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판 나라 1편] 낙월해상풍력의 숨겨진 주인

저탄소 에너지의 희망 해상풍력발전,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비싼’ 전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해상풍력을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을 해상풍력의 비용을 점차 낮춰가는 과정으로 본다. 소위 ‘미래를 위한 투자’다. 정부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해상풍력 사업 중 유망한 것을 뽑아 원전 발전단가의 6배에 달하는 값을 20년 동안 보장한다. ‘고정가격계약’ 제도다.
전기에 대한 대가는 사회 전체가 지불한다. 때문에 이 대가를 누가 가져가서 어디에 쓸지에 따라 해상풍력이 밝은 미래를 맞이할지, 단지 사회가 감당해야 할 폐기비용이 될 것인지가 결정된다. <살아지구>는 현재 민간사업자가 추진한 해상풍력 중 가장 먼저 상업운전에 돌입한 낙월해상풍력을 둘러싼 의혹들과 구조에 대해 탐사 취재했다.
취재 결과, 사회가 20년 간 부담할 전기요금이 흘러들어갈 구조의 끝에는 한국 서류로는 추적할 수 없는 태국의 페이퍼컴퍼니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구조에는 한국 에너지 인허가의 핵심을 쥐었던 전직 관료들의 이름이 등장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돈이 이토록 불투명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미래 세대를 핑계로 미래를 판 것은 아닐까. <살아지구>가 이 구조를 취재한 이유다.
편집자 주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에 위치한 한 공업단지. 2025년 12월 8일, 이곳에 있는 낙월해상풍력 사업장에 고급 관광버스 한 대가 들어섰다. 최근 완공된 낙월해상풍력 건물에는 시행사인 낙월블루하트, 시공사 호반블루에너지, 발주처 비그림파워코리아 등이 입주해 있다.

버스에서 10여 명이 내려 1시간가량 새 건물을 둘러본 뒤 다시 버스에 올랐다. 현장 관계자들은 그들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CEEC 올라갔다."

‘CEEC(China Energy Engineering Corporation)’는 중국 국영 에너지 건설기업인 중국능원건설그룹(中国能源建设集团)을 말한다. 그런데 낙월해상풍력 사업 서류 어디에도 CEEC라는 이름은 없다. 시공사는 '호반블루에너지', 시행사는 '낙월블루하트'다. 현장에서는 ‘비그림’이 발주처로 통했다. 중국 국영기업이 버스를 타고 사업장을 시찰하러 왔는데, 사업 구조에는 흔적이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중국 기업의 발표
의문의 실마리는 의외로 중국 측 자료에 있었다.
CEEC 산서전력설계원(이하 산서원)은 2024년 1월 10일, "한국 낙월해상풍력의 EPC 총괄 계약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EPC는 엔지니어링(E), 조달(P), 시공(C)까지 특정 기업이 전담하는 방식이다.
중국 측의 발표 시점은 낙월블루하트가 국내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호반블루에너지'와 EPC 계약을 체결한 2023년 11월에서 두 달이 지난 뒤다. 한국 서류에는 한국 기업이 EPC를 맡은 것으로 돼 있는데, 중국 기업이 자국에서 "우리가 수주했다"고 공개 발표한 것이다.

이들이 밝힌 낙월해상풍력 EPC 계약 금액은 약 105억 위안으로, 2024년 1월 평균 환율로 환산하면 한화 약 1조 9556억 원 규모다. 한국의 환경영향평가 기준 낙월해상풍력의 총 사업비는 약 2.4조 원으로, CEEC가 사업 전반을 가져갔다는 의미다.
중국재보험그룹(中國再保險, China Reinsurance)은 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들이 CEEC가 수행하는 EPC의 리스크를 책임지면서, 낙월해상풍력(Nakwol 365MW)을 "중국 자본이 해외에서 수주한 최대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라고 명시했다. "기자재는 중국 제조사 생산이며, 98% 보험 물량을 재인수했다"고도 밝혔다. 2%만 한국 보험사에 남기고 거의 모든 보험을 중국이 제공하는 구조다.

중국재보험그룹은 재보험 제공 주체를 '일대일로 프로젝트 연합체'라고 표기했다. 중국의 해외 사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중국 은행과 보험사들이 연합해 지원하는 체제다.
스페인 은행 BBVA는 중국 수출신용보험공사(Sinosure)와 함께 낙월해상풍력에 22억 위안 규모의 파이낸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비그림이 태국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터빈은 벤시스(중국 골드윈드 지분 70%), 케이블은 형통광전(중국의 케이블 제조사), 시공은 CEEC다.
그들은 왜 숨겼나
대외적으로 낙월해상풍력은 한국 기업 명운산업개발과 태국 기업 비그림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언론들이 중국 개입 의혹을 제기했을 때 낙월블루하트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CEEC는 단순 자문 역할일 뿐이라는 것이다.
명운산업개발 설명처럼 CEEC의 역할이 ‘단순 자문’이라고 보긴 어렵다. 단적으로 CEEC 산서원 본사의 왕신핑 회장이 2023년 7월 한국에 방문해 명운산업개발과 비그림으로부터 ‘전체 상황 보고’를 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 속 회의에는 명운산업개발 김강학 회장과 비그림파워코리아 대표 해럴드 링크가 자리에 앉아 있다. 이때는 명운산업개발이 PF에 실패하면서 기존에 참여하기로 했던 국내 업체들과 해외 선박 대여 업체 등 계약이 무산된 시점 직후다.

그리고 CEEC 시찰 이후 명운산업개발과 비그림의 합작사인 낙월블루하트는 2023년 12월 정부와 1kWh당 307.144원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고정가격계약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계약으로 낙월블루하트 예상처럼 해상풍력 발전소를 제대로 운영하면 20년 간 5조 5286억 원의 매출이 나는 사업이 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국적이 아니라 투명성이다. 낙월해상풍력이 한국 사업으로 위장해 전기사업허가를 받고 한전 자회사와 고정가격계약을 맺었다면 전기사업법의 취지에 배치된다.
새만금 해상풍력의 교훈
낙월해상풍력을 이해하려면 같은 세력이 먼저 시도했다가 실패한 새만금 해상풍력을 봐야 한다. 2024년 7월 4일, 전기위원회는 새만금 해상풍력 사업에 대해 전기사업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에스오더블유피(과거 새만금해상풍력)이 사전 허가 없이 사업권을 비그림에 넘겼기 때문이다.
취소 결정 당시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허가 신청 당시 꼭 제출해야 하는 필수 서류 중 하나를 허위로 작성했기 때문"이라며 "실제 최대 주주가 아닌 다른 사람을 최대 주주로 기재하는 등의 허위 정보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당시 사업자 에스오더블유피는 전기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정부의 취소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결했다.
새만금에 깊게 관여했던 한 제보자는 이 과정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비그림에서 나와 있는 사람들은 브로커이자 에이전트다. 사업을 완성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업 하는 과정에서 돈을 빼먹는 게 수법이다."
새만금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같은 세력은 낙월로 이동했다. 그리고 낙월에서 이들은 새만금에서 걸린 방식을 보완한 더 정교한 구조를 만들었다. (2편 '우회진출의 삼자동맹'에서 계속)
*바람을 판 나라 시리즈는 뉴스타파함께재단 KINN 탐사보도 취재비 지원을 받아 취재 제작했습니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