

‘금융 관련 수수료’도 모두 EPC 컨소시엄이 부담한다. 계약서는 은행에 내야 할 조달·건설 금융의 주선 수수료, 송금 수수료, 보증 관련 수수료, 신용장 관련 수수료를 열거하며, 이 비용들이 '발주처와 시공사 양측의 거래 은행에서 발생하더라도 모두 EPC 컨소시엄이 부담한다'고 돼 있다. 통상 신용장 개설 비용은 개설을 신청한 발주처가 부담하는데, 이 계약은 발주처 쪽 은행에서 생기는 비용까지 EPC 컨소시엄이 맡도록 한 것이다.

<살아지구>는 이 같은 취재를 바탕으로 반론 청취를 위해 지난 4월부터 낙월해상풍력의 한국 측 사업자인 명운산업개발 대리인과 연락을 취했다. 취재진은 명운 측에 ‘CEEC 한국영업소의 건설 자금 확보’ 조항에 대해 물었는데, 명운 측은 조항의 취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채 “비그림 한국 법인이 자본 조달을 하는 구조”라면서 “낙월블루하트는 비그림으로부터 대여금을 받아 선급금을 지급하고, 낙월블루하트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직접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달한다”고 답했다.

신용장을 포함한 모든 금융 관련 비용을 EPC 컨소시엄 측이 부담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도 명운 측은 “EPC파이낸싱 구조에서 발생하는 금융 비용에 대해서, 발주자와 계약사 사이 누가 부담할지 정하는 규정이다. CEEC에게 자금조달 책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명운 측이 주장하는 비그림이 자본을 대는 것과, CEEC가 건설 단계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건 다른 문제다. 비그림이 SPC 지분을 사기 위해 자본을 댔더라도, 시공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CEEC로 추정된다.

중국 국영 보험회사는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다

명운산업개발 측은 <살아지구>와 만나 CEEC의 자금 관련 역할을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미리 현금으로 제공하는 돈을 제외한 공사대금은 추후에 갚겠다는 약속인 ‘연지급 신용장(이하 신용장, Deferred L/C)’으로 지급된다. ‘발주처인 낙월블루하트가 은행을 통해 신용장을 개설하고, 비그림이 지급을 보증하면 이 신용장을 가지고 CEEC는 은행에서 돈을 받아 공사 진척도에 따라 각 시공 업체에 지급만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CEEC가 자금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살아지구> 질문에 대해서 명운 측 대리인은 "청구서, 상업송장, 한국 국적의 SPC 측 엔지니어의 확인서 3가지가 갖춰지면 기계적으로 돈이 나가야 하는 구조"라며 "CEEC에 지급을 거부할 권한은 없고, 이를 통제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자금 '조달'은 SPC인 낙월블루하트의 책임이고 CEEC는 '집행'만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업 자금의 확보와 조달에서 CEEC의 역할이 거의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명운 측 주장대로, 계약서에는 SPC(낙월블루하트 NBH)가 계약가를 지불하고, 신용장을 발급하는 주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건설공사에서 하도급업체가 어음을 미리 받고 은행에서 현금화하는 방식은 흔하다. 그런데 어음 구조와는 달리, 낙월해상풍력은 신용장이 상업운전 후 18개월 뒤에야 결제되는 구조다. 그때까지 공사를 지탱하는 자금을 누가 확보하느냐가 사업의 향방을 좌우한다. 

그런데 <살아지구>가 입수한 낙월해상풍력 사업 관련 계약서를 보면, 'CEEC 한국영업소의 건설자금 확보'가 공사 시작의 선행조건으로 명시돼 있는데, 현금을 확보할 땐 시노슈어(Sinosure,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의 보험이 결합돼 있다. 

실제로 2025년 11월, 스페인 은행 BBVA는 시노슈어(Sinosure,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의 보험을 통해 낙월해상풍력 사업에 22억 위안(한화 약 435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은행 BBVA는 자금 제공 방식을 ‘중국 위안화 기준 매출채권 매입 약정(Factoring)’이라고 명시했다. 시노슈어는 중국 자국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지원하는 국영 보험회사다.

낙월해상풍력 사업은 EPC 대금을 상업운전 후 18개월 이후에 갚는 외상 형태로 진행한다. SPC는 사업의 각 단계에 따라 ‘돈을 지급하겠다’는 의미의 신용장을 열어준다. 그러면 EPC사는 이 신용장을 통해 나중에 받을 돈인 ‘매출채권’을 갖게 된다. 그런데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하도급 업체에 줄 현금이 필요하기에 은행을 통해 수시로 현금화를 해야 한다. 은행은 원래 매출채권 규모보다 낮은 금액에 매입하면서 이익을 얻고 현금을 내준다.

EPC 컨소시엄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신용장을 현금화할 때, 은행은 해당 공사를 맡은 EPC사가 이 공사를 제대로 완료할 수 있을지 검토한다. 스페인 은행이 이런 거액을 내어줄 수 있었던 것은 발주처가 돈을 갚지 못해도 중국 국영 금융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겠다는 보험을 제공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BBVA는 자금을 제공 받은 업체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노슈어는 해당 발표에서 거래의 취지를 '중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이라고 밝혔고, 같은 발표에서 시노슈어의 부총재는 이 거래에 대해 “중국의 기술, 스페인의 금융, 태국 투자를 결합했다”고 했다. 따라서 이 자금 거래의 실질적 주체가 중국 기업임을 유추할 수 있다.  

낙월해상풍력 EPC 컨소시엄 일원인 HBE는 낙월해상풍력 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공동수급인 중 대표수급인’에게 양도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낙월해상풍력 EPC 컨소시엄은 HBE와 CEEC 한국영업소로 구성된 점과 매출채권 거래가 중국 위안화로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자금을 제공받은 업체는 CEEC로 추정되는 것이다. 

이렇듯 <살아지구>의 취재를 종합할 때, 중국 국영기업 CEEC가 낙월해상풍력사업에서 ‘자문’ 역할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낙월해상풍력 계약서는 자금 확보와 관리 역할 외에도 ‘조정 관리(Coordinating Management)’를 CEEC에게 배정하고, 면허 등이 필요한 시공 업무는 '컨소시엄 참여 기업'인 HBE에 할당했다. 일반적으로 건설 관련 계약에서 조정 관리란 일정과 공정 순서를 조율하고,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들 간 의사소통을 조정하는 역할을 말한다.

이에 대해 명운 측은 “조정 관리는 업무범위 총칙에 포함된 것으로, 구체적인 관리 의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기술적인 자문을 의미한다”며 “해당 자문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CEEC가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공사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반론했다.

앞서 새만금해상풍력 사업 계획에서 중국 국영기업 CEEC는 컨소시엄 구성을 시도하면서, 다른 컨소시엄 참여 기업을 '대리자(Agent)'로 내세웠다. 이 때 CEEC는 별도의 한국 법인(제타이앤디)과 에이전시 계약을 맺어 이 대리자가 정부의 인허가를 확보하도록 했다. 2021년 비그림과 한국 사업자 측 사이에서 진행된 새만금해상풍력 관련 법적 다툼에서 한국 재판부는 이 대리자를 'CEEC의 한국 지점'으로 판단했다. 

신생 법인 ‘HBE’ 홀로 시공 전체를 할 수 있나? 

낙월해상풍력에서 중국 국영기업 CEEC는 시공사 HBE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EPC 계약서에서 CEEC의 역할은 금융 관리와 프로젝트 관리, 조정 관리로 한정돼 있다. "CEEC 한국영업소는 자금 관리와 프로젝트 관리와 같은 업무만 수행한다(CEEC Korea shall perform only portions of the Works such as funds management and project management)"는 계약서 문구가 그것이다. 반면 시공 전체 항목은 HBE가 맡도록 했다. 

그런데, HBE는 이 사업의 본궤도에 오를 무렵인 고정가격계약을 맺기 4개월 전인 2023년 8월 신설된 법인이다. 2026년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어느 정도 규모의 공사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시공능력평가가 없다. HBE 혼자서 시공 전반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 명운산업개발 측은 HBE가 2023년 10월 정보통신공사업·토목건축공사업·전기공사업을 차례로 등록한 업체이며, 특허와 시공능력을 보유한 호반건설·대한전선 등 다수 국내 기업과 재하도급 계약을 맺고 이들이 이행보증 혹은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률이 80%를 돌파했고 연내 종합 준공이 목표"라며 "시공능력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CEEC가 공사를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명운 측 대리인은 HBE가 해상풍력사업 전체에 대한 책임준공을 확약하고 있다고 했다. 책임준공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맡은 공사를 끝까지 책임지고 완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막대한 규모의 책임준공을 고정가격계약 선정 4개월 전 설립된 법인이 떠안고 있다는 주장을 액면대로 믿기는 어렵다. 

더구나 HBE의 지배기업(블루엔지니어링) 대표를 CEEC 한국영업소 대표가 맡았던 바 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HBE의 지배기업이 계약서상 '자금 확보'와 '금융 관리'를 맡은 CEEC 측과 인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은 EPC의 실질적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을 남긴다.

[바람을 판 나라 3편] 치과의사의 에너지 기업
저탄소 에너지의 희망 해상풍력발전,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비싼’ 전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해상풍력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을 해상풍력의 비용을 점차 낮춰가는 과정으로 본다. 소위 ‘미래를 위한 투자’다. 정부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해상풍력 사업 중 유망한 것을 뽑아 원전 발전단가의 6배에 달하는 값을 20년

이에 대해 명운 측은 "(낙월해상풍력 시공에 하도급 형태로 참여하는) 호반건설, 대한전선 및 삼해는 관계법령에 따라 HBE(호반블루에너지)에 대하여 이행보증 또는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CEEC 한국영업소 대표가 HBE 지배기업 대표를 겸임했던 내역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비그림과 CEEC는 오래된 해외 사업 파트너였다

한국 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태국 기업인 비그림과 중국 국영기업 CEEC의 끈끈한 관계는 새만금해상풍력 EPC계약서에서부터 확인된다.

새만금해상풍력에서 CEEC와 한국 측 사업자가 작성한 EPC 계약의 조건 중 하나는 '비그림이 주주가 되지 않는 경우, 이 계약은 파기된다'는 것이다. 2019년 11월 작성된 추가 협약서는 "프로젝트의 주 계약자는 CEEC거나 혹은 비그림이 동의한 제휴사"라고 명시했다.

2021년 5월부터 진행된 새만금해상풍력 관련 법적 다툼을 보면, 두 기업의 관계가 더 명확해진다. 한국 측 기업이 CEEC의 역할을 EPC 중 '조달(P)'로 한정하고, 다른 한국 기업에 설계(E)와 시공(C)을 맡기려고 하자, 사업을 인수하려 한 비그림은 가처분 신청으로 제동을 걸었다. 같은해 8월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의 결정문에 따르면, 이때 비그림은 'CEEC가 자금 집행을 하는 등 이 사건 사업에 관하여 전권을 가지는 EPC 도급계약이 체결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CEEC는 증권 공시에서 자사를 설계 및 컨설팅과 시공, 제조에 더해 투자와 운영까지 하나로 통합한 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규정한다. CEEC는 2021년 국제업무를 총괄하는 자회사를 출범시키며, 12개 사업 영역을 '투건영(투자·건설·운영) 일체화' 모델을 강조했다. 

비그림과 CEEC는 다른 국가에서 에너지 사업 수행의 과정에서도 협력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CEEC는 2021년 11월 캄보디아 반테이 메안체이주 39MW 태양광 사업을 자사가 EPC 총도급(总承包建设)으로 건설했다고 발표했다. CEEC가 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주자에게 융자 협조"까지 제공했다고 했다.  

비그림이 발행한 2025년 공시를 보면, 위에 언급된 캄보디아 39MW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 대해 "이 자산은 캄보디아 전력공사(EDC)와의 20년 장기 전력판매계약(PPA)에 따라 운영되며, 계약 조건은 캄보디아 정부의 공식 보증으로 뒷받침된다. 운영 및 유지보수 감독은 중국 국영기업 CEEC와의 계약을 통해 관리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비그림이 운영하는 캄보디아 발전소의 건설은 CEEC가 EPC로 수행했고, 그 과정의 융자까지 CEEC가 협조했다. 건설 이후에도 운영 및 유지보수 감독을 CEEC에 맡겼다.

이에 대해 명운 측은 ”새만금과 낙월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업이며, 새만금은 EPC 계약이 최종 체결되지도 않아 CEEC가 전권을 보유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또 “CEEC가 터빈 제조업체가 아니고 하부구조물, 해저 케이블, 해상변전소 등의 설치공사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CEEC에게 유지·보수를 의뢰할 계획이 없다”고 <살아지구>에 밝혔다.

미래를 위한 해상풍력, EPC사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CEEC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금융을 제공하고, 자국 생산 핵심 기자재와 EPC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런 방식은 한국 입장에서도 비싼 해상풍력을 비교적 저렴하게 짓는 기회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해상풍력 기자재의 국내 가격 안정화나 사업성 확보를 위해 중국산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가 없다고 진단한다.

현재 한국의 전력 시장은 공공이 생산하거나 매입한 전기를 '제 값보다 낮게' 민간에 공급하는 상황이다. 공공의 적자가 쌓여가는 상황에서도 높은 비용의 해상풍력을 장려하는 이유는 지금의 투자를 통해 미래 어느 시점에는 낮은 비용으로 해상풍력의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해외 기업의 사업 구조를 받아들였을 때, 어떤 이점과 손실이 있을지 따지려면 무엇보다 투명성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중국 기업이 사업에 큰 역할을 맡고 있는데도 ‘자문’ 역할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투명성에 반한다.

조상민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해상풍력에 대해) 어떤 분들은 싸게 많이 늘리는 게 좋다는 측면에서 '중국이면 어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래도 국산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 즉 국내 공급망 육성을 해야 한다는 쪽도 있다"며 "해상풍력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결국 국민들한테 해상풍력이 본인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 국내 기업들의 육성"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다만 국내 기업이나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필요도 있다. 중국산, 유럽산이 들어올 때 한국산 기자재가 있어야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실 중국만 얘기하지만 미국계, 유럽계도 들어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국내로 수익이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을 개발하는 디벨로퍼 공기업이 필요하고, 개발한 사업을 발전사로 넘기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고정가격계약’은 운영 업체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20년 간 전기를 비싼 값에 매입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그 재원은 국민이 낸 ‘전기요금’이다. 전력 산업은 공적인 성격을 띠는 만큼, 고정가격계약 제도는 해상풍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관련 국내 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되도록 설계됐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막강한 금융 능력을 바탕으로 터빈과 해저케이블 등 자국산 핵심 기자재를 가지고 들어온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정가격계약에 선정되지 않으면 장래 수익을 보장할 수 없어 사실상 해상풍력 사업 추진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외국 기업의 참여를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지가 이 제도의 심사에 달린 셈이다. 

고정가격계약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은 낙월해상풍력 선정 당시 EPC사 명시 여부와 재무 구조 확인 여부를 묻는 <살아지구> 질의에 "특정 사업에 대한 정보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단 측은 "사업자는 EPC사의 수행능력과 안정성을 스스로 면밀히 검토하고 정부는 관련 규정과 평가기준에 따라 필요한 범위의 심사를 수행하지만, 개별 EPC사의 사후적 지분 변동은 민간의 경영상 사항으로서 현행 제도상 정부에 신고할 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바람을 판 나라 시리즈는 뉴스타파함께재단 KINN 탐사보도 취재비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