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최대 31%다 [기훗기훗 11월 2주차]
❇️ 2035 온실가스 감축 목표 확정
2035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53~61% 줄여야 한다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확정됐습니다. 대통령이 주관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이 된 겁니다.
각종 보도만 보면 산업계도 53% 아니면 61%를 줄이면서 엄청난 부담을 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2035년까지 산업계는 24.2~31%를 줄이는 계획입니다. 반면 전력산업은 68.8~75.3%까지 줄여야 하죠. 이미 국가가 대부분을 담당하는 전력 부문이 산업 부문보다 훨씬 큰 감축 부담을 지고 있는 겁니다.
환경 관련 시민단체는 "부족하다"고 하고, 산업계는 "무리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할수록 모든 사람에게 이로우니 "부족하다"는 반응은 당연합니다. 다만 각종 경제 매체가 앞다퉈 인용하듯 산업계, 경제계가 말하는 '비현실적'이라는 말에는 의문이 생깁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14개 경제단체는 입장문을 내 “정부는 도전적인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과감하게 전환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규제보다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양 측의 지적에 대해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산업계에는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죠. 이 대통령은 “(2035년 감축목표와 관련해) 아직 논란이 있는데, 그 이유는 이걸(2035년 감축목표) 강화하면 석탄발전소 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산업들의 부담이 커지지만 대신 재생에너지 산업 등에는 기회가 또 생기는 것”이라며 “기업의 부담이 되긴 하지만 결국은 이렇게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반대하는 분도 계시고, 빨리 해야 한다는 쪽도 있고, 지금 그런 상태인데 우리 정부가 정부 차원의 목표치를 정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줄이기 목표를 공식적으로 정한 건 1997년 교토의정서를 통해서입니다. 국내에서도 계속 논의됐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펼쳤습니다. 산업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분명한 신호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는 이야깁니다.
❇️ 섬으로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 뉴시스 11월 11일
뉴시스 김덕진 기자가 태안군에서 해양쓰레기 운반선을 실제 타보고 전한 현장입니다.
올해 12회에 걸쳐 충남호가 태안군 가의도에 들러 가져온 해양쓰레기는 67t, 충청남도 전체 운반량(668.5t)의 10%에 달합니다. 그럼에도 매월 10t 가량의 해양쓰레기가 가의도 해안가에서 수거됩니다.
수거를 지켜보던 가의도 주민 김동권(67)씨는 "이쪽은 조류가 묘한 게 북풍에 닿으면 중국 쓰레기가 다 떠내려 온다"며 "어장 쓰레기도 오고, 일제도 조금 있고 북한 것도 조금. 최근 중국산 대형 소화기도 바다에 떠내려 온 걸 주웠다"고 설명했다.
장재성 선장은 집하장을 보고 "아이고"를 내뱉고는 "스티로폼이 너무 많아요. 일단은 작업 스티로폼도 많고 그 다음에 500㎖짜리 빈 물병이 많아요"라며 "스티로폼은 부서지니까 문제예요. 부서지면 어떻게 할 수도 없고…"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효구 환경정화선운영팀장은 "이렇게 운반에만도 모항 출발부터 섬 도착, 다시 육지에 쓰레기를 내인 후 모항으로 돌아가기까지 하루가 다 쓰이지만 여전히 해양쓰레기는 넘쳐난다"며 "이런 상황에서 바다 속, 또는 부유 쓰레기를 모아 처리하려면 충남에도 전용수거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늘푸른충남호 선원들은 육지 환경미화원처럼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관련 수당을 아예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태"라며 "조례에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인데 제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전봇대 뽑아서 흑두루미 서식지 늘리는 순천시
= 연합뉴스TV 11월 6일
순천시가 전봇대를 뽑았습니다. 흑두루미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더 마련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순천시는 6일 '2025 순천만 흑두루미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해외 전문가들과 시민들과 함께 '전봇대 철거 행사'를 열었습니다. 순천시는 올해까지 안풍들 일대 전봇대 49개를 추가로 제거하고 겨울 철새 서식지를 50㏊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흑두루미는 몸이 검은색 깃털로 뒤덮인 큰 새입니다. IUCN 평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9,750-13,000마리 남은 멸종위기종입니다. 시베리아, 러시아 연해주, 한국, 일본 등에서 삽니다. 한국에는 겨울철에 찾아오고요. 순천만은 흑두루미가 들렀다 가는 중요한 요충지입니다.
그런데 흑두루미를 비롯한 새들이 들판을 찾아 왔다가 전봇대나 전선에 부딪히거나 걸려서 죽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전봇대를 뽑기로 한 거죠. 전봇대를 뽑는 건 흑두루미 뿐만 아니라 노랑부리저어새, 재두루미 등 다른 새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겁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흔히 리조트를 짓거나, 강에 물을 채워서 배를 띄우는 방식으로 시민들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이 많습니다. 이런 행위는 결국 생물의 서식지를 줄이게 됩니다. 물을 채운다고 더 많은 어류나 수중 생물이 사는 게 아니라, 원래 살던 환경을 잃어버리는 거거든요.
그러나 노관규 순천시장은 분명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식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인기를 얻고, 실질적인 성과도 내는 '좋은 포퓰리즘'의 예인 것 같습니다.
🐤다른 관점의 관련보도
이에 대해 비슷한 사안을 두고도 구미시를 지적한 기사도 있었는데요. 뉴스펭귄 우다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겨울철새 간판 삼은 두 도시, 왜 '순천만'은 살리고 '구미시'는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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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