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주차 기훗기훗

명절은 끝났지만,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쉬시는 동안 이번주 기훗기훗도 한번 쓱 훑고 가셔요.

❇️ 지구공학은 '미끼'다

= 르포르테르 10월 5일

지구공학(Geoengineering)은 지구 표면에 태양열을 반사하는 판을 만들어 태양 에너지를 우주로 돌려보내거나, 공기 중의 탄소를 모아서 지층의 빈 틈에 저장하는 등 기술을 통해 지구가열화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의미합니다. 지구공학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립니다.

그런데 최근 프랑스 과학아카데미(Académie des sciences, 과학한림원)가 공식적으로 지구공학은 기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선언했습니다. 지난 2일 아카데미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지구공학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대안도 아니고, 기적적인 기술적 해결책도 아니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특히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술로 인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을 수 있는 '미끼'라고 봤습니다.

이들의 문제제기는 이 기술들이 '신뢰 불가능하다'는 데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지구공학은 보통 민간 기업에서 개발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글로벌 대기업인 구글과 메타는 바닷물을 인위적으로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탄소 흡수를 더 많이 하게 하는 프로젝트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데이터센터로 인해 앞으로 많은 온실가스르 배출할 주체로 꼽힙니다.

아카데미는 이에 대해 "민간이 과학적 신뢰를 갖춘 척하면서 추진하고 있다. 기준도 없이 말이다. 해양 알칼리화에 대해 전반적 평가를 수행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다에 화학물질을 살포해 바닷물을 알칼리화하는 모습을 묘사한 가상 이미지. 현실에서는 비행기로 살포하지 않고, 공장같은 것을 지어서 물질을 살포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이미지는 Gemini의 이미지 생성 기능을 활용해 제작됐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에서 시도하는 지구공학이라고 하면 '블루카본', 'CCUS'가 대표적입니다. 블루카본은 바다에서 자라는 잘피라는 식물을 심어서 탄소 배출을 더 하자는 것이고 CCUS는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가스전에 저장하는 프로젝트입니다.


❇️ "원주민 동의는 '체크박스' 운동이 아니다"

= 몽가베이 10월 6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운동가 시네구구 주쿨루가 환경 전문 매체 몽가베이를 통해 전한 논평입니다.

그는 "원주민의 협의와 참여는 채굴 및 개발 사업이 우리의 토지, 수역, 그리고 자원에 영향을 미칠 때 동의 절차의 핵심 요소다"라면서 "이런 협의와 참여는 결코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러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점점 더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는 개발사업, 원주민과 협의가 조건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도 만약 댐을 짓는다거나, 폐기물 처리장을 지을 때 주민들과 협의한다고 하죠. 해외와 달리 우리는 서로 민족이 다르진 않지만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이라는 것에서는 맥락이 같습니다.

시네구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정부가 주민들과 협의하는 FPIC라는 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FPIC는 원주민 동의를 비롯해 여러 조건을 만족했을 때 특정 사업을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시네구구는 정부와 원주민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국가는 이미 확정한 사업에 원주민들을 끌어들여 강제로 동의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네구구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공동체에 '분열의 씨앗'을 퍼뜨린다는 점입니다. 일부 원주민에게 일자를 약속하거나, 동의한 사람에게만 트랙터와 온수기를 제공하고, 특정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겁니다.

시네구구는 협의가 아닌 '압도적인 동의', 즉 원주민 사이에서 이미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이 동의한 사업일 경우에 허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저는 이 논평을 보면서 한국의 환경영향평가가 아주 강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한국의 환경영향평가는 어떤 사업을 할 때 통과해야 할 절차인데요. 특정 사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가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해야 허가를 해 주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조건 중에는 '주민 수용성'이라는 분야가 있습니다. 실제 영향을 받을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거죠.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저 '통과의례'로 여겨집니다. 주민설명회를 열고, 공청회를 한다고 하지만 사업 진행 여부는 이미 결정한 채 동의 여부는 묻지 않습니다. 반대한다고 해도, '해결하겠다'는 말로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고 말죠. 살아지구는 이런 절차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히 주민들 증언에 따르면 자신들에게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잔치를 열어 준다거나, 선물을 주는 것도 비슷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 기상장비 고장 2배, 원인은?

= 뉴스1 10월 6일

기상청은 전국 곳곳에서 기온, 습도, 풍속 등 기상관측장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상관측장비 장애 건수가 약 600건으로, 2021년 330건에 비해 약 2배 늘었습니다.

장애 원인 중 대부분은 통신 네트워크 단절, 센서 노후, 낙뢰에 의한 장비 손상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요. 기상관측장비는 기상 현상을 예측하고 기후변화를 기록해서 인명과 재산 피해 등을 막는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죠.

따라서 노후 장비를 교체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며, 장비의 내구성을 충분히 확보하는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 아시아 해상풍력의 고민, '태풍'

= BBC 10월 8일

해상풍력은 한국에서 '핫'한 에너지입니다. 대규모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탄소중립까지 해야하다 보니, 한 번에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는 해상풍력이 재생에너지 중 가장 주목받고 있죠. 하지만 과연 한국이 해상풍력을 급격하게 늘릴 만한 상황인가, 발전의 효율이 충분히 나올 것인가가 계속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중 중요한 변수는 한국의 기상 상황입니다. 한국 연안은 주기적으로 태풍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우리와 기상 상황이 비슷한 중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중국 해상풍력 업계는 태풍에 대비하고 있지만, 아직 난제입니다. 앞서 2024년 9월 중국에서는 중국 원창 지역의 연안 해상풍력 발전소가 태풍에 의해 무너진 적이 있습니다. 높게 뻗어있던 해상풍력 발전기가 기둥이 꺾인 채 누웠죠. 이때 최대 풍속은 223km였습니다. 중국은 태풍에 대비한 해상풍력 발전소의 국가 표준이 있지만 198km/h의 바람에 10분 동안 견딜 수 있는 수준입니다.

태풍에 대한 고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해상풍력은 발전 용량을 늘리기 위해 날개 길이를 늘리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날개가 더 길어지면 태풍에 취약해집니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이 기간은 짧아지는 반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이제 해상풍력이 정치권에서 '당연한 목표'가 됐는데요. 확실히 시작하기 전에 따져볼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 25년의 탄소 크레딧 실험, "실패"

= 더가디언 10월 6일

탄소상쇄(Carbon Offse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상쇄 제도'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죠. 아시다시피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는 지구의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늘어나서 발생합니다. 온실가스는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하지만 인류가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그 양이 급증했고, 지구의 온도 상승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지구가열화를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합니다. 에너지를 최대한 덜 쓰거나, 재생에너지를 도입해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게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자기가 쓰는 에너지를 줄이기보다, 다른 곳에서 온실가스를 줄여서 그걸 인정받는다는 개념이 '탄소 상쇄'입니다. 예를 들어 숲을 새로 만든다고 하면, 이 숲이 조성된 이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됩니다. 그럼 특정 기업이 숲 만들기 프로젝트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만큼의 인증서를 구매하면 온실가스를 줄인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죠.

이 탄소 상쇄는 25년 정도 지속돼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탄소 상쇄 프로젝트들이 효과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나무 심기, 숲 보호, 습지 복원 등이 문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나무를 심더라도 나중에 산불로 인해 숲이 소실되더라도 탄소 상쇄를 한 인증서는 유효합니다. 그럼 실제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해도 흡수한 것으로 인정받죠. 숲을 보호하는 프로젝트의 경우, 벌목꾼이 나무를 없애는 만큼을 탄소 상쇄로 인정받는데 벌목꾼은 다른 곳으로 가서 나무를 벨 겁니다. 그럼 다른 숲에서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지만, 이 상황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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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