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 법정계획으로 추진한 기후대응댐
새 정부의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됐습니다. 김성환 후보자는 무난하게 장관으로 취임할 전망입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전 정부가 추진한 기후대응댐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전문가들은 기후대응댐 추진 과정이 '이상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국가 물 관련 정책의 근거가 되는 최상위 계획인 물관리기본계획과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살아지구>는 지난 5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밝혀진 기후대응댐 추진 절차의 이상했던 지점을 짚어봅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던 법적 근거 중 하나가 법정계획의 수립이었다. 기후대응댐과 관련된 법정계획이란 권역별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이하 하천유역계획)을 말한다. 하천유역계획은 국내 5개의 큰 강 유역의 물의 양을 파악하고, 가뭄과 홍수 등의 대비 계획 등이 들어 있다.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5개의 하천유역계획을 작성하면서 기후대응댐을 짓겠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댐 건설을 위해서는 어떤 댐을 왜 짓겠다는 내용이 법정계획에 들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하천유역계획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한 달 전인 지난 3월,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국내 물 정책을 최종 심의하는 기관인데, 국무총리와 민간 인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기후대응댐 재검토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기후대응댐의 법적 근거인 하천유역계획이 ‘필요 없는 법정계획’이었다는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지난 5월 8일 발표한 감사결과를 보면, “수자원장기종합계획(하위의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정비할 필요가 있는데도 환경부는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유사한 기존 국가기본계획들을 정비하지 않음으로써,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물관리 정책수립 및 사업추진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상위계획 사라져 없어졌어야 할 하천유역계획
앞서, 백경오 한경대 토목학과 교수,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등은 환경부의 기후대응댐 건설과 관련해 하천유역계획은 기존 물 관련 법정계획과 같은 평가 내용을 담고 있어, ‘필요 없는’ 계획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기후대응댐이 환경부가 내세운 건설 이유인 홍수나 가뭄 예방 목적으로 부적절하고, 기후대응댐 건설의 명분을 쌓기 위해 환경부가 필요 없는 하천유역계획을 세워 법정계획 체계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이번 감사원의 환경부 감사 결과는 하천유역계획이 필요 없었다는 물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을 재확인해 준 셈이다.
물 관련 법정계획은 최상위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 아래에 각 분야의 하위계획을 가진 구조다. 하위계획은 상위계획이 정한 내용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정하는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하천유역계획의 경우, 환경부는 상위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하위 성격인 유역별 실행계획을 세웠다. 기후대응댐을 추진하기 위해 이렇게 본말이 거꾸로 된 계획을 수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이 물 관련 모든 분야를 담으면서 하천유역계획의 원래 상위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은 사라졌다. 하천유역계획의 상위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 수립이 되지 않았으므로, 바로 아래 있는 하천유역계획도 없어졌어야 했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의 내용을 각 유역에서 실행하기 위한 자세한 방안은 이미 ‘유역별 물관리종합계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하천유역계획이 다른 법정계획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면, 이 계획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그렇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 점을 꼭 집어 지적했다. 즉, 감사원은 ‘하천유역계획이 다른 계획에서 이미 다루고 있는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수자원계획(하천유역계획이 속한 )의 총 9가지 법정 수립항목이 모두 물관리기본계획(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감사 내용을 상세히 보면, 하천유역계획은 환경부가 2021년 수립 완료한 유역물관리종합계획에서 다룬 유역의 물 관련 여건, 물환경 보전 및 관리 등의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감사원은 기후대응댐의 추진 근거인 치수와 이수 측면에서도 이전 계획과의 중복성을 지적했다. 여기서 치수는 홍수와 같은 재해를 예방하는 정책, 이수는 보나 댐처럼 물을 이용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는 기후대응댐으로 해결하겠다고 지적받은 문제들이 이미 유역물관리종합계획에 논외되고 담겨 있었다는 것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논거로 기후대응댐 추진을 밀어붙였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인 것이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