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주차 기훗기훗

정신없이 무언가 열심히, 바쁘게는 했는데 어떻게 가고 있나 생각이 드신 적 있나요. 지난 8개월을 돌아보니 살아지구가 그런 것 같습니다. '무엇을 보도하고 싶었나'가 조금 희미해진 채 당장 앞에 있는 것들을 해결하려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살아지구의 취재는 쉬지 않지만, 당분간 보도물은 더디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 가열찬 보도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동안 매주 기훗기훗으로 만나겠습니다.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 중지될까
= 뉴스1 6월 16일
환경단체가 연합한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공사를 중지해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오색케이블카는 국립공원 내에 설치가 예정됐습니다. 국립공원은 자연을 그대로 지키기 위해 설정한 '보전구역'인데, 이런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기 때문에 여러 환경단체는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리한 법무법인 자연의 최재홍 변호사는 “설악산은 미래 세대를 위해 온전히 보전해야 할 우리 모두의 자산”이라며 “사업의 불확실한 경제적 이익보다 설악산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는 공익이 훨씬 중대하다는 점을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오색케이블카와 관련해서는 지난 12일에 국가유산청이 공사 중지를 명령한 바도 있습니다. (= 경향신문 6월 12일)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하는 오색케이블카 사업자의 행동을 문제삼은 건데요. 천연기념물 보호를 담당하는 국가유산청은 사전에 오색케이블카 사업자와 양양군이 보전을 제대로 한다는 조건을 걸고 사업을 허가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자가 희귀식물을 옮기기 전에 미리 '이행계획'을 내지 않고 공사를 했다는 거죠. 희귀식물을 무사히 옮기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다만 양양군은 미리 공사 신고를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 해양산성화, 5년 전 임계점 넘었을 가능성
= 플리머스해양연구소, NOAA, 오리건주립대 등 6월 9일
최근 영국 대학과 미국 해양대기청 등 연구자가 모인 국제 연구진이 일부 바다에서 해양산성화가 5년 전에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정도로 악화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해양산성화는 바닷물의 산성도(pH)가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바닷물은 원래 약한 염기성(알칼리성)입니다. 해양산성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녹여 흡수하는데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다보니 바다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산성도가 낮아져 산성에 가까워지는 겁니다. 그럴수록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이산화탄소는 바닷물 속에 있는 물과 만나 탄산을 생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탄산이온이라는 물질은 줄어들죠. 산호, 소라와 같은 해양생물처럼 딱딱한 구조물을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딱딱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탄산칼슘이 꼭 필요한데요. 탄산칼슘은 탄산이온과 칼슘이온이 결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탄산이온의 감소는 이들 생물의 삶에 치명적입니다.
과학자들은 지구 시스템의 변화를 이전으로 다시 돌이키기 힘든 지표 7가지를 지정했고, 그중 하나가 해양산성화입니다. 해양 과학자들은 바닷물 속 탄산칼슘이 산업화 이전 시절보다 20% 줄어들었을 때 돌이키기 힘들다고 보는데, 이번 연구결과에서는 일부 지점에서 이 수치보다 낮은 탄산칼슘 수치를 보였습니다.

❇️ 강 수은 수치, 산업화 이전 대비 두배 높아졌다
= 툴레인대학교, 6월 11일
전 세계 강에 있는 수은 농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두 배 높다는 연구결과입니다. 수은은 인체에 해로운 대표적인 중금속입니다.
그간 전 세계 강에 수은이 얼마나 많은지는 연구가 이뤄졌지만, 비교할 대상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수은은 자연적으로도 순환하기 때문에, 비교 대상 없이 어떤 게 심각한 문제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죠.
이번 연구결과에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업화 이전 시절 강에 수은이 얼마나 있었는지 파악한 겁니다. 수은 오염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북미와 남미였고,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이 속한 동남아시아, 그 다음으로는 인도와 파키스탄 등이 속한 남아시아가 심각했습니다.
남미와 동남아시아에서 수은이 증가한 원인은 광산, 특히 금광이 문제였습니다. 중국의 경우 산업에서 발생한 수은으로 추정됐는데요, 양쯔강으로 엮여 있는 이 지역에서 수은 배출량 중 70%는 중국 강에서 발생했습니다.
❇️ 온라인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멸종위기종은 상어
= 몽가베이 6월 11일
온라인 시장이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멸종위기종의 뼈, 뿔 등을 판매하는 것도 온라인에서 이뤄집니다. 야생동물 밀매 실태를 조사한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진에 따르면 148개 온라인 판매처에서 멸종위기종 관련 상품은 546개에 달했습니다.
박제 호랑이, 해달, 샴악어 등 포유류나 파충류, 조류를 가리지 않고 판매되고 있었는데요.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한 수치입니다.
가장 많았던 건 상어 뼈였습니다. 상어 상품 중 거의 75%가 심각한 멸종위기 단계의 종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판매 금지나 서약 같은 기술적 해결로는 한계가 있고, 사람이 야생동물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시가랩 무상지원
= 이 주의 좋은 캠페인
시가랩은 카드 형태의 재떨이를 담배와 함께 들고 다니다가, 담배꽁초를 담을 수 있는 물건입니다. 카드형 휴대용 재떨이인 셈이죠. 냄새 없이 쓰레기통까지 가져가서 버리면 됩니다. 시가랩을 비치하고 관리를 직접 하실 수 있는 단체나 기관이라면 무상지원이 가능하게 되었다고 하니까요. 우리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자꾸 담배꽁초를 버리는 게 마음에 안 드셨던 분이라면 슬쩍 비치해 보면 좋겠죠? 참여하고 싶으시면 아래 시가랩 캠페인 측에 메시지를 보내시면 됩니다.

공익을 목적으로 한 좋은 캠페인, 행사 등이 있다면 기훗기훗에 소개해 드립니다. 비영리 언론인 살아지구는 당연히 어떤 사례도 받지 않습니다.
❇️ 구름 속에 사는 미생물, 인체에도 위협
= BBC 6월 11일
구름 속에도 수많은 미생물이 산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구름에는 사실 잠자리, 민들레 씨앗도 있고 특히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미생물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 구름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물이 증발하면서 구름을 이룰 때 미생물이 섞여 들어가기도 합니다. 2017년에 나온 한 연구는 구름에서 28,000종 이상의 박테리아와 2,600종 이상의 곰팡이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균은 구름 속에서 비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미생물들은 각자 '내성 유전자'라는 걸 갖고 있습니다. 내성 유전자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건데, 내성 유전자를 가진 균을 항생제 내성균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이 내성 유전자를 가진 미생물을 몸에 지니게 되면 종류에 따라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됩니다. 약이 듣지 않게 될 수 있는거죠. 고기나 수산물 같은 식품을 통해서 항생제 내성균이 퍼지기도 하지만, 구름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더 광범위하게요.
❇️ 배터리 위한 광물 채굴이 '천국의 바다'를 위협하다
= BBC 6월 15일
인류는 새로운 광물 채굴에 열을 내고 있습니다. 과거 금, 석탄 등에 이어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니켈, 리튬 등이 그 대상이죠.
인도네시아 라자암팟은 여러 개 의 섬이 모인 군도로, 숲과 해양의 생태계가 잘 보전됐던 곳입니다.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는 산호초가 있는 곳이죠. 그런데 니켈 채굴로 인해 이 섬들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환경단체 글로벌위트니스는 BBC에 사진들을 공유하며 라자암팟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나무로 가득했던 숲이 베어졌고, 땅이 깊게 패였습니다. 바다에는 흙탕물이 흘러갑니다.
생태학자인 마크 에르드만 박사는 라자암팟이 "해양 생물다양성의 세계적 중심지"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환경단체의 문제제기에 라자암팟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5개 회사 중 4개에 대해 채취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광산 회사가 법적 조치를 통해 이 결정을 되돌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어떻게 보면 니켈은 기후위기 대응에 꼭 필요한 광물로 취급됐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꼭 필요한 물질이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자원을 이렇게 마구 채취해도 되는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한정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자원을 쓴다면 그것이 산업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뭐가 다를까요? 과연 자연은 괜찮을까요?
기훗기훗 뉴스레터 재밌게 보셨나요?
혹은 보다가 거슬리는 게 있었나요?
살아지구에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