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주차 기훗기훗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되는 시기입니다. 국정감사는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가 정책이나 제도 등을 잘 운영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자리입니다. 언론 입장에서도 평소에 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용들을 국회의원의 자료를 통해 함께 감시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죠.

살아지구는 기후, 생태를 다루는 매체 특성 상 기후에너지환경부를 감사하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나오는 내용을 봅니다. 하지만 환경이란 문제가 항상 여러 측면이 있죠. 그래서 때로 에너지 관련해서 산업통상자원부를 감사하는 산자중기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봐야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내용들은 보통 메이저 언론에서는 주목을 끌지 못해 기사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아지구는 국정감사를 지켜보다 중요한 내용이 있으면 다시 찾아올게요.


❇️ SRF발전소, 광주시VS포스코이앤씨

= 연합뉴스 10월 14일

광주 SRF발전소를 두고 광주광역시와 포스코이앤씨가 강하게 부딪히고 있습니다. SRF는 생활폐기물을 태울 수 있는 연료로 가공한 것입니다. SRF발전소는 이 연료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시설이고요.

앞서 광주광역시는 포스코이앤씨와 함께 생활폐기물을 SRF로 만드는 시설을 나주시에 지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한 SRF를 한국난방공사가 운영하는 나주발전소에에 납품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나주 시민들이 SRF 생산 시설을 반대하면서 연료 납품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과거 나주 시민들은 나주SRF발전소 때문에 악취에 시달린 적이 있었죠.

포스코이앤씨는 광주광역시가 SRF 시설을 가동하지 않아 전기를 생산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광주광역시를 상대로 손해 2100억 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한상사원 중재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걸 신청한 거죠. 광주광역시는 이 사건에서 책임은 한국난방공사에 있고, 이미 재판을 통해 배상 판결을 받았으므로 추가적인 배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을 대상으로 과거 손실 금액인 637억 원으로 합의할 의사를 물었습니다. 송 대표는 "지적사항을 수용하겠다"고 답변했죠. 마치 광주광역시와 포스코이앤씨가 637억 원에 합의할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광주광역시는 이 질의의 본질이 틀렸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이앤씨가 이미 손실을 본 637억 원을 산정한 것이 부풀려졌기 때문에 합의할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광주광역시는 원래 SRF의 가격인 1t 당 4만 6000원 수준이었는데 포스코이앤씨 측이 손해배상 요구를 하며 16만 1000원으로 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SRF 예시 사진. 해당 이미지는 Gemin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 지구 임계점 중 하나인 산호, 임계점 도달

= 스톡홀름리질리언스센터 10월 13일

지구 평균 기온 상승하면서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지구의 현재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현상들을 꼽아 '임계점'을 설정합니다. 이런 상태를 넘어가면 해당 분야의 문제는 돌이키기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그런 대표적 임계점 중의 하나가 '산호초의 생존'입니다.

산호초는 해양생물인 산호가 겹겹히 쌓여 만들어지는 지형입니다. 죽으면 딱딱해지는 산호들이 겹쳐서 바위를 만들고, 이 바위들이 모여 지형을 만드는 거죠. 산호는 온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바다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지표로 꼽힙니다. 산호는 살기 어려워지면 먼저 하얗게 변하고, 이후에 회복을 하지 못하고 죽습니다.

영국 엑서터대,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인 '글로벌티핑포인츠'가 최근 발표한 '2025 글로벌 티핑포인츠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가 이미 1.4도 진행 중인데, 따뜻한 바닷물에서 산호초는 열 측면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으며 전례 없는 죽음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구 기온 상승이 1.5도가 넘어가면 대부분의 산호초가 완전히 생명력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산호라는 생물이 모여 산호초를 만든다


❇️ 멸종위기종 목록 개정, 하나의 희망과 여러 위기

= IUCN 10월 10일

최근 IUCN이 멸종위기종 목록을 개정했습니다. IUCN Redlist(적색목록)인데요. 국제 기관인 IUCN은 여러 생물들의 현황을 평가해서 어느 정도의 멸종위기를 겪고 있는지 등급을 매깁니다.

이번 개정에서 많은 언론이 주목한 건 '푸른바다거북의 멸종위기 탈출'이었습니다. 바다에 사는 푸른바다거북은 이번 개정 전까지 멸종 직전인 단계 다음인 위기종(EN, Endangered) 등급이었죠. 이번 개정에서는 멸종위기종이 아니라는 뜻의 최소관심종(LC, Least Concern) 등급으로 지정됐습니다. IUCN은 전 세계적인 푸른바다거북 보호 활동이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면서, 이런 활동이 바다 전체에 필요하다고 말했죠.

물론 희망적인 얘기인데요. 다른 측면에서는 사실 더 많은 종이 멸종위기로 분류됐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와 삼림벌채가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번 개정에서 두건물범, 수염물범, 하프물범이 멸종위기 등급이 크게 높아됐습니다. 원래 최소관심종이었는데 위기종으로 평가받은 거죠. 또 이번 개정에서 조류 22종이 멸종위기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높아졌습니다. 현재 전 세계 조류 중 44%의 종이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프물범 새끼 사진 Matthieu Godbout - 위키미디어 커먼스

❇️ 석유기업, 재생에너지 소홀

= 몽가베이 10월 10일

전 세계 주요 석유기업들은 재생에너지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었죠.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기업으로서, 재생에너지에도 참여하겠다는 일종의 면죄 의사를 밝힌 겁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 중 1.42%만이 석유기업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르셀 야베로 파스키나 바르셀로나대 연구원은 프랑스 토탈에너지, 이탈리아 에니, 영국 BP와 셸, 미국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250개 석유기업을 분석했습니다. 이들기업이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에 어떻게 투자했는지 살펴본 겁니다. 그 결과 석유기업들의 말과는 달리 재생에너지에 소홀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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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