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짓고 공기업은 운영만…다대포해상풍력 '공공주도' 맞나

부산광역시 사하구 앞바다에 들어서는 다대포해상풍력에 대한 주민공청회가 최근 열렸다. 사업자 측은 '공공주도'를 강조했지만, 정작 한국남부발전 관계자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민간자본이 개발하고 공기업은 완공 후 운영만 하는 구조에서 '공공 주도'라는 타이틀이 실체를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11월 30일 오후, 부산 사하구청 제2청사에서 다대포해상풍력 사업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는 코리오제너레이션 자회사인 부산해상풍력발전(이하 코리오)과 한국남부발전이 주관했다. 해당 공청회에는 전문가 패널 4명과 사하구청 관계자, 지역 주민, 어민 등이 참석했다.

코리오 측은 다대포 앞바다에 99MW(메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는 사업의 환경영향을 설명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대부분 반대 측이었고 현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참석한 90%가 반대인데 왜 진행하느냐"는 주민의 항의가 이어졌고, 사업자 측은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한 자발적 자리"라고 설명했다.

11월 30일 오후 부산 사하구청 제2청사 대강당에서 다대포해상풍력 사업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공기업 이름만 내세우는 '공공 주도'?

모습 안드러낸 남부발전 

다대포해상풍력은 '국내 1호 공공주도 해상풍력'을 표방한다. 코리오는 "한국남부발전 공기업 주도형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발전단지의 유지보수는 남부발전이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사업자 측 설명에 따르면 한국남부발전의 역할은 주로 운영(O&M) 단계에서의 참여다. 즉, 호주 맥쿼리 그룹의 에너지 파트를 맡은 코리오제너레이션이 한국에 부산해상풍력발전 회사를 설립하고, 해상풍력 발전소를 만든 뒤 한국남부발전이 운영만 하는 형태다.

실제로 개발 단계에서 공기업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는다. 게다가 2025년 11월 14일 한국남부발전이 발행한 분기보고서 공시에도 부산해상풍력 지분 투자는 없다. 경쟁입찰에 한국남부발전이 함께 참여한 것만 '공공 주도'의 유일한 근거다.

김정훈 부산해상풍력 상무

사업자 측은 한국남부발전 관계자 1명이 참석했다고 <살아지구>에 말했지만 공청회 내내 한국남부발전 측 관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실상 민간 자본이 개발을 주도하고 공기업은 운영 단계에서만 참여하는 구조라면, '공공 주도'라는 타이틀이 실체를 갖추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남는다.

익명의 학계 전문가는 "산업통상부가 이미 한전 발전자회사가 경쟁입찰에 참여한 사례 4건을 '공공 주도'의 성공 사례로 분류한 이상, 그 말 자체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업자가 개발하고 공기업이 들어가면 공공 주도로 해주겠다는 방식이 왜 공공 주도인지, 어떤 좋은 효과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보통 입지 발굴을 공공이 하고 사업자가 사업을 따가는 것을 공공 주도라고 부른다"고 <살아지구>에 말했다.

‘객관적 시선’이라더니, 전문가 1명은 이해관계자 가능성

사업자 측이 밝힌 공청회의 목적은 제3자인 전문가의 시각으로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날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 4명 1명은 사업 시행사 측과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상태로 확인됐다. 

코리오는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를 패널로 내세워 이익공유 제도를 설명했다. '이익공유'란 주민들이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투자금을 내면 발전소 운영 단계에서 수익 일부를 가져가는 제도다. 코리오 측은 다대포 해상풍력을 운영할 때 이익공유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공청회에서 윤 대표는 덴마크 사례를 들며 해상풍력 발전소가 지역에 들어왔을 때 지역 주민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트에너지는 특정 발전소의 의뢰를 받아 이익공유 제도를 설계하는 업체고, 이 사업의 이익공유 제도를 설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코리오는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를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운영위원으로만 소개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해당 패널들을 공무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특정 업체 대표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든 사업자 측 소개가 문제였다. 코리오 측은 특정 업체의 대표임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리플렛과 발표 자료에도 현재 소속 없이 과거 이력만 기재돼 있었다. 윤 대표는 공청회가 끝난 후 "계약을 맺진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사업 진행에 따라 참여할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3년 전 SNS에 ‘다대포 해상풍력 프로젝트 착수’라는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코리오가 준비한 발표자료에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의 이력은 현재 업체 소속 없이 한국에너지공단 운영위원이라는 명칭만 적혀 있다

전자파와 소음 우려에 대한 전문가의 설명

전자파와 소음 문제는 주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쟁점 중 하나였다. 사업자 측은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헤어드라이기의 44% 수준이며, 송전선로 직상부에서도 기준치의 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무송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보다 상세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저주파 자기장을 '발암가능물질(2B)'로 분류했으나, 이는 휴대전화 전자파와 같은 등급"이라며 "최근 호주·영국 정부의 재분석 결과 소아백혈병과의 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국내 서울대병원 연구에서도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대포 해상풍력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자 측이 제가 언론에 기고한 칼럼을 보고 연락을 보내왔으며, 공청회 전에 어떤 연결점도 없었다"고 <살아지구>에 설명했다. 

장태량 엔브이티 대표는 "10m/s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때나 소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10m/s 이상의 속도로 바람이 불면 오히려 파도 소리에 묻힐 수 있다(마스킹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어 "사업자 설명으로는 사업 예정지에서 주로 남서풍이 분다고 하는데, 이 조건이라면 소음이 바다 쪽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태량 대표는 과거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풍력 관련 소음 연구를 다수 진행했으며, 현재는 소음 예측 등을 대행하는 엔브이티의 대표로 활동중이다.

소음 관련 설명을 진행한 장대표는 "예전 다른 사업 현장에서 잠깐 만났던 코리오 관계자에게 4년 만에 연락이 와 참석했고, 다른 개인적 연결점도 없다. 다대포 해상풍력 사업과도 어떤 관련이 없다"고 매체에 말했다.

공청회에 참여한 4명의 전문가와 김정훈 부산해상풍력 상무

해상풍력발전의 피해 당사자는 어디까지인가

반대 주민들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최상호 다대포해상풍력반대주민협의회 위원장은 "전기사업법 제7조에 발전사업 허가에 대하여 입지 선정 전에 사전 고지를 확보하여 주민 의견을 먼저 수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주민 동의를 안 받고 이렇게 공청회를 하고 있는 것은 순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코리오 측에 따르면 다대포 해상풍력은 일부 어민의 동의서를 통해 발전사업허가를 받았다. 어민이 아닌 다대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설명이 없던 것은 사업자 측도 인정했다.

이에 부산해상풍력 관계자는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주민이라 함은 법적으로 어민을 주로 의미한다. 바다에서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상 '이해당사자 동의'를 허가 기준으로 보는데, 이해당사자는 직접적 피해 대상인 어민이 우선이라고 <살아지구>에 설명했다.

다만 다대동은 6만 20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구역이다. 해상풍력은 경관, 지역 이미지 등 일반 주민에게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당 주민들은 초기 논의에서 배제됐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현장에서 일부 주민들은 "어민 동의서만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2시간의 공청회는 사업자와 반대 주민들 양측의 평행선을 확인하는 자리에 그쳤다. 코리오 측은 "더 많은 설명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반대 주민들은 "그렇게 아무 영향이 없고 좋은 사업이면 해운대에서 하면 되지 않냐"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비교적 사업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어민들조차 기존부터 설명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윤길만 부산시수협 대의원은 코리오 측을 향해 "어민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현재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그 자리가 어민들에게는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삶의 터전이다. 그리고 평생 피해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길만 대의원은 "신안군이나 영광군처럼 해상풍력을 추진 중인 다른 지역을 보면 해상풍력 때문에 주민들과 어민들이 갈라진다. 우리도 그걸 원하지 않는다"고 <살아지구>에 말했다.

윤길만 부산시수협 대의원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