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주차 기훗기훗

6월 2주차 기훗기훗

오랜만에 찾아뵙는 기훗기훗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잘 지내시는지요. 살아지구는 대선 전 해상풍력 관련 팩트체크 기사를 쓰느라 기훗기훗을 쉬어갔습니다. 모두 해내고 싶었지만 하던 취재에 더해 영상까지 제작하려니 시간 상 어렵더군요. 죄송할 따름입니다.

한때 저는 '대통령이 바뀐다고 한국이 그렇게 크게 흔들릴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양심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믿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대는 지난 3년 완전히 깨졌죠. 21대 대통령이 취임하며 기후, 생태 분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살아지구는 앞으로도 사회를 관찰하는 언론의 기능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아직 지속가능한 만큼의 후원자는 없지만, 이 자리에서 버티다 보면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날이 오겠죠. 막연한 믿음이 아닌 보도로 노력하겠습니다.


❇️ 예산 없는 기후정책은 없다

= 뉴스1 6월 9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2020재단이 함께 연 '새 정부 기후재정 방향 제안 기자간담회'의 제목입니다. 기후 관련 민간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이 단체들은 새 정부에 기후예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임현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지난 정부 기간 한국의 화석연료 보조금은 연평균 12조 9000억 원에 달했지만,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그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며 "소득 역진적이고 기후목표에 역행하는 보조금 구조를 전면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서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지만 가장 영향이 큰 에너지 분야조차도 변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외에도 단체는 정부조직 개편, 탄소 다배출 사업에 대한 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방향을 제안했습니다.


❇️ 뒤늦은 여수 산단 대기오염물질 조작 실태조사에 주민 반발

= 연합뉴스 6월 9일

지난 2019년, 전남 여수국가산단에 위치한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조작했다 적발됐습니다.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나오는데도 적게 보고했다면, 이 지역에서 주민들이 어떤 건강 위협을 받았는지도 알기 어려워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죠.

조작 사건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수습이 아직 안됐다는 보도입니다. 전라남도 측은 6년 만에 실태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기업이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이 주민들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이에 따라 배상과 보상을 결정하자는 겁니다. 2021년 2월에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데, 뒤늦은 조사 착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그 사이에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개선을 했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실태조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개선이 이뤄져서 실태조사를 한다고 해도 정확한 조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여수국가산단 위성사진

❇️ 한달 남은 영풍 석포제련소 토양정화

= 이데일리 6월 6일, 6월 9일

비소, 카드뮴 등 심각한 오염물질을 낙동강과 인근 토양에 배출했다가 적발된 영풍 석포제련소는 6월 30일까지 정부가 명령한 토양정화를 완료해야 합니다. 하지만 봉화군에 따르면 1공장은 지난 2월 말까지 16%만 완료했고, 2공장은 17% 완료했다는 소식입니다. 과연 기한까지 끝낼 수 있을지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관련 문제로 적발된 게 여러 번입니다. 그래서 환경단체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폐쇄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번 토양 정화 명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공장 이전이나 폐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9일 경상북도는 이날 오후 도청에서 환경관리과 주관으로 영풍 석포제련소 부지 이전 전담반 회의를 열었습니다.

사진 영풍

❇️ 데이터센터만을 위한 화력발전소

= 그리스트 6월 8일

미국 텍사스에서 자체 화력발전소를 함께 설치하는 데이터센터 계획이 나왔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엄청나게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데다, 전력이 끊기면 안되기 때문에 자체 화력발전소를 함께 짓는다는 거죠. 이런 프로젝트가 늘어나면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전환에는 매우 큰 타격을 입히게 됩니다. 특히 이스트 달리 애널리틱스(East Daley Analytics)라는 에너지 정보 기업은 데이터 센터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증가로 떨어졌던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오를 거라는 거죠.

🐤기훗기훗 한마디
먼 나라 얘기 같지만 한국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한국도 AI 개발에 뛰어든다는 정부 방침인데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실적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으면 화력발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거죠. AI가 기후나 생태 관련 연구에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AI가 이런 연구에만 쓰일 것 같진 않습니다.


❇️ 코뿔소를 지키기 위해 뿔을 잘라야만 해

= 워싱턴포스트 6월 5일

코뿔소를 지키기 위해 코뿔소의 뿔을 자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코뿔소가 밀렵당하는 이유가 뿔을 얻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미리 잘라 밀렵의 원인을 없애는 겁니다. 전 세계에 코뿔소는 2만 8000마리 정도 남았고, 20세기 초만 해도 50만 마리였던 걸로 추정됩니다.

뿔을 잘라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코뿔소 보전의 주요 방법이 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코뿔소 뿔을 자르는 게 밀렵 감시, 강한 처벌 등보다 더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특정 연도에 뿔이 있는 코뿔소가 밀렵될 위험은 13%인 반면, 뿔이 제거된 코뿔소의 밀렵 위험은 0.6%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부 밀렵꾼이 코뿔소를 죽여서 내부에 있는 뿔을 가져가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수의사들은 뿔에서 혈관이 아직 살아 있는 부분까지 자르지 못하지만, 밀렵꾼 들은 깊이 있는 뿔이라도 노린다는 겁니다. 남아프리카에서 코뿔소 밀렵은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작업이라 빈곤층과 범죄조직이 몰려드는 겁니다.


❇️ 은퇴하고 타이어를 줍는 아저씨

= 워싱턴포스트 6월 4일

미국 메릴랜드의 한 아저씨는 숲에서 폐타이어를 줍습니다. 록히드마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존 메리맨의 취미는 미국 곳곳의 숲에서 폐타이어를 주워 제대로 버리는 일입니다.

현재까지 1만 5000개 정도 폐타이어를 주웠다고 합니다. 목표는 미국의 모든 카운티(미국 시골 행정구역 단위, 3000개 이상)에서 폐타이어 줍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하는데요. 미국에서 타이어 투기는 경범죄 정도에 그쳐서 곳곳에서 투기가 벌어집니다.

한국 제주도에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폐타이어가 없을 것이라고 제주도에 왔는데, 여기서는 쓰레기가 많다며 여기저기서 쓰레기를 주웠다고 하네요.

그를 행동으로 옮긴 건 '책임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기훗기훗 한마디
이 기사의 마지막에는 타이어 아저씨는 맨날 줍지만, 어디선가 또 버려지고 있을 거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나옵니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 되면 좋겠지만, 적어도 아무 데나 버리는 사람은 안될 수 있겠죠.


❇️ 중국이 전기차 충전 시간을 없애는 법

= BBC 6월 6일

전기차의 큰 문제는 '충전이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기름을 넣자마자 출발할 수 있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충전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특히 정해진 시간에 어디 도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곤란해집니다.

중국에서는 '배터리 교체' 방법이 시험 중입니다. '스테이션'이라는 곳에서 배터리를 충전해 가지고 있다가, 배터리가 부족한 자동차가 와서 완충된 배터리로 바꿔 가는 거죠.

간단한 아이디어고, 전기차의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몇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배터리 규격 문제, 소유권, 재정 문제입니다.

전기차도 여러 종류가 있고, 각자 쓰는 배터리 크기와 용량 등이 다릅니다. 스테이션이 모든 배터리를 가지고 있을 수 없는 거죠. 그리고 배터리는 보통 전기차를 살때 포함된 구성품입니다. 특히 수명이 있기 때문에 오래 쓴 배터리보다는 새 배터리가 좋죠. 스테이션에는 이런 배터리가 섞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배터리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고객들을 기다리려면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현재 중국에서도 화물차, 택시를 중심으로 배터리 교체 방식이 적용되는 중입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이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 및 교체 스테이션으로 바꾼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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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