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배출 물질 추적② 굴을 녹이는 건 '온도'가 아니었다

이번 취재는 무심코 나온 어민의 한마디에서 시작했다. “갯바위에 굴이 사라졌다.” 핵발전소든 화력발전소든 가동하려면 냉각을 위해 뜨겁게 데운 바닷물 즉, 온배수를 내보낸다. 온배수 방류로 부산 기장, 전남 영광, 충남 서산, 인천 등에서 해양 생태계 변화와 파괴, 어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온배수가 일으킨 각종 문제를 ‘열’에만 한정해 조사했을 뿐이다. 그런데 ‘열’이 전부가 아니었다. 끝없이 쏟아지는 온배수에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던 ‘화학물질’이 대량 들어 있었다. ‘살아지구’는 화력발전소가 내보내는 온배수 속 ‘화학물질’의 정체를 폭로하고, 이 물질의 존재가 어떻게 감춰져 있었는지 추적한다. 이번 기획은 값싼 전기 사용의 편익 뒤에 숨겨진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어민에게 전가되는지에 대한 고발장이기도 하다. - 편집자 주

발전소 배출 물질 추적 ⓛ  생명이 사라진 갯바위


옹진군 섬에서 일제히 굴이 사라졌다. 덕적도와 자월도는 물론 대이작도, 소이작도, 승봉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어민들은 굴 껍데기마저 “녹아 없어졌다”고 했다. 

평생 몸으로 바닷일을 배우며 풍랑을 헤쳐왔던 어민들도 원인을 알지 못했다. 처음엔 인근 영흥화력발전소가 쏟아내는 뜨거운 온배수를 의심했다. 그러나 온배수의 ‘온도’가 굴을 죽이는 ‘주범’이 아니었다. 수온이 더 높은 남쪽 섬에선 굴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굴 껍질(껍데기)이라는 게 굴이 꽉 붙으면 그 껍질 하얀 게 웬만해서는 떨어지지 않잖아요. 굉장히 오래 갑니다. 이거 육지에다 놔두면 아마 10년, 20년 가도 그대로 있어요. 바닥에 그 많던 굴 껍질 하얗게 있던 굴 껍질이 돌(갯바위)에 한 개도 없어요. 다 녹아버렸어. 그러면 굴 껍질을 녹일 수 있는 물질이 나온다는 얘기야.” (강차병 대이작도 이작어촌계장)

어민들은 화력발전소가 토해내는 온배수 속 어떤 ‘물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민들이 주장하는 굴 껍데기마저 녹여버리는 그 ‘물질’은 대체 뭘까?

▲ 살아지구가 측정한 승봉도 각 해변의 위치와 측정치 사진 구글어스 촬영본을 살아지구가 편집 

<살아지구> 취재진은 영흥화력발전소 주변, 인천 옹진군 승봉도 일대에서 굴이 사라진 섬 갯바위를 중심으로 바닷물 조사를 착수했다. 측정 시점은 8월 19일 낮 12시부터 3시 사이. 장소는 승봉도 해변 3곳이었다. 총염소 농도 수치를 중점 측정했다. 

소독제의 흔적인 ‘총염소’가 검출됐다. 

그 결과, 세 지점 모두에서 총염소가 검출됐다. 우선, 14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영흥화력발전소를 직접 마주 보고 있는 승봉도 북쪽 해변, 이곳은 굴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지역이다. 여기서 총염소 64ppb 나왔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권고한 ‘해양생태계 영향이 없는 염소 수치’인 13ppb의 4.9배에 달한다. 

굴이 조금 남아 있는 승봉도 남동쪽 ‘부두치 해변’은 24ppb의 총염소가 검출됐다. 섬을 등지고 영흥화력발전소 반대편에 있는 ‘이일레 해변’은 26ppb가 측정됐다. 승봉도 북쪽 해변보다는 낮은 수치였지만, 두 지점 모두 미국 EPA가 권고한 ‘염소에 의해 해양생태계 영향이 없는 수준’인 13ppb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승봉도 북쪽에 있는 한 해변에서 측정한 총염소 수치. 해당 측정은 바닷물을 실험용 필터로 여과한 이후 이뤄졌고,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했다. 이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총염소 측정 시 연구자가 적용하는 방식이다.

미국 기준치 4.9배인 총염소 64ppb의 의미는…

총염소 64ppb는 굴이 사라지는 원인이 될 만한 유의미한 수치다. ppb는 10억 분의 1을 의미하는 데, 물 10억 리터에 총염소 64g(그램)이 들어 있다는 뜻. 매우 적은 양이지만, 해양생태계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총염소가 아직 정착하지 않고 부유하는 어린 굴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국내외 연구는 아래와 같다. 

1976년 6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발행한 ‘발전소들, 염소와 하구 (Power Plants, Chlorine and Estuaries)’라는 제목의 연구서에 따르면, 총염소 농도 28ppb에서 아직 바위에 붙지 못한 어린 굴이 줄었다고 했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염소가 하구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연구인데, 여기서 하구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바다로부터 조석, 염수가 들어오고, 강에서 담수와 퇴적물의 유입되는 곳으로 생물이 번성한다.

1975년 미국 버지니아 해양과학연구소(VIMS) 연구진의 실험에서는 총염소 23ppb에서 96시간 어린 굴을 노출했을 때, 배아 단계에서 절반이 죽는 것으로 나왔다. 여기서 굴 배아는 굴의 알과 정자가 만난 초기 단계를 말한다. 

군산대 해양생명의학전공 연구진의 2018년 논문에 따르면, 동물성 플랑크톤 형태의 어린 굴을 5시간 동안 총염소 50ppb 농도에 노출했을 때, 폐사 피해가 가장 컸는데 25% 정도의 폐사율을 보였다고 했다. 5시간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폐사 비율이 주는데, 이는 총염소가 점점 분해돼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군산대 연구진은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설명한 굴의 생애 주기. 그림 속 수정난, 담륜자, D형유생, 부유유생 상태에서 바닷물 속에 떠다닌다. 수정난은 정자와 알이 만나 수정이 된 상태, 담륜자는 동물성 플랑크톤 상태를 의미한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아주 적은 농도로도 만성적 피해 일으키는 총염소

총염소는 어린 굴 말고도 플랑크톤이나 작은 갑각류 등 주로 먹이사슬 아래 단계에 있는 해양생물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 식물성(동물성) 플랑크톤은 굴이 성장하는 과정에 먹이를 제공하는 필수적인 존재다. 

이에 따라 미국 환경보호청(EPA), 호주와 뉴질랜드 당국은 총염소 농도를 포함한 수질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고, 영국 환경청(Environment Agency)은 염소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바닷물의 총염소 수치 기준을 제시한다. 

그중 급성과 만성으로 나눠 생물에 대한 영향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미국 EPA 기준을 보면, 해양생물에 오랜 기간 즉, 만성적인 영향이 없는 수준을 총염소 7.5ppb 이하, 단기간 즉, 급성 영향이 없는 수준을 13ppb 이하로 정했다. 

이보다 기준이 조금 완화된 호주와 뉴질랜드는 총염소 25ppb 이하를 99%의 생물이 영향 없는 수준, 37ppb 이하를 95%의 생물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규정한다. 영국의 경우 생물에 만성적인 영향이 없는 총염소 수치를 미국과 비슷하게 10ppb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가장 엄격하게 기준을 정해놓은 미국은 물론 영국, 호주, 뉴질랜드의 수질 지침을 따르더라도, <살아지구> 취재진이 지난 19일 승봉도에서 측정한 세 곳 모두 허용치를 초과한 총염소가 검출됐다. 

특히 굴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승봉도 북쪽 해안은 총염소가 64ppb가 나왔다. 이는 미국 EPA가 권고한 ‘염소에 의해 해양생태계 영향이 없는 수준’인 13ppb의 4.9배에 이른다. 승봉도 남동쪽 ‘부두치 해변(총염소 24ppb), 이일레해변(총염소 26ppb)에서도 총염소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악화되면서 굴의 서식 환경에 악영향을 줬을 개연성이 높다. 

미국 EPA의 염소 기준이 담긴 표. 1µg/L가 1pbb다. 사진 미국 환경보호청 홈페이지 

자연 상태의 바다에서는 나올 수 없는 총염소가 어디서 왔을까? 

문제는 총염소가 통상 자연 상태의 바닷물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염소는 인간 활동이나 개입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승봉도 바닷물에서 검출된 총염소는 어디서 왔을까?

먼저 선박을 보자. 매일 8회, 승봉도를 오가는 여객선에서 총염소가 배출될 수 있다. 선박은 배의 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선박평형수를 담아 두는데, 그 물속에 해양 생물을 없애기 위해 해수전해설비를 쓴다. 이때 소독제가 사용하는 데, 이 때문에 총염소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승봉도 기준, 524t, 592t, 302t, 489t 규모의 여객선이 최대로 배출할 수 있는 총염소를 다 합해도, 하루 추산 229g, 연간 83.58kg에 불과하다. 옹진군 일대 섬들의 굴 실종 원인으로 보기엔 매우 적은 총염소 배출이다. 승종도 일대에서 60ppb가 넘는 총염소가 검출되려면, 엄청난 양의 배출지가 있어야 한다. 조금 더 큰 총염소 발원지를 찾아야 한다. 

결국, 지목되는 건 인근 화력발전소다. 화력발전소가 냉각수로 바닷물을 끌어와 처리하고 방류하는 과정에 소독제 성분이 들어간 온배수를 대량 배출하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는 바닷물을 끌어 올려 냉각수로 사용할 때, 살균소득제를 투입한다. 배관이나 물을 빨아들이는 취수구에 홍합이나 따개비 같은 생물이 달라붙는 데, 이를 제거할 목적으로 화학물질을 쓴다. 이게 락스의 원료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이다. 따듯한 온배수와 함께 방류된 차아염소산나트륨은 바다에서 변형을 거쳐 ‘총염소’ 형태로 그 흔적을 남긴다. 

승봉도와 14km 정도 떨어진 영흥화력발전소는 연간 27억 톤의 온배수를 방류한다. 충남 당진시 해안에 있는 당진화력발전소도 연간 41억 톤의 온배수를 배출하는데, 승봉도에서 19km 거리다. 두 발전소가 내보내는 온배수에는 모두 총염소가 들어 있다.

승봉도 인근 해상에서 본 영흥화력발전소

영흥화력발전소, 당진화력발전소 한해 가정용 락스 1,350만 병, 1,582만 병 사용

그렇다면, 영흥화력발전소와 당진화력발전소에서 한 해 사용하는 소독제의 양은 얼마나 될까? 

두 발전소 모두 소독제 사용량을 총량 형태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독제 사용량 추산을 아예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배출하는 온배수의 양을 통해 소독제 양을 가늠할 수 있다.   

영흥화력발전소의 연간 온배수 배출량이 27억 톤이다. 이 냉각수에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평균 0.4ppm(400ppb) 농도로 연속 사용하고 있는 점에 비췄을 때, 영흥화력발전소의 연간 차아염소산나트륨 사용량은 1,080톤으로 추산된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2L짜리 락스 1,350만 병에 달하는 양이다. 

당진화력발전소도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차아염소산나트륨 사용량은 1,266톤으로 추정된다. 한해 41.1억 톤의 온배수를 배출하고,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연평균 0.308ppm(308ppb) 농도로 연속 사용하는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L짜리 락스 1,582만 3,500병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락스의 원료로 알려진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곰팡이나 바이러스를 제거할 뿐 아니라 플랑크톤, 조류(다시마, 미역) 등을 죽인다. 차아염소산나트륨 같은 염소계 소독제는 생물의 조직을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유전 정보를 손상시킨다. 플랑크톤 상태로 사는 어린 굴에게는 치명적이다.  

화력발전소 해수전해설비 도입해 총염소 지속적으로 배출

발전소는 저농도지만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체계를 갖고 있다. 화력발전소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해수전해설비’라는 시설을 도입했다. 해수전해는 바닷물을 전기로 분해한다는 뜻, 바닷물을 끌어 올려 전기분해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바닷물의 전기분해를 거쳐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만들어지고, 탱크에 저장하다가 일정 농도로 섞어, ‘따개비 방지용 냉각수’가 되는 것이다. 따개비 같은 갑각류나 홍합 같은 조개를 죽여 배관이나 취수구에 달라붙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해수전해설비. 해당 업체는 “발전소의 냉각수로 사용되는 해수에 유입되는 미생물과 해조류의 성장, 번식을 막기 위해 전극판에 전하를 걸어 차아 염소산 나트륨을 형성시키는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 HKT전기

<살아지구> 취재진이 만난 강만수 승봉리 이장은 화력발전소가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때때로 사용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연속으로 주입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어민들도 원래는 사용하면 안 되는데 배 타는 사람들에게 최고 확실한 게 락스다 보니, 사람들이 쓰는 편이죠. 근데 매일 쓰는 게 아니고 통발에 뭐가 많이 끼었을 때만. 그건 간헐적이잖아요. (냉각수가) 바닷물이다 보니까 걔네들도(발전소도) 락스를 어마어마하게 쓴다고는 얘기 들었어요. 그거를 안 쓸 수가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사실 그런 건 이해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따개비, 홍합이) 뻔히 붙는 걸 아니까. 그런데 만약 연속으로 나온다고 하면 (바다가) 무조건 망가지죠.” (강만수 이장)

과거에는 화력발전소들이 따개비나 홍합 등이 붙는 걸 막으려 취수구에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주기적으로 부었다. 그러나 해수전해설비를 갖추면서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낮은 농도로 냉각수에 연속 주입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냉각수에 직접 붓는 방식과 아닌 해수전해설비로 차아염소산나트륨을 만드는 것은 농도를 계속해서 조절할 수 있고, 배관에 붙고 난 후에 제거하는 게 아니라, 홍합 등이 붙는 현상 자체를 원천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발전소로서는 효율적인 처리 방식이지만, 다른 말로 하면, 발전소가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지속적으로 바다에 살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천군 옹진군 일대 섬 갯바위에서 굴이 죽어가고 있었고, 어민들은 인근 화력발전소의 온배수 속 ‘화학물질’을 의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살아지구>가 취재한 결과, 세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① 굴이 자취를 감춘 승봉도의 해수를 측정한 결과, 염소계 소독제의 산물인 총염소가 미국 기준치를 5배가량 초과하는 64ppb가 검출됐다. 총염소는 자연 상태의 바다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

② 승봉도 인근 두 개 화력발전소에서 한 해 2,346톤 정도의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정에서 쓰는 2L짜리 락스 2,900만 병 분량이다. 

③ 락스의 원료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생물의 조직을 효과적으로 파괴하고, 유전 정보를 손상시킨다. 특히 어린 굴에 치명적이다. 

이같은 세 가지 사실은 옹진군 일대의 굴 폐사 원인으로 화력발전소를 지목한 어민들의 의심이 실제 사실일 개연성이 있음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화력발전소 측은 온배수 피해 조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온배수 속에 들어 있는 ‘총염소’가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조사를 외면하고 있다. ‘해수 온도’ 변화만을 조사한다는 것이다. 왜 조사 항목에서 ‘총염소’는 빠진 것일까? 그 속내를 3편에서 공개한다. 

취재 박소희, 임병선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