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PO, 삼성물산의 기름야자 농장 원주민 권리 침해 인정
2024년 9월 13일, RSPO는 삼성물산이 소유한 기름야자 농장 PT Inecda가 사회적 책임 의무, 자연 보호, 지역사회에 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삼성물산의 인도네시아 기름야자 농장이 원주민 권리를 침해했다는 국제 친환경 인증 기관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물산은 2008년 7월부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두 개의 기름야자(팜, Palm)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기름야자는 가공식품 제조에 널리 쓰이는 팜유 혹은 경유 대신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의 원료다.
삼성물산은 2019년 기름야자 친환경 인증 제도인 RSPO(지속가능한 기름야자유 협의체, 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인증을 취득했다.
RSPO는 2004년 설립한 단체로 국제 환경 NGO 세계자연기금(WWF), 다국적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 등이 운영한다. 이들은 동남아시아의 기름야자 농장이 환경을 과도하게 파괴하지 않고 원주민의 삶을 덜 해치며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자연 삼림 벌채 금지, 지역사회 합의, 야생동물과 환경 보호 등 자체 기준을 정해 기름야자 농장 운영 기업에 친환경 인증을 발급한다.
RSPO 기준으로는 열대우림 감소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 인증 시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 등 허울뿐이라는 목소리도 일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름야자 농장이 RSPO 인증을 받았음을 강조하며 자사 제품이 ‘친환경’이라고 설명한다.
2024년 9월 13일, RSPO는 삼성물산이 소유한 기름야자 농장 이넥다(PT Inecda, 이하 이넥다)가 사회적 책임 의무, 자연 보호, 지역사회에 대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삼성물산은 인도네시아 리아우(Riau)주에 이넥다와 간데라(PT Gandaerah) 2개 농장을 소유하고, 여기서 생산한 기름야자를 이용해 바이오연료(자연물을 이용해 만든 바이오디젤 등 연료)를 생산하는 기업 S&G Biofuel을 운영한다.
이번 RSPO 감사 결과는 약 3년 6개월의 조사 끝에 나왔다. RSPO는 기름야자 농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인증 조건을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감사 제도를 운영한다. 2021년 3월 인도네시아 탈랑파릿(Talang Parit) 공동체 원주민들은 현지 변호사무소 AsM과 함께 RSPO에 이넥다를 감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탈랑파릿 원주민은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이넥다 농장이 있던 곳의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이다.
탈랑파릿 원주민들은 3가지를 문제 삼았다. 첫 번째는 이넥다 기름야자 농장을 개간될 때 원주민 동의를 얻지 않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삼성물산이 원주민이 살던 땅을 쓰는 대신 경작지를 제공하는 인도네시아 법률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 세 번째는 삼성물산이 이해관계자가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RSPO는 3가지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삼성물산에 조치를 요구했다. 탈랑파릿 원주민 동의를 얻어 삼성물산의 기름야자 농장과 원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땅의 정확한 구획을 설정할 것, 법에 규정된 경작지를 원주민에게 제공하고, 원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자체 고충 처리 절차를 마련하라는 것이 RSPO 권고 내용이다.
해당 사건에서 원주민을 대리하는 AsM의 변호사 안디코 만차요(Andiko Mancayo)는 “RSPO는 감사 초기에 원주민과 회사 간 사회적 대화를 열려고 했다. 그러나 삼성 측이 주요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RSPO가 직접 조사해 이번 결정이 나온 것”이라고 <살아지구>에 말했다.
삼성은 현재 감사 결과에 불복해 반론을 제기한 상태다. RSPO의 최종 결정은 12월에 나올 예정이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