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주차 기훗기훗
이 편지를 보내드리는 시간은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입니다. 다음 기훗기훗은 새해에 보내드리게 되네요.
살아지구의 구구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계신 이슬기 연구원은 기존의 인간과 지구 사이 관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생겼고, 인류세라는 커뮤니티로 모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뉴스레터를 보는 여러분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계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강한 이유는 '누군가를 무릎 꿇리고 싶어서'가 아닌 '누군가를 구하고 싶어서'라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연말에 잘 쉬어야 좋은 마음이 가득 찬 새해가 되겠죠?
살아지구를 운영하는 저는 그런 마음으로 모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는 기훗기훗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이번 주는 살아지구의 기사 먼저 소개해 드려요.
*️⃣‘사실과 다른’ 주장 하나로 10년을 버틴 한수원
= 살아지구 12월 23일
살아지구가 발행한 부산시 기장군 고리핵발전소 온배수 피해 4번째 기사입니다. 기장 어민들이 12년 전부터 한국수력원자력과 합의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한수원의 논리가 과연 타당한지 재판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한 기사입니다.
한국에서 핵발전소를 비롯해 전기를 만드는 여러 발전소는 설비를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다 씁니다. 바닷물을 온기를 머금고 다시 바다로 배출되는데요. 바다는 온도에 매우 민감합니다. 거기 사는 생물들도 마찬가지죠. 그러니 수산물을 삶의 기반으로 삼았던 해녀, 미역양식업자도 피해가 큽니다.
한수원은 어민들에게 2008년에 약속한 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전남대학교가 피해 조사를 대신 하고, 이에 따라 보상을 주겠다는 내용이었죠. 하지만 2012년 전남대학교가 피해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도 일방적으로 보상 지급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전남대 조사에는 하자가 있다'는 논리로요. 10년이 훌쩍 넘게 지났지만 한수원은 이 논리를 내세우며 재판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이 기사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수원의 주장은 이전에 모두 '사실과 다름'이 판명됐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매우 긴 기사지만,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돌고래도 놀 땐 서로를 보고 웃어
= 더컨버세이션 12월 17일
돌고래도 '놀이'를 할 때는 얼굴에서 웃음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돌고래는 보통 해면, 산호, 막대 혹은 사람이 바다로 내보낸 비닐봉지나 부표도 가지고 노는데요. 혼자 놀기도 하지만 새끼 때는 어미와, 좀 더 커서는 친구를 만들고 함께 놀이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놀이라는 건 먹이를 찾거나, 영역다툼을 하는 등 생존과는 관련 없게 여겨지는 활동들을 의미합니다.
앞서 2024년 10월, 돌고래들은 놀 때 입을 살짝 벌리는 형태로 함께 노는 돌고래들에게 '미소'를 보냈다는 연구가 해외에서 화제가 됐는데요. 돌고래가 수영을 하거나 공격적일 때 보인 행동과는 달라 놀 때 '미소를 보인다'고 한 것이죠.
거기에 더해 해당 연구에 참여한 해양생물 연구자 엘리자베타 팔라기(Elisabetta Palagi) 돌고래들이 서로 웃음을 따라한다는 것도 추가로 보고했습니다. 1300마리의 돌고래 얼굴을 촬영한 총 80시간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상대 돌고래가 미소를 지을 때 맞은 편의 돌고래도 웃었다는 거죠.
🐤기훗기훗 한마디
돌고래에게 '미소'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있어요. 미소는 사람들이 짓는 건데, 아직 과학적으로는 돌고래가 인간과 같은 마음으로 얼굴을 움직이는지 확인되지 않았으니 미소라고 하면 진실에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이 연구는 '포획된 돌고래'에게서 수행한 연구라는 것도 주의해서 봐야합니다. 야생에서는 그 양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나무 태우는 재생에너지? 늦었지만 지원 줄인다
= 한국 정부(산업통상자원부) 12월 18일
한국 정부는 나무를 이용해 만든 '우드펠릿', '우드칩'을 비롯한 물질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걸 '재생에너지'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드펠릿과 우드칩은 나무를 잘게 부숴 만든 연료인데요.
한국 정부가 나무를 태운 에너지가 재생에너지라고 본 건 '필요 없는 나무'를 베어내 태우는 것이기 때문이었는데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필요 없는 나무'가 아니라, 그냥 특정 구역의 나무를 모두 베거나 해외에서 나무를 통째로 베고 잘게 부숴 한국으로 수입된 제품들이 대부분 쓰입니다요. 국내외 69개 환경단체에서 이런 실태를 고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죠.
발전사에서는 바이오매스 제품을 사다 태우면,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때 주는 인센티브를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만드는 우드펠릿이나 우드칩 말고도 캐나다에서 온 호두 껍질이라던가, 인도네시아에서 벤 나무를 잘게 부숴 만든 우드펠릿 등이 수입됐죠.
문제는 이렇게 나무를 태우는 방식은 오히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석탄발전에 비해서도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물론 나무를 많이 베야 하기 때문에, 자연성도 해치는 일이죠. 한국 정부는 최근 우드펠릿과 우드칩에 대한 재생에너지 인센티브를 새로운 발전소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우드칩과 우드펠릿에만 적용한 부분과, 이미 운영 중인 발전소에서는 지원금을 계속 준다는 걸 문제 삼았어요.
정부는 전기를 사들이면서 이미 발전사에 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보조금을 없애는 건 다른 사례를 보더라도 어려운 일이긴 해요. 하지만 온실가스를 매우 많이 배출하면서, 실상은 전혀 자연에 도움이 안되는 것에 보조금은 계속 지급되겠죠. 오래 전부터 지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순차적으로 줄이지 않은 것에 대해 늦었고, 부족한 대책이라는 비판에서 정부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가열화로 육지 물부족, 위협받는 생명
= 그리스트, 12월 23일
지구가열화는 지구 평균 기온을 올리고, 지구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 땅이 머금을 수 있는 물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땅에서 건조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육지의 77%가 이전보다 건조해졌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유엔 산하의 사막화방지협약(UNCCD)라는 곳에서 경고한 겁니다.
육지가 건조해지면 또 발생하는 문제는 '과도한 염분'입니다. 땅에서 물이 없어지니 함께 있던 염분의 비중이 높아지는 거죠. 이렇게 되면 인간은 식량 생산의 문제를 겪고, 다른 생물들은 기존과는 다른 삶을 강요받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가뭄과는 다릅니다. 가뭄이 갑자기 찾아오는 물 부족 현상이라면, 건조화는 토양 자체가 건조해지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에 미치는 건조화의 영향은 현재로서는 황사를 들 수 있습니다. 몽골 땅이 건조해지면서 황사가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거죠. 위의 기사에서 인용한 사막화방지협약의 원본 보고서에도 2021년 몽골에서 발생한 대규모 황사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례를 들고 있어요.
❇️칠레 아타카마 사막 원주민들, 리튬 채굴에 반격
= 몽가베이 12월 20일
칠레에는 아타카마 사막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으로도 유명하죠. 물이 귀한 이 곳에서 사는 원주민들과 원래 살던 생물들에게 물은 생존 그 자체입니다.
아타카마 사막의 물은 지하에 있습니다. 바닷물이 모인 건데요. 이 지역의 리카난타이 원주민들은 물을 최대한 적게 소모하면서 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왔습니다. 생태계의 붕괴가 곧 그들 삶의 붕괴였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리튬이 주목을 받으면서,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리튬 채굴이 활발해지자 원주민들은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칠레에서 운영되는 리튬 채굴 회사는 지하에 스며든 바닷물을 추출하고 거기서 리튬을 추출합니다. 원주민들은 이전부터 리튬 채굴로 인해 발생할 아타카마 사막 생태계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 칠레대학교 석사과정생 호아킨 카스티요(Joaquín Castillo)는 리튬 채굴이 지반 침하를 일으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아타카마 사막에 거주하는 18개 원주민 부족이 공동으로 칠레 정부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자신들이 사는 땅이 사라질 거라는 우려에서죠.
🐤기훗기훗 한마디
새로운 산업이 자연을 무작정 이용하려는 일에 우리는 충분히 동의하고 있는 걸까요? 기술의 진보는 모든 위험과 피해를 감수할 만한 것일까요?
한국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2017년 11월 5일 지열발전소 때문에 5.8 진도의 지진을 겪은 경상북도 포항시 주민들입니다. 이때 15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지열발전소는 땅 속 깊은 곳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열을 전기를 만드는 시설입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진이 일어난 뒤 작동을 멈췄습니다.
지열발전소에 의한 포항 지진과 관련해 같이 읽어보면 좋을 이형석 과학칼럼니스트의 칼럼도 소개해 드립니다.
❇️산호의 죽음이 어장도 죽인다
= 우즈홀해양연구소 12월 19일
해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바다의 가열화 속도가 대기보다도 더 빠르다고 하죠. 산호는 바다 아래 바위에 붙어 사는 생물입니다. 산호는 바닷물의 온도가 오르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을 겪다 결국 죽는데요. 건강한 산호가 줄어들면 어업 수확량도 줄어든다는 연구결과입니다.
세계 최대 산호초(많은 산호가 모여 형성한 암석 지형)인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는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서 산호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어획량을 분석한 결과, 산호가 줄어들면 어획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초는 면적이 19% 줄었고, 최근 조사에 따르면 보호구역 내 산호 중 73%에 백화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현재 살아 있는 산호가 산호초에 붙어 있는 면적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34%~39.1%입니다. 연구소는 만약 살아 있는 산호의 면적이 30%에서 25% 사이로 줄었을 때 송어는 8% 줄어들고, 새들테일 스내퍼는 19% 줄어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산호의 죽음이 어장을 황폐화시키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산호가 살아 있다면 그곳에 숨어 살아가는 작은 물고기들이 많고, 다른 물고기들도 찾아옵니다. 그러나 산호가 죽으면 그 바다의 생명력 자체가 줄어들어 큰 물고기들도 오지 않게 되죠.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에도 산호 군락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비록 호주처럼 바위 같은 산호초를 이루진 않지만 산호들이 모여 사는 곳이 제주 남쪽 바다에 있습니다. 올해 여름과 가을 제주도 바다 온도가 굉장히 높게 오래 유지됐는데요.
해양과학시민센터 파란이라는 단체는 올해 제주 산호들에게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수산물을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는 측면에서도 한국은는 바다 생태계를 지켜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살충제에 꿀벌보다 야생벌이 더 위험
= 사이언스 11월 14일
벌은 꿀벌 한 종류가 아니라 아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땅에 굴을 파고 사는 벌도 있고, 꿀벌처럼 집을 짓는 경우도 있어요.
우리는 흔히 '꿀벌이 위험에 처했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사실 야생벌의 생존도 위험한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곤충을 죽이는 주 원인인 살충제가 땅에 사는 야생벌에 더 위험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농사를 지으며 살충제를 뿌리면 땅으로 흘러들어가죠. 그렇게 되면 땅에 집을 짓고 사는 벌은 살충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특히 벌들은 모여 사는 경우에 서로 해독을 해주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꿀벌처럼 모여 살지 않는 벌들도 있어서 이들에게는 살충제가 더 치명적입니다.
연구진은 땅으로 살충제가 흘러들어가는 부분에 대해서 규제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땅에 사는 벌이 있다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으로 땅벌이라는 곤충이 있죠. 땅 속에서 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한국에서 꿀벌에 대한 관심도 높지는 않지만, 야생벌에 대해서는 더 관심이 적습니다. 한국에서는 '벌볼일있는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야생벌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이언스에 실린 이 논문은 한 달 넘게 전에 발표된 논문이지만, 중요한 내용이라 기훗기훗 마지막에 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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