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계곡 보 철거 3년, 수생태계 '자연 복원' 확인
설악산국립공원 내 작은 계곡에 있던 인공 구조물을 철거한 지 3년, 자연 상태에 가까운 하천 생태계가 돌아왔다.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 가는고래골에서 오래된 보를 철거한 뒤 계곡 생태계가 스스로 회복되는 과정이 3년간의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콘크리트 구조물 하나를 제거했을 뿐인데, 계곡 생태계가 되살아난 것이다.
앞서 살아지구는 전국 곳곳에 하천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인공 구조물이 방치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필요 없는데 계곡을 막았던 보
가는고래골에 있던 보는 길이 18m, 높이 2.7m로 오색천과 만나는 지점에 설치돼 있었다. 이 구조물은 계곡의 상류와 하류를 단절시켜 물의 흐름을 막고, 생물들의 이동을 방해했다. 보 위쪽에는 물이 고이면서 미세한 흙이 쌓였고, 보 아래쪽은 물살이 빨라지면서 침식이 심해졌다.

2021년 10월,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 보가 기능도 없이 생태계만 파괴한다고 판단해 완전히 철거했다. 국립경국대, 생태자원연구소,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연구진은 철거 전인 2021년 8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3년간 총 10회에 걸쳐 이곳의 수생곤충들을 조사했다.

조사는 보의 영향을 직접 받던 곳 2곳(영향권)과 보에서 떨어진 자연 상태의 계곡 2곳(비영향권)으로 나눠 진행됐다.
공사 직후 생물 80% 사라졌다가...
보를 철거한 직후인 2021년 11월, 영향권의 수생곤충 개체수는 평방미터당 737마리에서 141마리로 80% 넘게 급감했다. 철거 공사 과정에서 하천 바닥이 뒤집히고 흙탕물이 발생하면서 생물들이 일시적으로 자취를 감춘 것이다.
하지만 7개월 뒤인 2022년 6월부터 회복 신호가 나타났다. 종류는 점점 다양해졌고, 개체수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3년이 지난 2024년에는 영향권의 평균 출현 종수가 철거 전 14.5종에서 19.6종으로 35% 증가했다. 자연 상태였던 비영향권(21.6종)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된 것이다.
전체 조사에서는 85종의 수생 무척추동물이 확인됐다. 2023년 10월과 2024년 10월에는 평균 23.8종으로 가장 많은 종이 관찰됐다.
탁한 물의 깔따구 사라지고, 맑은 물의 하루살이 돌아왔다
생물 수보다 중요한 변화는 '어떤 생물이 사는가'였다.
보가 있을 때 가는고래골에는 깔따구류가 많았다. 깔따구는 고인 물이나 흐름이 느린 곳에서 잘 사는 곤충이다. 유속이 느린 환경을 좋아하는 감초하루살이도 많았다. 이 두 종류가 전체의 56%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 종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보를 철거한 뒤에는 두점하루살이가 가장 많아졌다. 두점하루살이는 일반적으로 맑고 빠른 물이 흐르고, 바닥에는 자갈이 깔린 건강한 계곡에 사는 곤충이다.
연구진이 분석한 '우점도지수'는 특정 종이 얼마나 집중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지수가 높으면 몇몇 종만 많다는 뜻이고, 낮으면 여러 종이 고르게 산다는 의미다. 영향권의 우점도지수는 철거 전 0.56에서 철거 후 0.52로 낮아졌다. 반대로 다양도지수는 철거 전 2.82에서 철거 후 3.11로 올라갔다.
연구에 참여한 전영철 생태자원연구소 대표는 "구조물 철거로 인한 미소서식처 다양성 확보와 종단적 연속성 회복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보가 사라지면서 다양한 깊이와 유속의 서식 공간이 만들어졌고, 상류와 하류가 연결되면서 생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
다만 연구진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 지점 중 일부는 집중호우의 영향을 받았고, 근처에 있는 취수보(물을 뜨기 위해 설치한 보)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논문은 "구조물 철거 이후에도 생태계 변화관찰을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동일 수계의 온전한 수생태계 복원을 목표로 잔존 구조물의 개선이 요구됐다"고 적었다.
이번 연구는 국립경국대 생명과학과 한승철·이종은 연구원,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우성민, 생태자원연구소 전영철 대표가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국립공원연구지 제16권 제2호(2025년 11월)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본 연구 결과는 향후 유사한 생태계 복원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초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