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주차 기훗기훗

4월 2주차 기훗기훗

추운 기운이 몰아치는 봄입니다. 눈과 우박이 온 곳도 있었죠. 이런 일이 더 자주 일어난다면 그것 또한 기후위기겠죠. 새로운 기후에 잘 적응하고, 자연을 잘 지켜내는 기후위기 시대의 한국 사회를 상상해 봅니다.


❇️ 눈 내린 봄의 이유

= 뉴스1 4월 14일

최근 춥고 눈과 우박이 내리는 봄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절리저기압'이라는 현상 때문입니다.

한국의 남해 쪽에서는 저기압이 형성됐습니다. 저기압은 해수면의 바닷물이 증발하며 만들어지니까 비교적 따듯하고 수분이 많죠. 그리고 북쪽에서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둘이 부딪히면서 아래는 따듯하고 위는 차가운 공기층이 생겼습니다. 이때 뜨거운 물을 얼음에 부으면 식으면서 김이 솟는 것처럼 수증기가 차가운 위로 올라가 눈과 우박이 내렸다는 겁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그래서 이게 기후변화 때문이야?'가 궁금하실 겁니다. 밍숭맹숭한 대답이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로 답이 나옵니다. 기후변화와 어떤 기상현상의 연결점을 찾는 일은 오래 걸립니다. 그 이유는 기후변화 자체가 이상하고 새로운 기상현상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그전에는 가끔 일어났던 일이 자주 일어나거나, 자주 일어났던 일이 가끔 일어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지난해 산양 폐사 급감, 과연 청신호일까?

= 연합뉴스 4월 10일

지난 겨울 폐사한 산양이 직전 해와 비교해 크게 줄었습니다. 다시 일반적인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간 거죠. 환경부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폐사 신고가 된 산양은 31마리였습니다.

2023년~2024년 겨울에 폐사한 산양은 신고 건수만 쳐도 1022마리였는데요. 이 때문에 산양이 지지난 겨울에 너무 많이 죽어서 이번에 적게 죽은 걸로 집계된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상황입니다. 환경부는 그 영향이 있는지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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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보호는 언제나 미리 연구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값을 설정해야 어떤 피해를 입었고, 어떻게 회복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2023년~2024년 겨울에 죽은 산양이 전체 산양의 절반 정도라는 추정도 있지만, 기존에 파악한 산양 수가 불명확해 확실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제주도지사의 한라산 케이블카 우려

= 뉴스1 4월 8일

한라산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제주도지사가 선을 그었습니다. 원화자 제주도의원(국민의힘)은 도의회 본회의에서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한라산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오영훈 지사는 "관광약자에 대한 배려적 측면과 관광 콘텐츠 확장을 위해 제안한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한라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될 경우 천연보호구역 훼손이 불가피해 세계유산위원회에 알려야 한다. 한라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취소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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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지사는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환경·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케이블카 설치 기술이 고도화되고 환경 훼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단 기술력이 확보된다면 (설치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며 "도민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에서 논의를 추진할 수 있게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는데요. 살아지구 임병선 기자는 오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산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벼락이 천식 유발, 기후변화는 꽃가루 알러지 늘려

= BBC 4월 12일

2016년 11월 21일, 호주에서 번개로 인해 대기를 악화시켰고 천식 환자들이 호흡 곤란으로 병원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총 10명이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는데요. 원인이 '벼락'이었습니다. 벼락이 공기 중에 있던 꽃가루 입자를 분해시켰고, 특정 종류의 단백질이 방출되면서 사람들이 마시는 공기까지 퍼진 거죠. 알러지 반응을 일으켜 호흡곤란을 만든 겁니다.

이런 단발적인 사건 외에도 기후변화는 꽃가루를 늘려 사람들의 알러지 반응을 자극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돼지풀이라는 식물 때문에 알러지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 식물은 꽃가루를 매우 넓게 많이 퍼뜨리고, 어디서든 잘 자랍니다. 기후변화 때문에 겨울이 따듯해지고 봄이 일찍 시작하면서 알러지성 꽃가루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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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풀은 한국에도 있습니다. 한국에 원래 살던 식물이 아닌 외래종으로, 6.25 전쟁 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봄마다 재채기를 달고 산다면, 이 돼지풀 꽃가루 알러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 AI발 2050년 데이터센터 전기 수요,일본 전력 수준

= IEA 4월 6일

IEA는 10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AI(인공지능) 분야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크게 늘려서 2030년이 되면 현재의 2배 수준인 945테라와트시까지 늘릴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즉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에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AI를 전력 관리나 다른 에너지 기술 혁신에 도입했을 때 데이터센터 에너지 수요 증가를 상쇄하거나 없던 일처럼 만들 만큼의 발전을 이룰 수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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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AI를 사용하는 인간이 기술로 극복할지, 기후가 먼저 나가떨어질지 대결을 해보자는 건데요. IEA의 평소 사상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진단은 아닙니다.

계속 새로운 것을 찾는 인간의 욕망은 막기 힘들지만, 인류세 시대의 시대정신은 과학적 진보가 남긴 찌꺼기들을 되돌아보는 일일 겁니다. 우리도 챗GPT로 만든 지브리풍 사진이 어떤 찌꺼기를 만들지 조금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하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즐거움 이후에 남는 것들을 생각해보자는 의미입니다.


❇️ 키우는 개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 커틴대학교 4월 9일

최근 뉴커틴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키우는 개가 야생동물이나 해안에서 사는 조류에게 직접적, 간접적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는 야생동물을 쫓는 행동을 하거나 냄새와 소변, 배설물을 남겨놓는다는 거죠. 해안에서 개들이 새를 쫓는 행위를 하는데, 이는 새의 생존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사람이 개를 산책시키면 그 지역을 사슴, 여우, 살쾡이가 그 지역을 회피하거나 활동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럼 장기적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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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겨울철 공원에 가면 사람들이 개들을 산책시키다가 오리들을 쫓는 놀이를 하는 걸 보곤 합니다. 개는 한 번 재밌고 말겠지만, 새에게는 한 번 날아오르는 행위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에너지를 소진해 낙오하는 새들도 생기겠죠. 용맹하게 새를 날리는 반려견의 모습이 보고 싶더라도, 목줄이나 가슴줄을 꽉 잡아주면 어떨까요.


❇️ '애완' 수달의 출처는 태국

= 교토대학교 4월 11일

최근 일본 동물원이나 야생동물 카페에서 수달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수달은 일본 고유종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에 사는 수달인데요. 이 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 등재한 멸종위기종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전 세계 멸종위기종을 조사해 멸종위기 등급을 매기는 국제기구입니다.

교토대학교 연구진은 태국 연구진과 협력해 수달의 출처를 추적했는데요. 이들은 동물원이나 카페의 수달 DNA를 태국 야생 수달의 DNA와 비교했고 태국에서 일본으로 밀반출된다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태국에서 수달 불법 거래가 만연한 지역을 찾아냈죠. 일본에도 원래 야생 수달이 있었지만, 2012년 멸종 선언을 한 상태입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유튜브에서 수달을 키우는 크리에이터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밀수된 친구들일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키우던 수달들을 번식시킨 경우도 있겠지만, 결국 처음은 어디선가 포획한 야생동물일 수 있겠습니다.


❇️ 미군과 스페이스X, 조류 보호구역 섬을 기지로

= 워싱턴포스트 4월 4일

미군이 태평양에 있는 한 섬을 스페이스X 로켓 착륙장으로 개발하려 하고 있습니다. 존스턴 환초(산호가 둘러싸고 가운데가 빈 형태의 섬)은 가가 지정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입니다. 이 섬은 새 150만 마리가 사는 중요한 구역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군이 공식적으로 스페이스X 착륙장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내부 관계자를 취재해 이처럼 밝혔습니다.

미군은 매체에 "철새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피하거나 최소화하며,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조류보호협회(American Bird Conservancy)의 브래드 케이트는 "만약 새들을 이 섬에서 쫓아낸다면, 그들은 다른 갈 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섬의 생태적 가치는 조니 피터스 하와이보전위원회 위원장에 따르면 "지구상에 온전하게 남은 마지막 야생의 해양 생태계 중 하나"입니다. 새들은 사람, 포식자, 해충을 피해 이 섬을 찾습니다.

이 섬은 원래 냉전 때 미군이 핵실험을 하던 곳입니다. 미군이 다녀간 이후 노랑미친개미라는 외래종이 섬을 장악했습니다. 노랑미친개미는 새를 거의 죽이거나 기형을 유발하는 산을 뿜는 종이었쬬.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이 나서서 10년 동안 노랑미친개미를 줄였죠.

만약 로켓 착륙이 이 섬에서 이뤄지면 새들은 살기 어려울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로켓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새들이 둥지에서 떨어지게 하고, 알을 버리고 도망갈 거라는 거죠. 이 새들은 사람이 일으키는 모든 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최근 한국에 불어닥친 섬 공항 광풍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섬은 철새나 바다에 사는 새들에게 사람을 피해 도망친 중요한 서식지입니다. 흑산도, 백령도 등 공항이 생기는 섬들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하는 말도 비슷하네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


❇️ 기업 122개가 해수면 상승의 33% 기여

= UCS 3월 18일

​기후위기에 의한 영향 중 가장 부각되는 게 해수면 상승입니다. 이미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은 해수면 상승에 의해 국토가 사라지고 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여러 국가가 침수 위기에 직면합니다.

UCS(우려하는 과학자들의 연합)는 세계 최대 규모 화석연료, 시멘트 기업들이 지구 해수면 상승 3분의 1에 기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들이 기후변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이들 기업들을 '탄소중대기업(Carbon Major)'이라고 부르면서, 이들이 2300년까지 0.26m~0.55m의 추가 해수면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탄소중대기업이 1990년대 이후 온실가스 배출을 중단했다면 이 수치를 0.17에서 0.35m까지 억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훗기훗 한마디
기후위기의 부당함은 일으킨 자들과 감당해야 할 사람들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특히 시간이 흐름까지 적용하면 과거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책임도 전가하죠. 엄중한 책임을 물을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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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