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주차 기훗기훗
살아지구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일어난 날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무안공항과 제주항공을 둘 다 언급하는 이유는 참사 원인이 공항과 항공사 둘 다에 있다는 가능성이 아직 있기 때문입니다.
생태계를 고려하면 항공기의 '조류충돌'은 공항에 항상 존재하는 위협입니다. 비행기가 날 수 있는 곳은, 일반적으로 새에게도 좋은 서식지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지구는 이 참사 원인 규명에 있어 공항과 항공사에 부여된 책임을 부정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먼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애도의 시간입니다. 애도는 누구에게는 긴 일이 될 것입니다. 완전히 치유되기는 긴 시간이 들겠지만 피해자들의 마음에 한줄기 위로가 될 수 있는 원인 규명, 사고 수습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무거운 마음이지만 이번 주 기훗기훗 전해드립니다.
❇️동물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
= 더컨버세이션 12월 5일 (2024년)
동물도 죽은 누군가를 떠나보내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수자나 몬소()라는 UNED() 연구자가 동물들이 어떤 애도 행동을 보이는지 팟캐스트에서 소개했습니다.
동물들은 사람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개념이 다르다는 게 과학계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주머니쥐라는 동물은 죽은 척이 생존의 방식인데요. 포식자 앞에서 죽은척을 하면서 생존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몇몇 동물들은 생존과는 관련 없는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생존을 해하는 경우가 있죠. 새끼가 죽었을 때 그 사체를 버리지 못하는 범고래나 침팬지가 발견됐던 게 그 예입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동물원, 바이오파르크에 사는 한 침팬지 어미는 새끼가 죽은 뒤 7개월 동안 새끼의 사체를 마치 살아 있는 아이처럼 돌봤습니다. 연구자는 이런 행동이 '강한 유대'가 생존의 조건이라는 걸 의미한다고 봤습니다. 강한 유대로 새끼를 아주 가까이서 돌보는 게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이 내용에서 핵심은 '유대'입니다. 어미와 새끼처럼 유대가 매우 강한 사이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어려웠다는 거죠. 어쩌면 우리 사회가 타인의 죽음에 무정해지는 것도 어쩌면 이 유대란 게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특성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강한 유대로 주변을 돌보는 특성을요.
❇️한국의 헌 옷이 인도의 노동자를 병들게 하기까지
= 한겨레 1월 1일
한국인이 헌 옷을 수거함에 버리면 그 옷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될까를 추적한 한겨레의 탐사보도입니다. 한국에서 수거된 옷이 인도로 흘러들어갔고, 이 옷들을 표백하는 인도의 공장에서 폐수를 무단으로 방류하며 지역사회의 사람들이 병들고 있었습니다.
한겨레가 인터뷰한 크리샨 랄 샤르마 씨는 혈액암과 투병 중이었고, 다리가 마비됐으며,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몸 곳곳에 발생했습니다. 인구 4000명 정도의 마을에서 400명의 사람들이 피부질환과 중증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인도에서 법을 잘 지켰으면 문제 없는 것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고 난 폐기물의 처리를 다른 지역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겼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만든 '찌꺼기'를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달곰은 자연에 돌아왔다, 하지만 살 곳은 잘 지켜지는가
= 함께사는길 1월 2일
"지리산을 떠난 반달곰들은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올무에 걸려 죽고, 발신기 배터리 교체를 위한 포획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날 때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정책 전환을 말했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윤주옥 상임이사가 서울환경운동연합이 발행하는 주간지 함께사는길에 쓴 글입니다.
한국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은 일단 '자연에서 살게 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밀렵으로 인해 한국에서 멸종했던 반달가슴곰을 복원해 다시 자연에서 새끼를 낳고, 살아가고 있죠.
그러나 반달가슴곰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잘 보존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반달가슴곰 복원이 이뤄졌지만, 글쓴이의 말처럼 지리산에는 케이블카,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반달가슴곰이 삶을 이어가기 어려운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꿀벌을 넘어, 야생 '수분매개자'을 지키는 사람들
= 함께사는길, 1월 2일
'꿀벌이 사라진다'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벌을 보는 사람들은 조금 나아간 진단을 내놓습니다. '꿀벌이 사라진다'기보다 '생물다양성의 위기'라는 겁니다. 가장 의심이 되는 원인은 벌을 죽이는 살충제 네오니코티노이드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최영 팀장이 전한 소식입니다. 서울환경운동연합과 '벌 볼 일 있는 사람들', 생명다양성재단은 '유니벌스'라는 미션을 꾸려 야생벌과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기록은 생태계 보호의 기초 단계입니다. 정부조차 손을 놓고 있는 생태계 기록이 많아 시민들이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학을 기반으로 한 시민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다행이지만, 그 중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살아지구의 바람입니다.
❇️프랑스의 원전안전개혁
= 르포르테르 1월 2일
프랑스에서 원전안전개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방사선 보호 및 원자력안전연구소(IRSN)와 원자력안전청(ASN)이 합병되는 게 골자인데요. 한국으로 치면 한국원자력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합쳐지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비록 둘 다 정부에 있는 기관이지만, 두 기관은 성격이 다릅니다. ASN은 안전을 평가해 승인을 하는 정부기관이고, IRSN은 원자력으로부터 안전한 기술을 연구하고 전문가들이 특정 기술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 기관입니다. 그런데 이 둘이 합쳐진다고 하니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겁니다.
통합에 반대하는 IRSN 노조 측은 특히 연구 기능이 약화되고, 전문가들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침해받을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핵 기술은 인류가 만들어놓은 기술 중 가장 위험도가 높은 기술입니다. 그럴 수록 '양심'이 중요합니다. 그 양심은 전문가의 독립성에서도 나옵니다. 양심은 잘못된 시스템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원자력 안전은 전문가의 독립성이 잘 보장되고 있을까요? 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프로 보는 2024년 기후변화
= 인사이드클라이밋뉴스 12월 29일
계속 높아지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2024년 12월 11일 기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4.98ppm입니다. 1960년 이후 계속되는 가파른 증가세입니다.
멈추지 않는 화석연료 이산화탄소 배출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도 주춤하지 않고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증가세가 더뎌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과 달리 올해 37.4Gt으로 지난해보다 0.8% 더 높아졌습니다. 이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0.9% 높아졌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파른 미래
높은 확률로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미만으로 유지하려면 2035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1.7도 미만으로 하려면 2052년에 0으로 만들어야 하구요. 2.0도 아래로 유지하려면 또 207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지구가열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가 채택해야 할 노선은 분명하지만, 대부분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합니다. 계속해서 배출량은 늘어나고만 있죠.
한강 작가가 2019년 노르웨이의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에 참가해 한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 생각납니다. "저는 불충분한 낙관 속에서 무엇인가 하려고 애쓰는 것, 그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이라고 믿고 있어요"
❇️'친환경적' 불꽃놀이가 가능할까?
= 더컨버세이션 1월 2일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불꽃놀이를 하죠. 그러나 불꽃놀이는 미세먼지 물질, 중금속 등을 배출합니다. 영국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2020년에 런던 웨스트민스터에서 새해 불꽃놀이를 한 뒤 6시간이 지나자 템즈 강에서 미세플라스틱 양이 1000% 증가했습니다.
또 불꽃놀이는 큰 소리와 빛을 발생시켜 야생동물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합니다. 에든버러 동물원에서는 불꽃놀이로 인해 아기 레서팬더가 죽은 경우도 있었죠. 화재 위험도 있습니다. 대안으로는 드론, 레이저 쇼가 있긴 하지만 선택지도 좁고,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한국에서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동대문 DDP에서 12월 31일 밤에 불꽃놀이를 합니다. 올해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국가애도기간 중이라 불꽃놀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특별하게 만들면서 좋은 기분을 느끼죠. 불꽃놀이는 어떤 날을 특별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기분 전환이 문제를 낳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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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