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을 시작하며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을 시작하며

 

‘그러려니 하는’ 일상이 된 고질 : 미세먼지  

이제 미세먼지는 ‘그러려니 하고 몸에 달고 사는’ 일상의 고질이 됐다. 나 혹은 가족을 불안하게 하고 삶을 위협하지만, 개별적 행동만으로는 고쳐질리 없고 극적인 변화도 가져오기 어렵다. 모두가 태산같이 걱정하지만, 적극적 움직임은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다른 환경 문제의 대응과 닮아 있다.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전치형 교수는 그의 책 '호흡공동체'에서 미세먼지 대응에는 두 측면이 있다고 했다. '각자도생'과 '공동체' 측면이다. 공기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지만, 깨끗한 공기를 영위하기 위한 행동은 두 가지로 나눠진다고 했다. 공기에 섞인 못된 물질로부터 자신의 폐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거나 공기청정기를 켜는 것. ‘각자도생’으로 공기를 지키는 행위다.

두 번째는 다층적인데, 더 깊이 바라보며 대책을 마련하도록 숙의와 합의를 이뤄 ‘공동체의 공기’를 지키는 길이다. 가령 미세먼지 취약 계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방지 시스템을 만들고, 기업과 정부를 설득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을 마련케 하는 것이다.

은현초등학교 학생이 하교길에 미세먼지 주 원인인 화물차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각자도생의 길 v. 공동체의 길 

전치형 교수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공기청정기를 구매하거나, 마스크를 쓰는 등 '각자도생' 차원의 대응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전 교수는 미세먼지를 모두가 함께 숨쉬는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겪고 있는 ‘모두의 위기’이자, ‘공동의 위기’로 규정한다. 

그런에도 전 교수는 애써 '공동체'를 강조하는데, 이는 ‘각자 도생’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공동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가령 ‘각자 도생’하려고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할 때도, 정부가 설치한 측정망이 내놓은 ‘미세먼지 수치'와 ‘초미세먼지 수치' 정보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집 안에 공기청정기를 켜야겠다는 개인적 결심의 배경에도 대기질 수치 정보가 전제돼야 한다.

미세먼지, 벌의 방향 감각에도 영향 미쳐 

한국기술과학연구원 김홍남 박사가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사람의 뇌에도 영향을 미쳐 인지능력이나 뇌발달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다. 나아가 공기는 사람만 아니라 같은 곳에서 숨 쉬는 모든 생명체에게 위협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2024년 서울대 정수종 교수가 내놓은 연구에서는 미세먼지가 벌의 방향 감각을 낮춰 생존력을 낮춘다고 했다.

기후와 생태 분야를 다루기 위해 올해 10월 11일 창간한 비영리 독립언론 <살아지구>는 '모든 생명이 더 살기 나은 지구'를 미션으로 삼고, 심층·탐사보도를 표방한다. 창간특집 첫 기획 프로젝트로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을 선보인다.  

살아지구의 창간특집 첫 탐사기획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

살아지구의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 프로젝트는 ‘정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정보는 과연 믿을 만한가'라는 의심으로부터 출발해 미세먼지에 가장 취약한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초등학교에 초점을 맞췄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어린이는 미세먼지 ‘취약 계층’에 속한다.

시민들이 받아 보는 대기질 수치 정보가 대기질 측정소와의 거리에 따라, 이른바 ‘측정 유효 범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착안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효 범위의 기준은 대기질 측정소로부터 반경 4km이다. 4km를 벗어난 지역에서 받는 미세먼지 수치 정보는 부정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측정소 4km를 기준으로 미세먼지 수치 정보의 ‘안전지대’와 ‘사각지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 초등학교는 얼마나 가까운 대기질 측정소로부터 미세먼지 정보를 받고 있을까? 측정소 위치 정보와 초등학교 위치정보를 교차 비교해, 측정소의 유효 측정 범위(4km) 바깥에 있는 초등학교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 프로젝트는 2023년 1년 간 기록된 전국 측정소의 미세먼지 수치를 종합해 어느 지역의 아이들이 가장 심한 상태의 미세먼지에 노출되어 있는지,  WHO권고를 기준으로 아이들이 며칠이나 ‘건강하지 못한 숨’을 마셨는지 분석했다. 또 대기질 측정소의 운영 실태도 추적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집 주변의 대기질 측정소가 얼마나 오랫동안 멈췄던 적은 있었는지 취재했다.  

이렇게 <살아지구>는 미세먼지 정보의 ‘안전 사각지대’와 이로부터 위협받는 계층을 집중 살펴본 뒤에 ‘공동체’ 차원의 미세먼지 대응은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했다. 고농도 미세먼가 발생했을 때 아이들은 어떤 조치를 받고 있는지, 학부모들은 적절한 알림을 받는지 등 일선 교육 현장에서의 미세먼지에 대응책을 취재했다. 

뉴스타파 데이터팀과 협업프로젝트인  <숨의 격차, 미세먼지와 아이들>은 10월 21일 살아지구와 뉴스타파 홈페이지를 통해 동시에 공개한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