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구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알아보기 [기훗기훗 9월 4주차]
이번주 기훗기훗의 주제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요.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한국 사회에 아주 중요한 제도라 같이 알아보려고 해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나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제도인데요. 온실가스를 많이 내뿜는 기업이나 발전소를 일단 대상으로 삼고요. 정부가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목표한 정도를 기업과 발전소가 지킬 수 있도록 '배출권'을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자세하지만 쉽게 알아볼까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이름만 들으면 복잡해 보이지만, 아주 쉽게 말해서 온실가스를 많이 내보내는 기업들에게 '배출권'이라는 쿠폰을 주고, 그 쿠폰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하는 제도예요. 예를 들어 '거북발전'이라는 전력 회사가 있고, 매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서 정부의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이 됐다고 쳐 볼까요.
배출권거래제, 3단계로 이해하기
- 쿠폰 나눠주기 (할당): 정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회사들을 지정하고, 각 회사에 1년간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만큼의 쿠폰을 나눠줍니다. 이 쿠폰을 바로 배출권이라고 불러요.
- 쿠폰 사용하기 (배출): 각 회사는 생산 활동을 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때 온실가스 1톤을 배출할 때마다 배출권 1개를 사용해야 합니다.
- 쿠폰 사고팔기 (거래): 1년이 지나고 나서, 남은 쿠폰이 있다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쿠폰이 부족한 회사에 팔 수 있어요. 반대로, 쿠폰이 부족하다면 다른 회사로부터 쿠폰을 사와야 하죠. 이처럼 남거나 부족한 쿠폰을 서로 사고파는 시장이 바로 배출권거래 시장입니다.
거북발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북발전이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게 되면, 우선 정부로부터 일정량의 배출권을 할당받게 됩니다.
- 만약, 거북발전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성공해서 할당받은 배출권보다 적게 배출했다면, 남는 배출권을 다른 회사에 팔아 수익을 낼 수 있어요.
- 반대로,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해 할당받은 배출권보다 더 많이 배출했다면, 부족한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와야 하고, 이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이 제도의 핵심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이 회사의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거예요. 온실가스를 많이 줄인 회사는 돈을 벌고, 그렇지 못한 회사는 돈을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힘쓰게 만드는 것이죠.

지금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배출권거래제가 새로운 시기를 앞두고 계획을 짜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배출권거래제는 5년 단위로 계획을 세우게 돼 있는데요. 지난 3차는 2021년부터 올해 2025년까지. 내년인 2026년부터 4차가 시작되는 거죠. 매 회차마다 달라지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상할당 비율'이에요.
유상할당이란?
앞선 설명에서 정부가 기업에 배출권 쿠폰을 나눠준다고 말씀드렸죠? 이때, 처음 받는 배출권을 돈을 내고 받는 것을 '유상할당'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 일부를 돈을 내고 사야 하는 거죠. 반대로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나눠주는 방식은 '무상할당'이라고 불러요. 즉 처음 받는 쿠폰 중 돈을 주고 산 쿠폰의 비율이 '유상할당 비율'이 되는 겁니다.
유상할당을 늘려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돈을 받고 배출권을 팔아야 할까요? 유상할당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유도: 만약 배출권을 무상으로 받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공짜로 받았으니 그냥 쓰자"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배출권을 돈 주고 사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기업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온실가스를 최대한 덜 배출하려고 노력하게 되겠죠.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원 마련: 유상할당을 통해 얻은 수익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른 정책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을 지원하거나, 온실가스를 줄이는 시설 투자를 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어요. 기업이 낸 돈이 결국 다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금이 되는 셈이죠.
3차 시기에는 평균적으로 기업이나 발전소의 유상할당 비율이 10%였는데요, 업종별로 그 비율이 다릅니다. 특히 반도체나 철강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 100% 무상할당을 받았어요. 전력회사들이 주로 유상할당 부담을 졌어요.
배출권 가격이 왜 이렇게 쌌을까요?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도록 기업들을 독려하는 제도인데, 지금까지는 기대했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어요. 가장 큰 이유는 배출권 가격이 너무 저렴했기 때문이에요.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돈을 쓰는 것보다, 그냥 시장에서 배출권을 싸게 사서 쓰는 게 더 이득이었던 거죠. 이렇게 배출권 가격이 낮아진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배출권을 너무 많이 나눠줬어요. 제도 초반에는 기업들이 배출권거래제에 잘 적응하도록 부담을 줄여주려고,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쿠폰(배출권)**을 넉넉하게 나눠줬어요. 쓰지 않고 남는 쿠폰이 많아지다 보니, 시장에는 팔려는 물건(배출권)이 넘쳐나게 됐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불분명한 쿠폰이 많았어요. 정부는 '상쇄 배출권'이라는 것도 인정해줬는데, 이건 해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을 해서 그만큼의 배출권을 받는 제도예요. 예를 들어, 해외 빈곤 지역에 '쿡스토브'라는 친환경 난로를 보급하는 사업을 하고, 이 난로가 온실가스를 줄였다고 인정받아 우리나라 시장에 배출권을 파는 거죠. 그런데 이런 사업들 중 일부는 실제 감축 효과보다 더 많은 배출권을 받아갔다는 지적이 있었어요. 이렇게 생긴 배출권들이 시장에 풀리면서,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노력 없이도 배출권이 늘어나 가격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결할까요?
최근 정부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어요. 여기서 나온 주요 해결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돈 받고 파는 '유상할당' 비율을 늘리자. 기업이 공짜로 배출권을 받기보다, 처음부터 돈을 내고 사게 하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더 하게 될 거예요. 유상할당 비율을 늘려 배출권 가격을 올리고, 기업의 감축 노력을 유도하자는 거죠.
- 상쇄 배출권 제도를 더 엄격하게 관리하자. 실제 감축 효과보다 많은 배출권을 받아 가격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막기 위해, 상쇄 배출권을 발행하는 기준을 더 깐깐하게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어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앞으로의 배출권거래제가 더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