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속 아이들은 정확한 미세먼지 정보를 받고 있을까
기후와 생태를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 탐사 독립언론 <살아지구>는 오늘부터 창간 특집이자, 첫 번째 탐사 기획으로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을 시작합니다. <살아지구>는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를 기치로 뉴스타파와 뉴스타파함께재단이 공동 운영 중인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이 배출한 네 번째 독립언론입니다.
뉴스타파와 협업한 이번 프로젝트는 ‘정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정보가 과연 믿을 만한가?’라는 의심에서 시작해 우리 아이들이 며칠이나 ‘건강하지 못한 숨’을 마셨는지, 전국 600여 개 대기질 측정소의 운영 실태는 어떤지,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미세먼지 대책을 제대로 세웠는지 등의 답을 찾는 과정으로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정확한 미세먼지 측정 정보는 제공받는 측정소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점에 주목해, 전국 초등학교별로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받는 대기질 측정소가 직선 거리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전국 6천여 개 초등학교와 600여 개 측정소 간 거리 데이터를 최초로 분석했습니다. 각 초등학교 거리 정보는 <미세먼지 사각 초등학교 검색기>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인간의 ‘뇌’는 물론 ‘벌’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사람의 폐뿐 아니라 뇌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한국기술과학연구원 김홍남 박사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사람의 인지능력이나 뇌 발달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는 것.
나아가 미세먼지가 다양한 생명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까지 나왔다. 올해 서울대 정수종 교수가 발표한 결과인데, 미세먼지가 벌의 방향 감각을 떨어뜨려 생존력을 낮춘다고 했다.
같은 공간에서 숨을 내쉬는 모든 생명체의 문제가 된 미세먼지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다. 먼저 ‘각자도생의 길’. 개인들이 마스크를 준비하고 공기청정기를 마련하는 것. 그다음은 ‘공동체의 길’이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줄이고, 약자의 보건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갖춰 나가는 것.
이 두 가지 중 우리 사회는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전치형 교수가 쓴 책, '호흡 공동체'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공기청정기를 구매하거나 마스크를 쓰는 '각자도생'의 대응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각자 도생’이든 ‘공동체’대응이든, 정확한 미세먼지 수치 정보는 필수
그런데, ‘각자도생’의 길을 가든, ‘공동체’로 대응하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정확한 미세먼지 수치 정보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대기질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 모든 미세먼지 대책의 출발선이다.
그렇다면, 엄마들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휴대전화로 매일 받아보고 있는 ‘아이 학교 주변의 미세먼지 수치 정보’는 얼마나 정확한 걸까?
프로젝트 출발 : ‘정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정보는 믿을 만한가?
모든 훌륭한 탐사보도가 그러하듯,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 프로젝트도 ‘정부가 내놓는 미세먼지 정보가 과연 믿을 만한가?’라는 의심을 출발선으로 삼아 몇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취재를 확장했다. 취재는 올해 1월부터 시작해 10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① 전국 6,000여 개 초등학교 중, 가장 심한 상태로 미세먼지에 노출된 지역은 어디일까? ② WHO 권고 기준으로 지난해 아이들은 며칠이나 ‘건강하지 못한 숨’을 들이마셨는가? ③ 나도 모르는 사이, 전국 600여 개 대기질 측정소가 얼마나 오랫동안 멈췄던 적은 있었나? ④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 현장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어떤 조치를 하는가? ⑤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은 교육 당국으로부터 적절한 정보를 받고 있는가?
위 질문의 답을 구하고자 수행한 이번 취재의 결과물은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 특별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별페이지 제작을 위해 뉴스타파 데이터팀, 디자인팀과 살아지구 취재진이 협업했으며, 뉴스타파와 살아지구 홈페이지에 동시 공개한다.
<숨의 격차, 미세먼지 속 아이들> 프로젝트 바로 가기
초등학교별 제공받는 미세먼지 수치에 ‘정보 격차’는 존재하나
이번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발견한 ‘팩트’는 바로 학부모들이 제공받는 미세먼지 수치에 이른바 ‘정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대기질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측정소와의 거리가 중요한데, 측정소에서 가까울수록 더 정확한 미세먼지 정보를, 반대로 측정소에서 멀수록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기질 정보의 정확함, 부정확함을 가르는 거리 기준은 얼마일까? 전문가들은 대기질 측정소의 ‘유효 측정 범위’라고 하는데, 유효 기준점은 대기질 측정소로부터 반경 4km 이내다. 즉, 내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4km 이내에 측정소가 있어야 정확한 대기질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초등학교는 6,316개다. 대기질 측정소는 전국 661곳이다. 초등학교 대비 측정소는 1/10 수준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와 그 주변의 미세먼지 수치 정보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 측정소로부터 받는 것일까? ‘유효 정보 측정 거리’인 4km를 벗어난 측정소에서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받는 초등학교는 몇 곳이나 될까?
우리 아이가 제공받는 미세먼지 수치는 4KM 이내에 있는 측정소부터 받는 것일까
그 결과는 놀라웠다. 전국 초등학교 6,316곳 중 약 30% 정도인 1,868개 초등학교가 직선거리로 4km 이상 떨어져 있는 대기질 측정소로부터 미세먼지 정보를 받아보고 있었다. 대기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의 1/3이 유효하지 못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는 미세먼지 측정 정보를 받는, 이른바 ‘정보 사각지대’에 속했다.
이 사각지대는 대도시보다는 농어촌 지역으로 갈수록 더 많았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50km 떨어진 대기질 측정소에서 미세먼지 정보를 받는 초등학교도 있었다.
이처럼, 초등학교별 받아보는 미세먼지 정보의 질에 ‘격차’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선 교육 현장의 미세먼지 대비책도 그만큼 허술한 것은 아닐까? 올바른 대비책은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보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대책의 출발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 명칭을 ‘숨의 격차’라고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국 6천여 개 초등학교 별로 대기질 측정소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초등학교와 측정소 간 거리 데이터를 확인하려면, <미세먼지 사각 초등학교 검색기> 페이지에 들어와 초등학교 이름을 검색하면 된다.
일상의 고질이 된 미세먼지 대책, 출발은 어디서?
갈수록 미세먼지는 심각하지만, 어느새, ‘그러려니 하고 몸에 달고 사는’ 일상적인 고질이 됐다. 대다수가 건강에 안 좋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그렇다고 ‘각자도생’의 길 외에 ‘공동체’ 차원의 능동적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상태 전문 탐사보도 매체를 지향하는 <살아지구>의 첫 프로젝트가 미세먼지 정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수치를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른 적절한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는 작은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기후·생태 탐사 독립언론 <살아지구>, 10월 11일 창간
기후와 생태 분야에서 탐사보도를 추구하는 독립언론 <살아지구>는 '모든 생명이 더 살기 나은 지구'를 기치로 올해 10월 11일 창간했다. 보도의 목표를 ‘부의 축적이 아닌 공공의 이익’으로 삼는 비영리 언론이다. 기업 광고와 정부 협찬을 배격하고 100% 시민들의 후원만으로 운영한다.
<살아지구>는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를 기치로 뉴스타파와 뉴스타파함께재단이 공동 운영 중인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이 배출한 네 번째 독립언론이다. 지금은 한 명의 기자로 운영하지만, 프랑스의 환경 전문 독립언론 ‘르포르테르(Reporterre)’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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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살아지구, 뉴스타파
취재 임병선
데이터/개발 전기환, 김지연
페이지 디자인 이도현
개발 오나영
진행 장광연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