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비둘기에 돌 던지는 사람들과 지키는 사람들

녹색비둘기에 돌 던지는 사람들과 지키는 사람들
울산대공원에 나타난 녹색비둘기 사진 윤기득

화제를 모았던 울산 녹색비둘기를 촬영하려는 욕심에 새를 해칠 만한 행위가 벌어져 조치가 이뤄졌다.

울산광역시는 울산대공원 내 녹색비둘기 촬영을 위해 세트장을 설치하는 등의 행위를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27일 <살아지구>에 밝혔다. 앞서 2월 중순부터 울산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울산대공원에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녹색비둘기가 출현해 화제를 모았다. 조류 애호가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녹색비둘기 출현 사실이, 울산광역시 보도자료로 각종 매체가 보도하면서 녹색비둘기를 보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이 몰렸다. 

울산대공원에 나타난 녹색비둘기 사진 윤기득 [ 나 ㄴ

그러면서 일부 사람이 새가 나는 장면을 찍겠다며 고함을 지르거나 나무를 흔들고, 돌을 던지는 행위 등이 발생했다. 심지어 녹색비둘기를 유인하기 위해 나뭇가지를 꽂고 열매를 매달아 세트장을 만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를 두고 일부 사진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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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에서 탐조를 하는 사람들은 SNS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모여 울산시와 울산시설공단 측에 조치를 요구했다. 이번 조치는 울산시와 울산광역시가 이를 수용해 이뤄졌다. 이후 세트장은 철거됐고 울산시설공단 측은 새를 찍기 위해 돌을 던지거나, 세트장을 설치하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해 순찰 중이다. 

조류 커뮤니티 ‘짹짹휴게소’를 운영하는 홍승민 씨는 “녹색비둘기가 나타난 이후 조류에게 해가 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울산광역시와 울산시설공단에 건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씨는 “울산대공원이 평소 새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 곳은 아닌데 보도가 된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도 일부 사람들이 특정 조류 사진을 찍기 위해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없애거나, 작은 새를 바닥에 묶어 놓고 맹금류를 유인하는 일 등이 종종 일어났다. 최근 탐조를 취미로 하는 문화가 생기면서 조류 생태에 영향을 최대한 덜 주며 관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녹색비둘기는 주로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등지에 서식하고, 한국에서는 이번 울산 출현 전까지는 제주도에서만 관찰 기록이 있다. 원래 서식지에서는 개체수가 안정적인 편이라 멸종위기종이 아닌 IUCN 적색목록 최소관심(LC, Least Concern) 등급으로 분류된다. 최소관심 등급은 개체수를 평가한 생물 중 멸종위기 위험이 가장 낮아, 당장 멸종할 위험은 크지 않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주로 작은 나무 열매를 먹는 녹색비둘기는 때로 해안에 여러 마리가 모여 바닷물을 마시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소화를 돕기 위해 바닷물을 마신다고 추정한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