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생태계 교란 죽당천, 국내 최초로 서양다슬기까지 발견

경기도 이천시 죽당천에서 열대 침입성 외래종인 서양다슬기가 국내 최초로 발견됐다. 죽당천은 반도체 공장 온배수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해 '구피천'이라고도 불리는데, 외래종 달팽이 서식까지 확인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온배수 배출 하천으로 조사 범위를 확장하고, 그 결과를 12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죽당천 생태계 교란

국립생태원(박영준 선임연구원)은 2023년 8월 '외래생물 전국 서식실태 조사' 중 죽당천에서 서양다슬기 52마리를 채집했다. 한국 하천에서 이 종이 발견된 것은 처음으로, 생태계 교란을 의미한다.

이들 연구진은 2024년 9월 발행된 학술지 '생태와 환경(57권 제3호)'에 이같은 내용을 실었다.

서양다슬기는 지중해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열대 달팽이로, 보통 18~31°C의 따뜻한 물에 산다. 연구진이 채집한 서양다슬기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 말레이시아 동부 지역 개체와 거의 일치했다.

연구진은 SK하이닉스가 배출한 온배수를 서양다슬기 출현 원인으로 추정했다. 한국은 겨울에 기온과 수온이 낮아져 서양다슬기와 같은 열대 생물이 살기 매우 어려운데, 온배수 덕에 생존이 가능해진 것이다.

국립생태원은 17일 <살아지구>와의 통화에서 "올해 죽당천을 포함해 온배수가 배출되는 하천 3곳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다슬기 등 무척추동물 외에도 어류까지 포함한 조사"라고 밝혔다. 관련 보고서는 12월 중 발간될 예정이다.

연구진이 죽당천에서 서양다슬기를 발견한 장소 사진 논문 '침입성 외래연체동물 서양다슬기(Melanoides tuberculata)에 대한 국내 최초 기록'에서 발췌

원인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온배수 때문에 겨울에도 20℃ 유지

죽당천 상류에는 SK하이닉스의 대형 반도체 제조 공장이 위치한다. 공장은 하루 평균 8만 톤의 따뜻한 폐수를 강으로 흘려보낸다. 반도체 제조 장비를 식히는 데 많은 물을 쓰기 때문이다. 강으로 나올 때 화학물질 등은 처리가 된 상태여도, 온도는 원래 강물보다 따뜻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 때문에 죽당천은 연평균 겨울에도 수온 20℃를 유지한다. 죽당천은 겨울에도 열대어인 구피가 서식해 일명 '구피천'으로도 불린다. 정상적인 한국 생태계라면 겨울에 서양다슬기와 구피 등이 버티지 못했어야 하지만 온배수로 인해 살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관상어 거래 과정에서 서양다슬기가 함께 유입돼 이곳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양다슬기는 관상어를 키우는 사람들이 '어항 청소부' 역할로 함께 기르는 경우가 많다. 수족관,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구매하거나 얻을 수 있다.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 SK하이닉스

토종 생태계·공중보건 이중 위협

서양다슬기의 확산은 생태계와 보건 양쪽을 위협한다. 서양다슬기는 암컷 혼자서도 번식이 가능하고, 염분·건조·온도 변화에 강해 빠르게 퍼질 수 있다.

실제로 브라질에서는 서양다슬기가 토종 달팽이 개체수를 급격히 줄이거나 완전히 몰아낸 사례가 보고됐다. 연구진은 "국내에 확산되면 토종 다슬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토종의 개체수를 억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강 위협도 있다. 서양다슬기는 간흡충, 폐흡충 등 사람과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기생충 37종 이상의 중간 숙주다. 외형이 토종 다슬기와 비슷해 사람들이 잘못 먹는 사례도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온배수 유입 하천 집중 점검 시급

연구진은 죽당천뿐 아니라 온배수가 흐르는 전국 하천에 대한 긴급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준 선임연구원은 "죽당천이 워낙 유명해져서인지 기르던 물고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고 <살아지구>에 말했다.

서양다슬기 문제는 SK하이닉스 공장에서 발생한 온배수로 인해 시작했지만, 기후위기 때문에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최근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서양다슬기가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