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주차 기훗기훗

살아지구는 콘텐츠 생산 방식에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 살아지구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계가 필요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기훗기훗 발행도 조금 늦어졌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기후와 생태에 관련해 어떤 내용이 궁금한지가 제게는 가장 큰 숙제인데요. 메일을 통해 자유롭게 알려주세요.
❇️ 환경영향평가 없이 해상풍력발전단지 짓는다?
= 경향신문 2월 17일
환경영향평가 없이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해상풍력특별법()'이 어제 17일 국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국회에는 각 분야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가 있고, 그 아래 세부적인 사안을 심사하는 소위원회가 있습니다. 보통 여당과 야당이 특정 사안을 두고 소위원회에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소위원회를 통과하고 나면 협의를 거쳐 수정되더라도 통과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법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는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빨리 지을 수 있도록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입니다. 이 특별법에 따르면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짓는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 외에도 특정 구역의 바다를 이용할 때 거쳐야 하는 해역이용평가도 피해갈 수 있습니다. 또 경관법, 국유림법, 도시개발법, 습지보전법, 자연공원법 등 30여개 법이 정하고 있는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해 통과할 수 있죠.
🐤기훗기훗 한마디
그동안 환경 관련 규제가 생긴 이유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어떤 사업을 했을 때 실제로 사람에게, 생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과연 해상풍력발전단지는 '환경에 아무런 영향 없는' 그런 사업인지 물어봐야 합니다.
또 이렇게 허술한 규제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지었을 때, 누가 혜택을 보느냐에 집중해야 합니다. 과연 한국 사회 전체가 이득을 볼 수 있을까요? 한국경제 12월 보도에 따르면 해상풍력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권한은 현재 해외 업체들이 모두 주도하고 있고, 특히 돈을 대는 PF는 100%가 외국계입니다.
❇️ 일본, 핵발전소로 회귀
= 지지통신 2월 11일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확대하지 않았던 핵발전소를 다시 '최대한 가동'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건설 중인 것을 포함하면 일본 전국에 원자로는 36기인데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모두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내각 회의에서 결정했는데, 이렇게 할 경우 2040년 일본의 전체 에너지 중 핵발전의 비중은 20%로 높아집니다. 현재는 5%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이 기사만 보면 일본이 대단한 '핵발전국'을 노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한국은 현재 정부가 만든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 핵발전 비중은 35.1%로 높아질 전망입니다. 2024년에는 32.5%로 모든 전기 생산 수단 중 가장 높았습니다. 한 가지 발전원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게 정설인데요. 한국은 이미 '원전 최대치'를 쓰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전에 해상풍력에 대한 우려도 전해서 혼란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끊임 없이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는 생각입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여객기 이산화탄소 820만t 증가
= 그리스트 2월 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여객기는 러시아 상공을 날 수 없습니다. 피해 가야 하는데요. 러시아 상공을 피해 날아가면서 전 세계적 항공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820만t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우회하지 않아도 될 때에 비해 1% 늘었다는 겁니다.
❇️ 야생 건축가들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
= 런던대학교 2월 17일
야생에는 건축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비버가 있죠. 비버는 나무를 모아 강을 막아 댐을 만듭니다. 뿐만 아니라 흰개미는 집을 땅 속에만 짓는 게 아니라 튀어나온 큰 둔덕을 만들죠. 연어는 조금 생소할 텐데요, 연어는 암컷이 강의 바닥에 구멍을 파서 번식을 합니다. 런던대학교 연구진 연구에 따르면 603종(혹은 속, 과)이 지구 표면에 영향을 주는 '건축'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영향이 작지만 은 않아서 최소 7만 6000기가줄의 에너지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런 에너지의 변화는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들이 사라질수록 자연에 큰 교란이 발생한다는 설명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체코 정부가 7년 동안 토지 소유권 문제로 댐을 짓지 못하던 지역에 8마리의 비버가 댐을 지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댐 건설 비용은 3000만 코루나(약 18억 원)로 책정됐다고 하는데요. 이로 인해 집을 잃은 사람이 없다는 건 다행입니다.
❇️ 기후위기에 나무는 이사할 수가 없다
= 콜로라도주립대 2월 14일
콜로라도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나무들이 서식지를 확장하는 속도가 기후변화, 산불, 해충, 질병에 대응할 수 없을 만큼 느리다고 합니다. 기후위기 때문에 '알아서' 나무가 자신에게 맞는 서식지를 찾을 수 있다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연구를 해 보니 나무가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파괴되는 속도보다 느렸다는 거죠. 연구진은 기후에 맞게 인간이 나무의 서식지를 옮겨주는 작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조언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나무는 씨앗을 퍼뜨리면서 자신이 살기 적합한 지역으로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빠른 기온 변화가 나타나는 기후위기에서는 어렵다는 뜻이죠. 한국의 경우 백두대간에서 소나무가 기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후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정부의 공식적인 연구도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단 기후변화 영향은 있다고 봐야겠죠.
❇️ 프랑스 : "농촌의 산업화" 태양광을 반대하는 사람들
= 르포르테르 2월 11일
프랑스 알프드오트프로방스 지역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 반대해 프로젝트 취소를 이끌어낸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이 농촌에 들어와 12.7헥타르 규모의 숲을 태양광 발전소로 만들려는 계획이었는데요.
시장은 시에 재정적 도움이 된다는 판단으로 이 프로젝트를 수용했지만 주민들은 반발했습니다.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된 구역 만큼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하지만 주민들은 오래된 숲의 가치를 들어 이 사업을 반대했습니다. 습지와 숲이 가진 독특한 생태계를 보전할 가치가 높다는 거였죠. 법원에 소송했고, 지난해 12월 31일 주민들이 승소해 프로젝트 개간 허가가 취소됐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에서도 수입을 기대하고 자연 환경을 제공하는 지자체들이 더러 있습니다. 혹은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지자체도 있죠. 댐, 공원 등을 짓겠다는 겁니다. 이런 사업은 신중하게 계획돼야 합니다. 사실 일부 지역에서는 숲의 비율이 높고, 별달리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조금 훼손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자연환경이 얼마나 가치가 높은지 잘 따져보고 사람이 받는 혜택이 얼마나 될지 면밀하게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연 환경의 가치는 쉽게 환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나는 쥐, 야생동물 밀거래 탐정이죠
= 몽가베이 2월 12일
쥐인데요. 큽니다. 냄새를 잘 맡아서 야생동물 밀거래를 잡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죠.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는 아프리카거대주머니쥐(학명 Cricetomys ansorgei)라는 종을 훈련해 야생동물 밀거래 제품을 찾아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트 윗젠스라는 과학자가 설립한 APOPO라는 단체는 아프리카거대주머니쥐를 훈련해 천산갑 비늘, 코뿔소 뿔, 코끼리 상아처럼 불법 야생동물 제품을 찾아냅니다. 훈련받은 쥐는 작은 공이 달린 옷을 입고 밀거래 제품을 발견하면 이 공을 당깁니다. 공을 당기면 소리가 나고 사람이 알 수 있게 됩니다. 훈련은 '긍정강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하는데요. 부여한 임무를 잘 수행하면 아보카도, 바나나 등을 섞은 간식을 주는 방식입니다. 훈련 방식도 계속 개선해 현재 훈련받은 쥐는 90%의 정확도를 자랑한다고 하네요.
🐤기훗기훗 한마디
APOPO의 예전 소식에 따르면 이 쥐들은 지뢰 탐지도 하고 있습니다. 몸무게가 지뢰를 작동할 만큼 무겁지 않아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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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