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주차 기훗기훗

오늘의 기훗기훗은 국내 기사만 소개합니다. 한 설문에 따르면 한국인이 기후위기에 가장 민감한 계절이 '여름'인데요. 일상에서 기후위기가 미치는 가장 큰 불편함이 더위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 기사도 많았습니다.
그럴수록 기후위기의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된 사람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에너지바우처 예산이 부산에서 남아 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에너지바우처는 전기료를 낼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인데요. 대상자들이 잘 몰라서 신청을 하지 않았고, 예산이 남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게 도와주는 건 어쩌면 작은 보살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 분들에게 누가 한 마디만 언급했어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았겠죠. 그게 꼭 사회복지사나 동사무소 직원, 이장이나 통장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가끔은 작은 관심도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습니다.
▶️ 연안침식 방지 위한 공사가 또 다른 침식을 낳다
= 살아지구 7월 4일
강원도 삼척시 원평해변 바로 앞에 있는 매원리 마을은 2020년 2월 날벼락 같은 일이 닥쳤다. 큰 파도가 닥치면서 마을과 해안에서 오는 파도를 막아주는 소나무밭 3분의 1이 깎여 나간 것이다.
이 침식으로 해안을 따라 성업 중이던 펜션들도 초비상이 됐고, 이 지역 명물인 레일바이크의 철로도 무너져 멈춰 섰다. 다음에는 더 큰 파도가 마을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공포마저 일었다.
오래된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매원리에는 2022년 11월에서야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해양수산부는 연안정비사업을 벌여 해수욕장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360m짜리 이안제와 330m 길이의 돌제를 만들었다. 이안제는 해안에서 떨어진 곳에 짓는 방파제, 돌제는 모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해안과 수직 방향으로 설치하는 방조제다. 이 공사에 약 8만 6천여 세제곱미터의 모래를 부었다.
이렇게 매원리 마을은 평화를 되찾았으나, 이번엔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원평해변 앞 연안정비사업으로 원평해변과 이어져 있는 초곡해변과 문암해변에 침식이 심해진 것이다. 원평해변에서 남쪽으로 1.5km 떨어진 초곡해변의 모래는 대부분 사라졌다. 또 태풍 때 파도가 치자, 마을 조합이 초곡해변과 문암해변에 걸쳐 운영하는 캠핑장을 떠받들던 외벽도 무너졌다. 지난 2024년 여름의 일이다.
▶️ [팩트체크] 북한 우라늄 정련공장 폐수로 강화도에 이상 방사선?
본 기사는 살아지구가 작성했지만 홈페이지에 발행하지 않은 기사입니다. 판단을 위해 필요한 정보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나, 워낙 지난주 뉴스에 많이 등장해 기훗기훗을 통해 전달드립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인천 강화군 지역에서 높은 수치의 방사선이 측정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가환경방사선 감시망 모니터링 결과 이상 동향 없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최근 동아일보, 한국경제, 파이낸셜투데이 등 일부 언론은 북한 평안북도 평산에 위치한 우라늄 정련 공장에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1년 전부터 배출했고, 예성강을 통해 서해로 방사성 물질이 유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일반인 A씨가 간이 측정기로 인천광역시 강화군 석모도에서 측정한 방사선 수치가 0.87μSv/h까지 나왔다는 내용이 유튜브와 SNS상에 퍼지고 있다. 서해로 방사성 물질이 유입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강화군 해안에서 직접 방사선 측정을 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수치는 한국에서 평균적으로 나타나는 자연 방사선 범위인 0.1~0.2μSv/h에 비해 높다.
A씨는 유튜브 생방송으로 방사선 측정 과정을 송출했으며, 해당 영상은 좋아요 1100여 개, 댓글 420여 개를 받았다. YTN은 해당 내용을 ‘결국 서해로 유입된 북한 오염수...강화도 방사능 수치 두고 시끌’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오류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안위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현장 조사반을 파견하여 측정한 결과 0.2μSv/h 이내로 정상 범위에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강화군 최북단인 북성리 지역에 설치·운영 중인 환경방사선감시기도 2025년 7월 1일 오전 11시 기준 현재 0.143μSv/h로 정상 준위임을 확인했다”고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영상 내 측정 방식에서 감시기의 종류나 성능, 검정(법적 기준에 맞춰 측정기 오차를 확인하는 절차)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측정된 값이 있어 전문가를 파견해 국제 기준에 맞는 방법으로 공간 감마선량을 측정했다”고 <살아지구>에 말했다.
이번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발표는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폐수를 방류했다는 전제 아래 영향을 확인한 것은 아니며, 강화도에 위험 수준의 방사선이 측정됐다는 영상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려는 의도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사를 해야 할 만한 상황인지부터 통일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훗기훗 한마디
만약 우라늄 정련공장에서 나온 폐수가 서해로 유입됐다면, 강화군에서 방사선이 감지됐을 겁니다. 즉, 전문가가 직접 간 결과가 '이상 없음'이었다면 폐수 유입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겠죠. 또 만에 하나 우라늄 폐수가 서해로 유입됐다고 가정해도 이상 수치가 없었다는 건 우리 건강에 해를 미칠만한 위험은 현재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우라늄 폐수를 유출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문제긴 합니다.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방사성 물질을 내뿜는 광석은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내뿜고, 이게 건강 위협이 되는 건데요. 방사선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측정하고 감시하는 방사선은 '감마선'이라는 물체 투과력이 높은 종류입니다. 반면 우라늄은 붕괴하는 속도가 느려서 적은 양이라면 일반적인 방사선 측정기로는 검출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 우라늄은 감마선도 방출하지만 '알파선'이라고 하는 투과력이 낮은 방사선을 많이 방출하기 때문에 감마선 측정기에는 걸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죠.
그러나 방사선 계측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은 방사선에 대한 감시가 철저한 편입니다. 원전을 많이 운영하는 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경계심도 높아서죠. 정부가 서해에서 우라늄 폐수가 유출된 게 맞는지 조사를 시작했으니, 믿고 기다리면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 올해 온열질환자, 지난해보다 같은 기간 2배
= 연합뉴스 7월 8일
2025년 7월 8일 기준 올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977명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47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습니다.
올해 온열질환자 977명 중엔 남성이 75.9%였구요. 노약자가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해 응급실 온열질환자 3명 중 1명(33.5%)이 65세 이상이었습니다.
직업은 단순 노무 종사자가 21.2%로 가장 많고, 장소별로는 작업장(25.9%), 논밭(16.3%), 길가(13.4%) 순으로 온열질환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기후위기의 단면입니다. 문제는 이런 기후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비하는가겠죠. 한국의 기후는 이미 변했습니다. 사회가 당장 변화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에서는 정말 더운 날에는 일을 하지 않겠죠. 과연 한국 날씨는 참고 일할 만한 상황일까요? 새로운 날씨에는 새로운 마음과 대책이 필요합니다.
💕전국 기후정책 자랑!
= 녹색전환연구소 이 주의 좋은 캠페인
녹색전환연구소는 우리 동네의 기후정책을 소개 받는 공모전을 열고 있습니다.
직접 정책을 짜서 지원하는 게 아니구요. 알고 있는 지역의 기후정책 중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설명하면 되는 공모전입니다. 짧은 제안서 작성해서 1등으로 선정되면 50만 원을 받아갈 수 있는 좋은 공모전이니까, 알고 있는 기후정책이 있으면 녹색전환연구소에 알려주세요.

공익을 목적으로 한 좋은 캠페인, 행사 등이 있다면 기훗기훗에 소개해 드립니다. 비영리 언론인 살아지구는 당연히 어떤 사례도 받지 않습니다.
❇️동해안서 참치 1300마리 잡혀, 폐기 예정
= 경향신문 7월 8일
경북 영덕군 해안에서 참다랑어 1300여마리가 잡혔습니다. 동해안에서 이런 일은 처음인데요. 영덕군 관계자는 “고등어나 정어리, 삼치 등 먹이로 선호하는 어종이 기후변화에 따라 동해안으로 유입되면서 참치 무리가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참다랑어들은 폐기할 예정인데요. 경북에서 잡을 수 있는 참다랑어의 양이 이미 차버렸기 때문입니다. 만약 팔 수 있었다고 해도 원양어선처럼 바로 기절시켜 피를 빼는 등의 시스템이 마련된 상태로 잡힌 게 아니라서 상품성은 낮다고 합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생태계 측면에서는 '의미 없는 죽음'이 돼 버렸습니다. 어민들을 만나면 바다가 정말 심각하게 뜨거워졌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데이터로도 증명이 된 내용이죠.
❇️한국 전기의 화석연료 비중 절반 이하로
= 경향신문 7월 4일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 중 화석연료 비율이 지난 4월 5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사상 처음인데요. 다국적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가 2일 공개한 분석자료입니다. 월간 기준으로 화석연료 비중이 절반 이하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물론 나무를 때던 시절은 포함하지 않은 분석입니다.
❇️트럼프, '기후연구의 핵심' 관측소 폐쇄 시도
= 연합뉴스TV 7월 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 기후 표준 데이터를 제공하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를 폐쇄하려 하고 있습니다. 마우나로아는 청정 지역에 있어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증가했는지, 또 현재 농도가 어떤지 기후 연구의 기초 중의 기초 데이터를 제공해 왔습니다. 무려 1958년 3월 29일부터 가동했죠.
🐤기훗기훗 한마디
정치가 멀쩡한 과학을 어떻게 망치려고 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혹여나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말처럼 기후위기는 이산화탄소 때문이 아니라고 해도,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는 이미 입증이 끝났습니다. 어찌됐든 감시 대상인 거죠.
덧붙이자면 연합뉴스TV는 기사의 제목을 '기후변화 무관심' 트럼프라고 작성했던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변화 부정론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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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