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배수 재판에 제출된 '기이한 수온 데이터', 한수원에게만 유리했다
고리·신고리 원자력발전소 온배수로 피해를 입은 어민들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이의 보상 다툼에서 새로운 근거로 쓰인 어업피해 조사 보고서에서 이상 수치가 발견됐다. 이 수치는 온배수 피해 보상을 받는 어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근거로 쓰였다.
<살아지구>가 부산 기장군 동일 어장을 대상으로 작성된 1차(2007년)·2차(2011년)·3차(2024년) 조사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3차 보고서상 자연수온 수치는 1차보다 오히려 평균 3.83℃ 낮게 기재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상한 건 동해 수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3차 조사의 자연수온을 동일한 어장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았다.
한수원 법률대리인은 현재 진행 중인 2심 재판에서 이 3차 보고서를 근거로 어민 측에 유리한 전남대 2차 보고서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세 번의 조사, 19년의 다툼
이 사건의 시작은 고리·신고리 원전 인근 어민들이 온배수로 인한 어업 피해를 주장하며 한수원에 보상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어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부경대·한국해양대 공동 연구팀이 1차 어업피해 조사를 2000년부터 실시해 2007년 11월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피해가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다며 이 보고서를 거부했다.

이에 1차 조사 결과의 검증 차원에서 전남대 연구진이 2차 조사를 맡았다. 전남대는 1차 조사에 비해 더 넓고 큰 피해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전남대 보고서가 나오자 이번에는 한수원이 거부하며 전남대에 용역비 지급을 거절했다. 한수원은 전남대가 조사한 결과인 보고서 자체를 폐기하기 위해 전남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대법원까지 간 재판에서 2021년 5월 전남대가 승소하면서 2차 조사가 유효함이 인정됐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후에도 전남대 보고서에 따른 피해 보상금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어민들은 한수원을 상대로 2차 조사를 기준으로 보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어민들이 승소했다. 한수원이 불복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2심 재판 과정에서 한수원의 의뢰로 3차 조사가 이뤄졌고, 한수원 법률대리인은 이 보고서를 법정에 제출해 어민 측에 유리한 전남대 2차 보고서의 신뢰성을 흔드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2차 전남대 조사에 따른 보상을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살아지구>의 이번 분석은 3차 보고서의 핵심 수치를 검토한 결과다.
같은 어장, 같은 생물. 그런데 수온이 내려갔다
온배수 피해율은 ‘온배수로 인한 어업 피해 정도’를 의미한다. 이를 계산하기 위한 핵심은 3가지 수온이다. 3가지 수온이란 온배수가 없었다면 바다가 자연적으로 유지했을 온도인 자연수온, 발전소 온배수로 인해 올라간 증가수온, 그리고 미역·다시마 같은 양식 생물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온도인 임계수온이다. 이 세 수치를 조합해 온배수가 생물의 생존 한계를 얼마나 압박했는지 계산하는 방식이다.
자연수온이 낮게 설정되면 임계수온까지 여유가 더 생겨 피해율이 줄어드는 구조다. 즉, 온배수가 없었을 때의 수온을 실제보다 낮게 가정할수록 온배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고 어민이 받는 보상액도 줄어든다.
<살아지구>는 동일한 어장에서 이뤄진 조사에서 자연수온이 어떻게 해조류 양식으로 동일한 임계수온 기준(19℃)이 적용된 5개 어장(이해순, 노학섭, 김경영, 이정태, 김철수)만을 분리해 1차·3차 수치를 비교했다. 비교 조건을 통일하기 위해 2차 전남대 조사에서 전복이 추가된 어장은 제외했다.
2차 조사는 1차의 검증 성격이라 자연수온이 동일하기 때문에 결과치는 1차와 3차만 표기했다. 미역·다시마는 가을부터 봄까지 찬물에서 이뤄지는 양식이기 때문에, 두 조사 모두 여름을 뺀 3개 계절의 수온을 반영한다.
비교 결과, 5개 어장 모두에서 3차 자연수온이 1차보다 현저히 낮게 기재됐다. 차이는 최소 3.4℃에서 최대 4.3℃에 달했으며, 평균 3.83℃ 하락이 나타났다.
동해 수온은 17년간 올랐는데, 기장 바다만 차가워졌다?
문제는 이런 온도 차이가 상식에 반한다는 점이다.
먼저, 한국 바다의 수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과학조사선을 이용해 207개 지점에서 격월로 직접 관측한 정선해양관측 자료를 보면, 최근 57년간(1968~2024년) 동해 표층 수온은 2.04℃ 상승했다. 이는 전 지구 평균 상승폭의 2배 이상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1차 보고서(2007년)에 14.0℃로 기재된 자연수온이 17년 후인 3차(2024년)에서 9.75~10.8℃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수치는 해양학적 관측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심지어 어장을 맞대고 있는 울주군 어업피해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3차 부경대 조사의 자연수온 수치는 기이하다. 울주군 어업피해조사 또한 연구진은 다르지만 부경대가 실시했다.
2022년 6월 울산 울주군 어민 또한 고리·신고리 원전으로 인한 어업피해조사가 있었다. 울주 조사에서 미역 어장의 자연수온은 낮게는 14.791℃에서 높게는 15.064℃로 나타났고, 대체로 14.8℃에 수렴했다. 울주 어민들은 기장 어민들과 동일하게 고리·신고리 원전 온배수로 인한 피해를 받고 있으며, 울주와 기장은 고리원전을 기점으로 붙어 있어 사실상 동일한 어장을 공유한다. 거리를 고려하면 4.6℃라는 차이는 거의 불가능한 수치다.
이는 3차 조사의 자연수온이 전체적 추세에도 반하고, 동일한 원인에서 비롯된 인접 어장의 결과와 달리 유독 기장에서만 한수원에게 유리한 자연수온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피해율 산식의 구조상 자연수온을 낮게 잡으면 어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수원 법률대리인이 전남대 보고서를 무력화하기 위해 법정에 제출한 보고서가 바로 그 방향으로 수치를 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수온 기준만 바꾸면 피해율은 두 배가 된다
<살아지구>는 보고서 원문에서 피해율 산정에 사용된 수식을 직접 확인했다. 이 산식을 이용해 자연수온 변경이 피해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비교했다. 3차 조사의 자연수온을 2차와 동일하게 가정하고 계산한 것이다.
자연수온 기준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3차 평균 피해율은 29.6%에서 55.8%로 뛰어오른다. 특히 이해순·이정태 어장은 가상 적용 시 1차 피해율과 정확히 같은 22.1%가 나온다. 온배수 증가량은 17년 전과 동일한데 자연수온 기준만 낮아지면서 피해율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노학섭·김철수 어장은 가상 자연수온 적용 시 피해율이 90% 안팎으로 치솟아 2차 수준에 근접한다.
슬라이더로 자연수온을 낮춰보세요. 온배수가 동일해도 자연수온이 내려갈수록 피해율이 줄어드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수원 측이 전남대 보고서를 흔들기 위해 법정에 제출한 3차 보고서가 데이터 자체의 이상한 점을 드러낸 셈이다.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수정 요청 내역과 침묵
<살아지구>는 3차 조사 보고서 작성을 맡은 부경대 모 교수에게 3차 조사 결과의 자연수온이 동해 수온 상승 추세와 반대 방향으로 나온 근거가 무엇인지 물으려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해당 교수는 "그 문제로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말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해당 교수가 말한 ‘시달림’은 한수원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어민 측은 해당 교수에게 보고서 결과 관련 연락을 취한 바가 없다고 밝혔으며, 취재 결과 한수원은 부경대 조사팀에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수차례 수정을 요청한 내역이 남아 있었다.
| 날짜 | 제목 |
|---|---|
| 2025.07.10 | 기장지역 온배수영향 어업피해조사 보고서 검토 및 수정 요청 |
| 2025.07.10 | 부경대(3차조사) 어업피해조사 이의신청 관련 감정평가 및 결과제출 요청 |
| 2025.07.02 | 기장지역 온배수영향 어업피해조사 보고서 재검토 및 수정 요청 |
| 2025.07.01 | 기장지역 온배수영향 어업피해조사 보고서 재검토 및 수정 요청 |
| 2025.07.01 | 기장지역 온배수영향 어업피해조사 보고서 재검토 및 수정 요청 |
| 2025.06.17 | 기장지역 온배수영향 어업피해조사 보고서 검토 및 수정 요청 |
| 2025.06.12 | 부경대(3차조사) 어업피해조사 이의신청 재검토 결과 감정평가 반영 요청 |
| 2025.06.02 | 부경대(3차조사) 어업피해조사 이의신청 재검토 결과 감정평가 반영 요청 |
| 2025.05.23 | 기장지역 온배수영향 어업피해조사 보고서 검토 및 수정 요청 |
| 2025.05.08 | 기장지역 온배수영향 어업피해조사 보고서 수정 및 나잠어업 요청 |
| 2025.04.16 | 기장지역 온배수영향 어업피해조사 보고서 검토 및 수정 요청 |
| 2025.03.11 | 기장지역 어업피해조사 관련 이의제기에 대한 조사여부 및 향후계획 회신 요청 |
| 2025.03.10 | 기장지역 어업피해조사 이의신청 검토결과 제출에 대한 검수의견 회신 요청 |
| 2025.03.10 | 기장지역 온배수영향 어업피해조사 관련 추가 이의신청에 대한 자료조사 요청 |
| 2025.02.28 | 부경대(3차조사) 어업피해조사 이의신청에 대한 검토결과와 감정평가 반영 요청 |
| 2025.02.19 | 기장지역 어업피해조사 이의신청에 대한 검토의견 제출 재촉구 |
| 2025.01.23 | 기장지역 어업피해조사 이의신청에 대한 검토의견 제출 촉구 |
| 2024.12.24 | 기장지역 어업피해조사 관련 이의신청에 대한 검토의견 제출 재요청 |
| 2024.12.10 | 기장지역 어업피해조사 관련 이의신청 내역서 송부(2차) |
| 2024.12.03 | 기장지역 어업피해조사 관련 이의신청 내역서 송부(1차) |
어업 피해 보상 산정을 위한 조사 보고서는 어민과 한수원 사이의 보상 협의는 물론, 현재처럼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경우 재판부의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근거 자료다. 그 작성 과정에서 의뢰자가 수차례 수정을 요구했다면, 최종 수치의 신뢰성은 물론 보고서 전체의 독립성에 의문이 생긴다.
앞서 2차 조사를 두고 한수원과 전남대가 용역비로 법정 다툼을 할 때도, 전남대 조사 담당자는 “보고서 완성 뒤 한수원이 온갖 트집을 잡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오랜 다툼,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장 어민들이 처음 단체를 조직하고 온배수 문제를 제기한 1991년 이후 약 35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 어민들은 조사를 요구하고, 1차 보고서를 거부하고, 2차 검증 조사를 요구하고, 용역비 소송을 지켜봤다. 직접 제기한 소송에서는 1심에서 이겼으나, 다시 2심 재판을 맞았다.
부산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한수원의 의뢰로 새로운 3차 보고서가 나왔고, 그 보고서에는 동해 수온 상승 추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수치가 담겨 있었다. 한수원은 그 수치를 법정에 들고 나와 약속한 보상은 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고리 원자력발전소 온배수 피해보상에서 제외됐던 기장 어민들이 뒤늦은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는 2심 재판에서 결정된다. 현재 판결이 남은 상태로 판결선고기일이 오는 2026년 4월 23일로 잡혀 있다.
한수원은 2024년 11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1심 판결 직후 항소와 함께 소송대리인을 법무법인 율촌에서 김앤장으로 교체했다. 새로 선임된 변호인단에는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 2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장군 어업피해대책위원회 측은 재판과 별개로 자연수온 조작 의혹에 대해 고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살아지구>에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