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판 나라 2편] 우회진출의 삼자동맹

저탄소 에너지의 희망 해상풍력발전,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비싼’ 전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해상풍력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을 해상풍력의 비용을 점차 낮춰가는 과정으로 본다. 소위 ‘미래를 위한 투자’다. 정부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해상풍력 사업 중 유망한 것을 뽑아 원전 발전단가의 6배에 달하는 값을 20년 동안 보장한다. ‘고정가격계약’ 제도다.
전기에 대한 대가는 사회 전체가 지불한다. 때문에 이 대가를 누가 가져가서 어디에 쓸지에 따라 해상풍력이 밝은 미래를 맞이할지, 단지 사회가 감당해야 할 폐기비용이 될 것인지가 결정된다. <살아지구>는 현재 민간사업자가 추진한 해상풍력 중 가장 먼저 상업운전에 돌입한 낙월해상풍력을 둘러싼 의혹들과 구조에 대해 탐사 취재했다.
취재 결과, 사회가 20년 간 부담할 전기요금이 흘러들어갈 구조의 끝에는 한국 서류로는 추적할 수 없는 태국의 페이퍼컴퍼니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구조에는 한국 에너지 인허가의 핵심을 쥐었던 전직 관료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돈이 이토록 불투명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미래 세대를 핑계로 미래를 판 것은 아닐까. <살아지구>가 이 구조를 취재한 이유다.
편집자 주
호반 없는 호반블루에너지
낙월해상풍력의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서에 적힌 이름은 '호반블루에너지'였다. 낙월블루하트는 2023년 11월 1일 이 회사와 EPC 계약을 체결했고, 한국 기업인 호반그룹이 EPC를 맡았다고 밝혀왔다. 한편 중국 에너지건설 기업 CEEC 산서원은 앞서 2024년 1월 “한국 낙월해상풍력의 EPC를 수주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호반그룹 측은 <살아지구>에 "(호반블루에너지에 대해) 당사는 해당 법인에 어떤 관련도 없으며,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호반산업은 낙월해상풍력의 해저케이블 설치 및 육상부 공사를 위한 시공사로만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름에 '호반'이 들어가지만, 호반블루에너지의 지배구조에 호반그룹은 없다. 호반블루에너지의 지분 100%를 가진 모기업은 블루엔지니어링이다. 블루엔지니어링은 어떤 회사일까.
호반블루에너지의 모기업, 블루엔지니어링
블루엔지니어링은 CEEC와 결합이 확인된다. 2021년 블루엔지니어링의 공동대표는 CEEC 산서원 한국지사의 호 씨와 김모 씨였다. 2022년 게시된 중국 한 에너지 기업의 문서에서 확인되는 호 씨의 직함은 CEEC 산서원 국제공사부총경리조리(글로벌지사 부대표 비서 격)다. 현재 그는 CEEC 산서원의 한국지사·일본지사·태국지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블루엔지니어링은 중국 골드윈드의 한국 자회사인 벤시스파워코리아의 지분 100%도 보유하고 있다. 낙월해상풍력은 핵심 부품인 터빈을 벤시스 제품으로 구성했다. 2026년 3월 초 <살아지구> 취재진이 블루엔지니어링의 본점 주소지를 찾았을 때, 해당 공장 부지는 간판을 바꿔 '벤시스코리아'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회진출의 삼자동맹
블루엔지니어링의 배후에는 '레나'라는 기업이 있다. 레나는 CEEC와 태국 에너지 기업인 비그림이 한국에 진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으며, 레나의 실질적 주인은 앞서 CEEC 산서원 호 씨와 함께 블루엔지니어링의 공동대표를 역임한 김모 씨(이하 레나 김 회장)다.
레나와 비그림, CEEC 삼자동맹이 한국에서 어떻게 결합했는지는 새만금 해상풍력에서 드러났다. 비그림이 새만금해상풍력(현 에스오더블유피) 지분을 인수하면서 내건 1차 주식 매매 계약의 조건이 "EPC는 CEEC가 맡고, 사업 관리는 에너지리퍼블릭(레나의 김 회장이 대표였던 회사)을 지정한다"는 것이었다. 기존 국내 기업이 하기로 했던 EPC를 걷어내고 CEEC에 넘기려는 시도였다.
블루엔지니어링과 레나는 각각 다른 기업을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두고 있어 서류 상 별개의 계열로 보인다. 그러나 레나의 김 회장, 서모 씨, 류모 씨 세 명이 양쪽 법인의 대표이사직을 교차로 장악해 왔다.
블루엔지니어링과 레나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보면, 레나의 김 회장은 레나 공동대표이자 과거 블루엔지니어링 공동대표와 호반블루에너지 사내이사를 겸했다. 서모 씨는 레나 상위기업인 만천성의 업무집행자이면서 블루엔지니어링과 호반블루에너지 공동대표를 맡았고, 류모 씨는 레나 공동대표이면서 블루엔지니어링과 호반블루에너지 공동대표를 동시에 역임했다.
인적 연결만이 아니다. 두 회사는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테크노밸리1로 53이라는 동일 건물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감사보고서상 블루엔지니어링이 레나로부터 약 795억 원을 차입하고 역방향으로도 수백억 원을 대여하는 등 별개 법인 간에는 일반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의 자금 융통이 이루어졌다.
이름은 '호반블루에너지'지만, 실체는 호반그룹이 아닌 삼자동맹의 일원인 레나가 주도하는 구조였다.
삼자동맹의 전력, 가산과 태초
이 삼자동맹(레나, 비그림, CEEC)은 규모가 작은 사업에서 먼저 한국 땅에 실적을 만들었다. 삼자동맹의 사업들에서는 독특한 패턴이 발견됐다. 그 패턴이란 낙월해상풍력 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에서도 서류 상 EPC와 공식 발표의 내용이 다른 것이다.
2025년 7월, CEEC 산서원은 "CEEC의 한국 프로젝트인 가산육상풍력이 상업운전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게시한 사진 속 현수막에 관계 기업이 적혀 있었다. 비그림, CEEC, 블루엔지니어링, 그리고 시행사인 코포스(비그림이 새만금해상풍력 사업 관리로 지정하기 원했던 에너지리퍼블릭(현 리뉴어블에너지코리아)가 지분 50.1%를 가진 회사) 등 총 5개다.

주목할 것은 역시 서류 상 EPC를 맡은 기업이다. CEEC 산서원의 발표와는 달리 공시 서류에서 가산육상풍력의 EPC는 블루엔지니어링이 맡았다.
2023년, CEEC 산서원은 강원도 태백시의 태초태양광사업이 '산서원의 EPC 프로젝트'라고 언급했다. 국내 공시에 따르면 태초태양광의 공사 대금은 블루엔지니어링이 가져갔다. 가산육상풍력과 동일한 패턴이다.
낙월해상풍력의 서류 상 EPC는 호반블루에너지다. 그런데 CEEC 산서원은 낙월해상풍력의 EPC 수주 발표를 했다. 낙월해상풍력에서 봤던 공시와 CEEC 발표 속 간극이 삼자동맹의 다른 사업인 태초태양광과 가산육상풍력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살아지구>는 명운산업개발과 낙월블루하트에 서류 상 EPC 계약과 CEEC 측 발표 사이 간극에 대한 설명, 호반블루에너지가 호반과는 관련 없는 법인임을 알고 있었는지, 중국과 연관된 법인인 것을 인지하고 시공사로 선정했는지 등을 묻기 위해 질의서를 2차례 발송했으나 사업자 측은 1편 보도를 삭제하지 않으면 답하지 않겠다고 <살아지구>에 밝혔다.
레나의 김 회장에게는 문자, 전화를 통해 4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어떤 회신도 오지 않았다.
레나의 기원, 그리고 블루엔지니어링의 지배자
레나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면 이 구조의 기원이 보인다.
전북일보는 2018년 9월 레나를 소개하며 "금강이엔지와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업인 르네솔라(RENA SOLA)가 손을 잡고 설립한 한·중 합작 외국인 투자기업"이라고 썼다.
레나의 상위 지배기업은 만천성이며 외국인투자기업이다. 산업통상부 고시에 따르면 만천성에 가장 많은 투자금을 댄 외국 기업의 국적은 2026년 3월 기준 버진아일랜드다. 한국 서류로는 실제 주주나 자금의 실질적 출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블루엔지니어링의 공시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블루엔지니어링과 호반블루에너지의 최상위 지배기업은 태국 국적의 '인피니티 솔라 파워(Infinity Solar Power)'. 한국의 2.4조 원짜리 사업 EPC를 수행하는 회사의 지배구조 끝에, 한국 서류로는 더 이상 추적할 수 없는 태국 법인이 있다.
살아지구 취재진은 그 회사를 찾아 태국 방콕으로 향했다. (바람을 판 나라 3편 '태국 치과의사의 에너지기업'에서 계속)
*바람을 판 나라 시리즈는 뉴스타파함께재단 KINN 탐사보도 취재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