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화력, 온배수 측정 9개월 누락... 기후부 ‘방치’
남동발전, “계측기 고장”...당시 배출 온도 아무도 몰라
물환경보전법 상 제재 가능...기후부는 소관인지도 몰라
인천시 “권한 없다”지만 자체 규제도 가능…의지 문제

인천 영흥도 해역 수온이 27°C를 넘나들던 2021년 여름, 영흥화력발전소의 온배수 온도계는 멈춰 있었다. 수개월간 '측정 공백'이 이어지는 동안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법원이 온배수를 환경오염으로 인정한 지 20년, 그러나 관리시스템은 여전히 없다.
영흥화력, 온배수 측정 9개월 누락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는 2021년 8월~12월(5개월), 2023년 4월~ 7월(4개월) 온배수 취·배수구 온도 측정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는 계측기 고장. 데워진 28억 7400만 톤의 물이 바다로 흘러갔다. 소양강댐 총 저수용량(29억 톤)과 맞먹는다.
이 중 2023년 4개월은 온배수 영향 어업피해조사 용역 기간(2022년 3월~2023년 12월)과 겹친다. 남동발전은 부경대에 의뢰해 영흥도·자월도·승봉도·이작도 해역을 21개월간 조사했다. 그 결과 어업생산피해율(0.0049~0.5331)을 산정하고, 보상금은 약 45억원 책정했다.
그런데 정작 온배수 배출 온도는 측정조차 하지 않았다.

측정 공백이 있던 2021년 8월, 영흥도 인근 해역의 최대 수온은 27.6°C를 기록했다. 2023년 7월에는 26.5°C까지 올랐다. 자연 해수보다 2~3°C 높게 방류했다 쳐도, 인근 해역은 30°C에 육박했을 터다. 하지만 실제 배출 온도는 알 수 없다. 계측기가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지구가 입수한 ‘영흥화력발전 건설 및 운영 관련 환경협정’은 주변 해역의 수온을 지속 측정해 인천시에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9개월간 이를 이행하지 않았지만, 인천시는 이 사실조차 몰랐다. 인천시 관계자는 “환경협정은 법적 효력을 갖는 협약이 아니다. 강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도 만찬가지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발전사 온배수는 조직 통합 이전 산업부가 관리했던 것으로 안다. 업무 이관은 됐지만 담당자를 모르겠다”고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도 “담당자를 모른다”고 했다.
연간 1000억 톤 이상 배출되는 온배수, 관리 주체는 어디에도 없었다.
측정 누락, 책임 물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남동발전의 측정 누락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살아지구가 관련 법령을 찾아본 결과, 부족하지만 규제 근거는 존재했다.
온배수에 대한 국내 유일한 법적 정의는 <물재이용법>에 명시된 ‘배출수’다.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는 10kW/h 이상의 화력발전사를 폐수배출시설(별표4)로 규정한다. ‘온도’는 수질오염물질(별표13)로 분류한다. 따라서 방류수 온도 측정기 부착은 법적 의무가 된다.


이 법은 고장난 측정기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방치하거나 측정 결과를 누락시킬 경우 정부가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명시했다. 미이행 시 조업정지도 가능하다(제38조의4).
하지만 기준은 느슨하다. 현행 배출 허용 기준은 ‘40℃ 이하’다. 이는 절대 온도만 규제할 뿐, 자연수온 대비 온도 상승은 고려하지 않는다. 사실상 규제가 없는 셈이다.
핵심은 따로 있다. 현행법상 화력발전소 배출수는 규제 대상이다. 측정 결과를 상시 보고해야 한다. 남동발전은 계측기 고장을 이유로 9개월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영흥화력 온배수 취·배수구는 접근이 차단돼 있다. 따라서 실제 배출 온도에 대한 외부 감시가 불가능한 구조다.
반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주변 해양 환경 자료를 5분마다 서버로 전송하고 모두 공개한다.
인천시도 규제 수단이 있었다. <물환경보전법>은 지역 환경 유지를 위해 배출허용기준을 단체장이 강화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의지만 있었다면 조례로 규제를 마련할 수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 모두 손놓고 있었다. 그렇다면 발전사는 어땠을까.
핵심 질문엔 '침묵'
살아지구는 지난달 16일 영흥화력본부에 질의서를 보냈다. 질의는 고장 인지 시점, 계측기 유지보수 기록, 규제기관 보고 여부 등 9개 항목이었다.
답변은 선택적이었다. 통상적인 고장 원인만 설명했을 뿐, 핵심은 빠져 있었다. 데이터 누락 기간 동안 해양 생태계 영향을 어떻게 모니터링했는지, 대체 측정 방법을 사용했는지 등 환경 영향과 직결된 질문에는 침묵했다.
살아지구는 재차 연락을 취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고장나면 수개월...외산 의존의 덫
따개비 과다 부착 등 발전사 측이 말한 고장 원인들은 해상 시설 운영 시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다.
그런데 대응은 더뎠다. 남동발전은 2021년 고장 사태 이후 2022년에야 교체 계획을 수립했고, 2023년에야 신품으로 교체했다. 관리 부실로 볼 수 있다.
외국산 계측기 의존도 문제다. 남동발전 소속 삼천포발전소 관계자는 “YSI 제품을 사용하는데 국내에 부품이 없으면 수리가 오래 걸린다. 수리 업체도 한정적이라 스케줄 잡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연 1,000억톤 이상 배출되지만 관리 떠넘기기
온배수 배출 규모는 막대하다. 한국환경법학회는 5개 발전사와 대규모 민간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온배수가 연간 1,000억 톤 이상(2018년 기준)이라고 추정했다. 이후 신한울, 서천화력, 안인화력 등이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니 양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엔비디아가 약속한 GPU 26만 장이 국내 공급되면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어질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역시 냉각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배수를 배출한다.
온도 상승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2011년 영흥화력 사후환경영향조사에 따르면 요각류 유생(동물 플랑크톤의 일종)은 수온 5°C 상승 시 하루 만에 43.5%가 폐사했다. 대하 유생은 같은 조건에서 69.8%의 치사율을 보였다.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온배수는 단순히 열만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수온 상승을 유발해 하천의 용존산소량을 감소시키고, 수서 생물의 생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특히 해수를 냉각수로 사용하는 발전소의 경우 온배수에 염소계 물질도 포함돼 있어 규제가 시급하다.

법원은 2003년 판결(2001다734)을 통해 온배수를 환경오염의 한 형태로 인정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온배수를 직접 규제하는 법은 없다.
해양으로 배출되는 온배수는 원칙적으로 <해양환경관리법>의 규율 범위에 속하지만, 이 법은 온배수에 대한 명확한 규제 근거를 두고 있지 않다. 온배수의 핵심 요소인 '열'이 오염물질 정의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물환경보전법>이 온도 규제를 하고 있지만, 자연수온 대비 온도 상승 제한 기준, 즉 온배수 규제의 핵심이 빠져 있다.
법제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 주도로 온배수 관련 법제화를 시도했으나 무산됐고, 그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2025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살아지구 질문에 온배수 규제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윤익준 전문위원(법무법인 강남)은 “대법원이 2003년 판례를 통해 온배수 배출을 환경오염으로 정의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현행 법률에는 여전히 열오염원으로 인한 환경오염 방지 대책이 부재한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해양 온배수뿐 아니라 하천 온배수로 인한 생태계 교란과 공중보건 위해성이 심각다. 명확한 배출 온도 기준 설정, 냉각탑 설치 의무화 등 포괄적 규제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열에너지를 해양오염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미국은 연방수질오염관리법(Federal Water Pollution Control Act)에 온배수 배출에 관한 별도 조항을 두고 있다. 이 법을 근거로 주 정부가 독자적인 관리 규정을 제정하며 연방환경보호청(EPA)은 인위적인 열 배출로 인한 주간 평균 수온 상승폭을 1℃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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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기자 ya9ball@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