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적조, 질산염 아닌 '요소'가 키운다

적조 현상이 나타난 남해 바다 사진 국토지리정보원

매년 여름 남해안을 괴롭히는 유해성 적조의 핵심 촉발 물질이 육상에서 유입되는 '요소(尿素)'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요소는 비료뿐 아니라 생물 배설물과 유기물 분해로도 생성되는데, 장마철 집중호우가 이를 연안으로 대량 운반한다는 것이다.

전남대학교 해양학과 김태훈 교수 연구진은 2023년 여름 한국 남해안(완도~통영 해역)에서 세 차례 현장 조사를 실시해 요소의 분포와 적조 발생 조건 간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오션 앤드 폴라 리서치(Ocean and Polar Research)'에 게재됐다.

'요소'는 흔히 경유 차량에 주입하는 요소수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사진 불스원 블로그

질소 부족한 남해, 요소가 '대체 먹이' 역할

적조를 일으키는 식물플랑크톤은 성장하려면 질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남해안은 여름철이 되면 바닷물 속 질소가 빠르게 바닥나는 '질소 부족' 환경이다. 연구진 조사 결과, 남해안의 질소 대 인 비율은 11.2:1로, 식물플랑크톤이 정상 성장하는 데 필요한 균형 비율(16:1)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런데 남해안에서 매년 적조가 발생해 피해를 입힌다. 2025년 올해 여름에도 경남 하동군, 남해군, 사천시, 통영시 등에서 적조로 인한 양식어류 대량 폐사가 발생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질소 부족' 환경에서 식물플랑크톤이 행동을 바꾸기 때문이다. 식물플랑크톤은 평소 무기질소(질산염, 암모늄 등)를 영양분으로 삼는데, 질소가 부족할 경우 유기질소를 대체 먹이로 찾게 된다.

요소가 바로 이 유기질소의 일종이다. 요소는 동물 배설물이나 죽은 생물이 분해될 때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고, 인위적으로는 농업용 비료를 통해서도 바다로 흘러든다. 식물플랑크톤 입장에서 요소는 질산염보다 적은 에너지로 흡수할 수 있어 '가성비 좋은' 질소원인 셈이다.

적조 감소를 위해 방제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장마가 '방아쇠'…빗물 따라 요소 대량 유입

연구진은 장마 전(6월), 장마 중(7월), 장마 후(8월) 세 시기로 나눠 조사해 요소가 적조의 '방아쇠' 역할을 했음을 밝혀냈다.

연구진 조사 결과 7월 집중호우 이후 바닷물 속 요소 농도가 크게 치솟았다. 요소 농도와 염분이 반대로 움직이는 패턴이 뚜렷했는데, 이는 민물(빗물·하천수)이 유입될수록 요소도 함께 늘어난다는 뜻이다. 장마철 쏟아진 비가 육지의 요소를 쓸어 바다로 실어 나른 것이다.

통계 분석 결과, 여름철 남해안 바다는 세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에는 바깥 바다 영향으로 영양분이 적은 안정 상태다. 7월 장마가 시작되면 육지에서 요소와 질소가 대량 유입되며 적조 발생 조건이 갖춰진다. 8월에는 이를 먹이 삼아 식물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적조 뒤엔 2차 피해도…"모니터링 대상 넓혀야"

연구에서는 적조 이후 2차 피해 가능성도 확인됐다. 8월 조사에서 바닷물 속 유기물이 크게 늘었는데, 연구진은 대량 증식한 식물플랑크톤이 죽으면서 유기물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유기물을 세균이 분해하면서 산소를 소모하면 물고기와 조개가 살기 어려운 '죽음의 바다'가 될 수 있다. 분해 과정에서 질소가 다시 방출돼 또 다른 적조를 부르는 악순환도 우려된다.

연구진은 그동안 국내 적조 관리에서 상대적으로 간과됐던 유기질소, 특히 요소의 중요성이 이번 연구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적조 예보 정확도를 높이려면 질산염·암모늄 중심의 현행 모니터링 체계에서 벗어나 요소와 육상 오염원까지 포함하는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