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주차 기훗기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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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어느 날 새벽 3시에 새소리에 잠에 깼습니다. 밤에 무슨 새가 이렇게 우나 해서 새소리를 찾아주는 어플을 켜서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소쩍새라고 하더군요. 산 아래 있는 아파트긴 한데, 10년 동안 여기 있으면서 처음 들어보는 소쩍새 소리가 생경했습니다. 소리가 어디서 나나 밖에 나가 들어보니 단지 안에 나무가 모여 있는 구역에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소쩍새가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죠. 그러다 문득 최근 바로 옆 동네에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던 게 생각났습니다. 혹시 아파트를 짓느라 소쩍새가 원래 살던 숲이 없어진 건가 생각하게 됩니다.

아파트나 산업단지 등을 지을 때에는 환경영향평가라는 환경부의 규제를 받습니다. 개발을 하면서 주변에 어떤 환경을 미칠지 미리 평가하고, 환경부의 승인을 받는 거죠. 어떤 동물의 서식지를 없애는지도 평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새는 그 평가에서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법의 단어가 있거든요. '회피할 것으로 보임'이라는 말입니다. 공사를 하면 새가 날아가서 알아서 딴 데로 갈테니 영향이 없을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먹이를 잡고,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를 공간은 없어지는데 말이죠.


❇️ 대선토론에서 '기후위기' 검증

= 한겨레 5월 12일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기후위기'가 주제로 채택됐습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1997년 처음으로 TV 토론회를 실시한 이후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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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선 후보 중 민주당 이재명 후보 외에는 기후위기를 언급한 바가 없어 과연 좋은 토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 제주 용머리해안, 해수면 상승에 잠긴다

= 연합뉴스 5월 10일

 "30∼40년 전엔 거의 매날 용머리 나왕 장사해신디, 자꾸 길이 좀경 요샌 절반도 못나완마씨(30∼40년 전엔 거의 매일 용머리에 나와 장사를 했었는데, 자꾸 길이 잠겨 요샌 절반도 못나옵니다)"

기후위기의 여러 영향 중 하나는 해수면 상승입니다. 남극과 북극에서 얼음 형태로 존재해야 될 물이 기온 상승으로 인해 많이 줄어들면서 바다의 높이가 높아지는 게 해수면 상승이죠. 그 중 한국에서 영향을 많이 보이는 게 용머리해안입니다.

기후변화홍보관 관계자는 방문객에게 "지난 2024년 기준 1989년에 비해 이미 27.8㎝가 상승해 2050년 추정치를 넘어섰고, 이 속도라면 2100년엔 110㎝를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한국인의 대기 오염 노출, 대도시일수록 심해

= 포항공과대학교 5월 9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이형주 교수 연구진은 한국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분석해 어떤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대기 오염에 노출되는지 분석했습니다. 이산화질소는 차량과 발전소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 나오는 오염물질인데요. 호흡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규제 물질입니다.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대도시와 큰 도로 주변이 이산화질소 농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거주지의 가격과 이산화질소 농도를 연관지었는데요. 한국에서는 경제적 수준이 높은 지역이 이산화질소 농도도 더 높았습니다. 다른 국가의 경우는 소득이나 집값이 낮은 곳에서 더 심한 대기오염을 보이는데, 한국은 특이하게 반대로 나타난 겁니다. 연구진은 한국 정부가 큰 도로를 중심으로 주택을 개발해왔고, 이에 따라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 수산 기업들, 해양보호조치에 반대 로비

= 몽가베이 5월 8일

세계 최대 수산 기업들이 1곳만 빼고 해양 보호와 반대하는 로비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산업계는 바다에 있는 자원으로 돈을 버는 만큼, 해양을 보호하면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셉니다. 그런데 영국 NGO 인플루언스맵이 30개 상위 기업을 조사한 결과, 거의 모든 수산 기업이 해양 보호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로비를 해 온 겁니다. 기업들은 트롤어업 제한, 양식업 규제,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로비를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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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로 유명한 한국의 기업 동원도 평가 대상이었는데요. F 다음으로 낮은 D- 등급을 받았습니다. 동원의 자회사인 스타키스트(Starkist)를 통해 미국 해양보호구역 설정에 반대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가짜' 재활용 플라스틱들

= 그리스트 5월 12일

그리스트가 재활용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거기에 숨겨진 함정을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최근 많은 회사가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고 홍보합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죠. 그 중에서도 '열분해'라는 방식은 효율이 높다고 홍보되는 기술입니다.

열분해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플라스틱을 녹여 플라스틱 기름(열분해유)으로 분해합니다. 플라스틱 기름은 대부분 연료로 쓰여 다시 탑니다. 그 중에서 남은 플라스틱 기름이 다시 플라스틱으로 변하려면 새 석유가 다시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때 플라스틱 기름이 얼마나 쓰였든 이 플라스틱은 '재활용 플라스틱'이라고 표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 기름 함량이 중요하지만 표기하는 게 의무가 아니라 과장이 될 수 있는 거죠.


❇️ 중금속이 나노플라스틱에 달라붙는다

= 뉴저지공과대 5월 10일

나노플라스틱은 미세플라스틱 중에서도 나노 단위로 아주 작은 입자를 의미합니다. 나노플라스틱은 매우 작아서 동물 몸에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미 사람 혈액, 대변, 폐, 정액, 태반에서 검출된 바가 있죠. 이런 나노플라스틱이 인체나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인데요.

나노플라스틱 자체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데다, 이번에는 이 나노플라스틱에 중금속이 잘 달라붙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뉴저지공과대 연구진은 나노플라스틱에 어떤 중금속이 달라붙는지 살폈는데 망간, 코발트, 아연, 카드뮴, 납 등이 잘 달라붙었습니다.


❇️ 상어와 가오리, 해상풍력을 집으로 삼다

= 바게닝겐대 5월 7일

해상풍력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논란의 대상입니다. 연구가 전부 이뤄진 것도 아니고, 그 양상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상어와 가오리가 해상풍력발전소 인근을 서식지로 삼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네덜란드 바게닝겐대 연구진은 해상풍력발전소 인근 바닷물에서 DNA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그 결과 5종의 상어 혹은 가오리가 발견됐습니다. 바닷속에 사는 생물들이 해상풍력발전소를 피해다녀서 황폐화가 될 거라는 우려가 있는데요. 연구진은 오히려 해상풍력발전소에서 트롤 어선과 같이 상어와 가오리에게 큰 피해를 주는 어업이 불가능해져 상어와 가오리가 잘 사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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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