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주차 기훗기훗

2월 4주차 기훗기훗

안녕하세요. 기훗기훗 독자 여러분. 얘는 댕기물떼새입니다. 취재 갔다가 잠시 들른 전남 순천만 습지에서 촬영한 사진인데요. 순천만을 보면서 자연을 보전하는 방식이란 어때야 하는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천만은 사람들이 보는 구간과, 그렇지 않은 구간을 명확히 구분해 놨다는 점에서 좋은 방식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흑두루미나 재두루미같은 새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나, 물떼새가 있는 물가에 내가 들어갈 수 없다는 게 참 좋았습니다. 탐조대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만 보거나, 위에서 내려다봐야 했습니다. 쌍안경도 빌릴 수 있더라고요.

못 가는데 좋다니 좀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새들이 참 편안해 보였거든요. 놔뒀을 때 가장 좋은 모습이 되는 생태계, 그게 가장 좋은 보전 공간 아닐까 합니다. 생태공원이라고 부르는 곳을 몇 군데 가봤는데 내가 이런 곳까지 들어가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곳이 많았거든요. 순천만 입장료는 꽤 비싸서 만 원을 내고 들어갔는데, 오히려 무료로 개방하는 다른 곳보다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말만 생태가 아닌 이런 보전 공간이 많아졌으면 하는 개인적 바램입니다.


❇️ 캄보디아 : 토종 꿀벌 감소가 농업을 위협하다

= 몽가베이 2월 25일

꿀벌은 한 가지 종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여러 종이 있습니다. 심지어 꿀벌은 여러 벌 중에서 '꿀벌과'에 속하는 일부일 뿐 수많은 벌이 있죠. 그리고 꿀벌은 양봉을 위해 외국에서 데려온 종도 있고, 그 나라에 계속 살던 종도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토종 꿀벌이 숲과 농장에 큰 이득을 주고 있었습니다. 꿀을 먹기 위해 꽃과 꽃을 열심히 옮겨다니는 꿀벌은 자기가 직접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이 번식하는 데 필수 요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꿀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꿀 채집가, 양봉가, 농부 등 다양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분명하게 토종 꿀벌이 감소하고 있다는 징후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캄보디아에서는 꿀벌에 대한 연구나 정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건데요.

캄보디아에서는 꿀벌을 길러 꿀을 채집하는 양봉도 하지만, 많은 꿀이 야생에 있는 꿀벌이 지은 집에서 꿀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생산됩니다. 그런데 일부 꿀 채집가들은 벌집 일부를 남겨 꿀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 고전적인 방식이 아닌 벌집을 모두 가져오는 방식으로 꿀벌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꿀벌이 인간에게도 주는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며 보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캄보디아에도 서식하는 꿀벌 일종인 꼬마꿀벌(학명 Apis florea)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꿀벌과 양봉에 대한 연구, 정책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외래종으로 들여온 꿀벌을 이용한 양봉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한국에도 야생 벌이 많은데요. 다만 양봉을 하는 벌의 경우 재래꿀벌과 서양꿀벌이 있긴 한데, 재래꿀벌도 삼국시대 쯤 해외에서 들어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래 한국에 자리잡긴 했지만 외래종이긴 한거죠. 한국에서 더 급한 건 다른 야생벌에 대한 연구, 보전입니다.


❇️ 네팔 : 눈표범과 농부를 화해시키다

= BBC 2월 22일

네팔 히말라야에는 눈표범이라는 동물이 삽니다. 추운 지역에 사는 포식자인 눈표범은 때로 히말라야 인근에서 사람들이 기르는 가축을 잡아먹습니다. 가축을 잃은 사람들은 눈표범을 미워하고, 때로 죽이기도 합니다. 눈표범은 2016년 IUCN이 마지막으로 조사했을 때 최대 3300마리 정도로 추정됩니다.

네팔의 환경보전가 치링 라무 라마(Tshiring Lhamu Lama)는 지역 주민들에게 눈표범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단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농부들이 가축을 보호하는 방법을 지원합니다. 야간에 눈표범이 물러나게 할 수 있는 강한 조명을 제공했고, 장기적으로는 울타리를 세워 가축을 눈표범으로부터 격리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가축 피해를 막을 수는 없겠죠. 그래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다른 방법도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지역 사람들이 주도해 눈표범을 지키고, 사람들이 눈표범을 보러 찾아오게 하면 어떨까요. 치링은 실제로 15명의 젊은 지역민을 눈표범을 관찰하고, 때로 가축 피해를 막기 위해 쫓아내는 역할로 교육했습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관광객에게 요리를 제공하고, 짐을 옮기고, 숙박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은 이미 호랑이나 늑대같은 맹수가 멸종했습니다. 그래도 야생동물과 갈등이 없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담비, 멧돼지같은 다른 생물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죠. 야생동물 입장에서는 먹을 게 많은 곳을 찾아왔을 뿐이고, 농민은 자신의 재산을 잃는 것이기에 누굴 탓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동물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보전의 핵심입니다. 인천 백령도가 대표적입니다. 이 지역 어민들은 자신들이 잡는 까나리를 잡아먹고, 그물에 접근하는 점박이물범을 불편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인천녹색연합 활동가가 상주하며 어민들을 설득했습니다. 관광 자원으로도 쓸 수 있고, 점박이물범에게 애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득해 왔죠.


❇️ 새만금신공항이 생물다양성 위협, 사이언스 2월호에 실린 편지

= 한겨레 2월 21일

최근 발간된 사이언스 2월호에 '공항 계획이 한국의 간척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새만금신공항이 갯벌의 생태계를 손상시킬 것이라는 국내외 연구자, 활동가들의 편지를 첨부했는데요. 이들은 "2025~2029년 예정된 새만금신공항의 건설이 수라갯벌이 지원하는 생물다양성과 사회문화적 활동을 돌이킬 수 없이 손상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새만금 공사가 진행 중인 서해의 갯벌은 여러 철새의 중요 서식지입니다. 특히 최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조류충돌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졌는데, 새만금공항은 철새가 아주 많이 찾아오는 곳으로 충돌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국토교통부가 발간한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연간 조류충돌 횟수가 최소 9.4회에서 최대 43회로 예측됐습니다. 예측과 현실을 비교하긴 어렵지만 인천공항에서는 실제 매년 연평균 16건의 조류충돌이 발생합니다.


❇️ 심상찮은 남태평양 열대저기압

= 워싱턴포스트 2월 25일

현재 남태평양에서 3개의 열대저기압이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3개가 동시에 발생한 건 26년 만인데요. 열대저기압은 태풍, 사이클론 등을 일으키는 기상현상입니다. 현재 알프레드, 라에, 세루 세 개의 열대저기압이 활동 중입니다. 라에는 이미 태평양 섬나라인 피지 북부에 피해를 입혔고, 알프레드는 호주 북서부, 세루는 바누아투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남태평양의 기후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한국에는 사이클론같은 직접적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열대저기압은 라니냐와 엘니뇨를 유발하는데, 라니냐와 엘니뇨는 바다가 단기적으로 매우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는 현상인데 한국 기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자연'이라는 이름의 식민주의

= 르포르테르 2월 21일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칸 파크스'라는 NGO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13개국에서 23개의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단체입니다. 이 NGO를 지원하는 건 서방의 국가, 자선가, 유명인의 지원을 주로 받아 운영됩니다.

올리비에 반 비먼은 '자연의 이름으로'라는 책에서 아프리카의 NGO가 국립공원 관리라는 명목으로 지역 주민들이 논의에서 배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국립공원을 마치 '국가 속의 국가'처럼 별도로 운영하고, 판결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국가는 자신들의 국립공원을 관리해 달라며 NGO와 계약을 맺는데, 지역 주민들에게는 계약 내용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 살며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뺏겼다는 겁니다.

작가는 이런 현상이 '아프리카를 인간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에덴동산'과 같은 환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합니다. 서구권 국가들이 가진 관념을 가지고 자신들이 밀렵꾼을 고문하거나 하는 행위를 하는 등 권위주의적 접근 방식을 정당화한다는 거죠. 또 아프리칸 파크스는 '녹색식민주의'의 전형적 사례라며, 아프리카인들은 스스로 국립공원을 관리할 수 없고 백인들이 지역 주민과 협의 없이 알아서 결정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Wildest Dreams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테일러 스위프트는 해당 음악의 수익을 모두 아프리칸 파크스에 기부했다 사진 Taylor Swift 유튜브 영상 캡처

❇️ 기후위기와 조류독감, 그리고 인간의 삶

= 그리스트 2월 24일

미국에서 계란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2020년 이후 약 240% 상승했는데요. 원인은 조류 독감입니다. 알을 낳는 산란계가 조류독감에 걸려 죽거나 살처분되면서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죠.

조류독감은 철새를 통해 가축에게 전염됩니다. 아직 연구가 부족하긴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인해 조류 독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기후위기로 기온이 상승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철새들의 이동하는 시기와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거죠.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에서도 기후위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던 철새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울산에서 화제가 된 녹색비둘기도 열대에 사는 조류라서 더 이목을 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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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