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주차 기훗기훗

기훗기훗을 발행하는 임병선 기자는 현재 경북 김천시에서 뉴스레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간 쉽게 결론 내리지 못했던 기후대응댐 기사의 내용을 완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장을 나온 몸이지만 기훗기훗은 이변 없이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 기훗기훗도 재밌게 보셨다면 주변에 꼭 알려주세요.


❇️ 기후위기 시대의 AI

= 워싱턴포스트 2월 7일

중국의 자연어처리 챗봇 딥시크(DeepSeek)가 화제입니다. 딥시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에 널리 쓰이던 챗GPT에 비해 컴퓨터의 계산을 덜 쓴다는 이유에서였는데요. 챗봇을 쓰는 사용자의 컴퓨터를 덜 쓴다는 건 아니고, 챗봇이 결과를 내놓기 전에 인공지능에게 학습을 시킬 때 쓰는 컴퓨터가 다른 것에 비해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존에 많이 알려졌다시피 최근의 AI는 '전기 먹는 하마'입니다. 그래서 효율성이 높다는 딥시크는 에너지를 덜 쓸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사람들도 있었죠. 실제로 전력은 덜 쓴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전력 효율성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분석입니다. 어차피 효율적이 되면 업체는 더 많은 계산을 시킬 것이고, 전기 자체가 친환경적이 되지 않는 한 끊임없이 전력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지적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사실 AI를 떠나서 전기차, 조명 등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효율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어져 왔습니다. 효율성을 높이는 건 좋지만 결국 전기가 깨끗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죠.


❇️ UN에 2035년 탄소감축 계획 낸 국가 단 5%

= AP 2월 11일

2015년 전 세계 국가 중 195개국은 탄소를 줄여 지구 기온 상승을 막자는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했습니다. 그래서 2035년까지 탄소 감축을 얼마나 어떻게 할지 계획을 UN에 내야 합니다. 시한이 거의 다 됐는데요.

그런데 UN에 계획을 제출한 국가는 현재까지 195개국 중 12개국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한국도 내지 않은 국가에 속합니다. 지금까지 계획을 낸 국가는 마셜제도, 싱가포르, 에콰도르, 세인트루시아, 안도라, 뉴질랜드, 스위스, 우루과이입니다. 이들의 탄소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 중 0.2% 미만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그런데 UN은 각 나라에서 탄소를 줄이는 계획을 각자 마련 중이라며 괜찮다고 했다네요. 기후위기 상황이 이미 닥친 상황에서 UN이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재활용 플라스틱' 썼다는 의류의 최후

= 그리스트 2월 5일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의류들이 종종 보입니다. 유명 브랜드에서도 환경을 위해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뽑은 섬유를 신발이나 티셔츠 등에 사용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죠. 이런 식으로 플라스틱을 계속 다시 재활용하는 '자원순환'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재활용 플라스틱을 쓴 의류들조차 처리가 문제입니다. 기존 플라스틱 폐기물처럼 버려지면 결국 쓰레기장으로 향하고, 매립되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서지는 최후를 맞게 되죠. 때문에 일각에서는 플라스틱은 '자원순환'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여러 번 재활용한다고 100% 재활용은 불가능하고 결국 미세플라스틱이 되는 플라스틱의 특성 상 계속 순환이 불가능하다는 거죠.

기사에서는 용어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는데요. '재활용'이라는 단어로 사용되면서 사람들이 계속 순환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 민주당도 '신규 핵발전소' 찬성 기류

= 한겨레 2월 11일

추후 약 14년 간의 한국 전력 생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신규 핵발전소와 새로운 형태의 핵발전소 SMR이 담겨 있습니다. 환경단체는 핵발전소가 폐기물 문제를 가졌기 때문에 미래 에너지가 아니라는 입장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핵발전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던 더불어민주당도 신규 핵발전소 계획이 담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동의한다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한겨레는 "(민주당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전기본 통과를 더는 지연시킬 명분이 없다는 게 다수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서술했습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정 전에는 신규 핵발전소가 3개였는데, 민주당에서 반대 의사를 밝히자 정부가 2개로 낮췄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핵발전소는 분명 위험부담이 큰 에너지원입니다.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비판도 유효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에너지원에 대한 논쟁의 뿌리는 결국 한 쪽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점을요. 어떤 일이든 혜택을 보는 사람이 부담을 져야 한다는 건 우리 사회의 상식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식에 맞게 한국의 전력이 운영되고 있나요?


❇️ 가로림만 세계유산 신청, 한국의 보호구역 시험대

= 아시아경제 2월 11일

충청남도가 도내에 있는 가로림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습니다. 태안과 서산에 걸쳐 있는 가로림만은 해양 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태안군은 가로림만 세계유산 신청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어업 활동에 제약을 받고, 개발제한 때문에 주민들이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보호구역이 생기는 것이고, 가로림만 생태계 보전에는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보호구역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반대 의견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보호구역 선정에 있어 주민들이 어떻게 생태계 보호에 참여하게 하는가가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정부는 이전에 해 오던 것처럼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추진하는 게 아닌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시험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 순천시는 왜 꽃사슴이 가축 아닌 야생동물이었으면 할까

= 뉴스1 2월 5일

전남 순천시 아파트 단지 인근에 나타난 사슴떼 영상이 한창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꽃사슴'이었습니다.

순천시는 최근 환경부에 기존에 가축으로 분류됐던 꽃사슴을 야생동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입니다. ​개체수 조절이 필요한데 중성화나 포획 등이 어렵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일각에서는 야생동물로 지정되면 함부로 죽일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는 이유로 우려가 나온다고도 합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어떤 생물을 야생동물로 지정하고, 수를 줄이겠다는 정책이 무모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이 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꽃사슴은 대만꽃사슴이라는 외래종으로 사실 한국 생태계의 일원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동물도 생명이기에 외래종이라고 함부로 죽여서는 안되겠지만, 분명 적절한 개체수 조절은 필요합니다. 순천시도 야생동물 관련 전문가나 단체와 협의한다고 하니 이런 상황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해상풍력과 석유 시추 중 야생동물을 위한 선택을 한다면

= BBC 1월 30일

해상풍력발전이 고래를 죽인다며 재생에너지를 부정하고, 석유 시추를 더 가열차게 하겠다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정책에 대한 비판입니다.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은 '생태계를 생각했을 때 풍력발전과 석유 시추 중 뭐가 더 나쁘겠느냐'입니다.

기사는 석유 시추를 할 때 발생하는 바닷속 소음,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름유출과 해상풍력에 대해 제기되는 소음 문제, 조류 충돌 문제 등을 면밀하게 비교했습니다. 그랬을 때, 야생동물만 생각해도 해상풍력이 낫다는 결론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혹은 정치인들이 환경이라는 분야를 이용하는 장면을 참 많이 봅니다. 한국에서는 '기후대응댐'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관련 기사는 살아지구에서 곧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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