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댐 공감대'의 실상

'기후대응댐 공감대'의 실상
경남 의령군 우곡마을 주민들은 서암저수지를 지을 때 원래 살던 집에서 쫓겨 나왔다. 우곡마을 사람 중에는 그때 지은 집의 빚도 갚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서암저수지 바로 아래로 이주해 온 우곡마을 주민들은 가례천댐으로 재개발한다는 계획 때문에 다시 집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기후대응댐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환경부, 주민 의견은 안중에 없다

기후대응댐은 윤석열 정부 환경부의 댐 건설 정책의 기조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홍수 예방과 가뭄 해소를 위해 작은 댐을 짓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31일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고, 석 달 후인 10월 22일에는 4개를 제외하고 10개 후보지를 선정했다. 또 올해 3월 12일에는 이중 1곳을 뺀 9곳을 확정했다. 

환경부가 확정한 기후대응댐 후보지 9곳은 ▲아미천댐(경기 연천) ▲산기천댐(강원 삼척) ▲용두천댐(경북 예천) ▲고현천댐(경남 거제) ▲감천댐(경북 김천) ▲가례천댐(경남 의령) ▲회야강댐(울산) ▲운문첨댐(경북 청도) ▲병영천댐(전남 강진)이다.

댐을 짓는 일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수몰해 없애는 결과를 낳는다. 때문에 댐 건설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강한 반대에 부딪혀 왔다. 기후대응댐 추진 과정에서 환경부가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 ‘주민 공감대가 생긴 뒤에 댐을 추진하겠다’는 것. 댐 건설은 건설로 인해 집을 잃어야 할 사람들이 그 피해를 감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주민 의견 청취가 필수인 이유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확정지 9곳을 발표하면서 ‘여론’을 통해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당초 14곳 중 반대가 심한 5개 지역을 제외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화순 동복천댐과 청양·부여 지천댐은 ‘찬성과 반대가 비등’해서 협의체를 구성해 추가 논의를 진행하고, 양구 수입천댐, 단양 단양천댐, 순천 옥천댐은 ‘주민 반대가 심해’ 보류했다고 말한다.

환경부는 주민 의사에 관심이 없다

환경부의 말만 보면, 환경부가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환경부 주장과 실상은 간극이 존재한다. 가령 ‘찬성과 반대가 비등한’ 곳이라고 환경부가 설명한 청양 지천댐의 경우 실제론 지자체장은 찬성하고, 대다수 주민들은 반대 중이다. 또 ‘주민 반대가 심한 곳’이라는 수입천댐, 단양천댐, 옥천댐의 경우, 지자체장까지 나서 반대 의사를 밝힌 곳이다. 

이번에 환경부가 확정한 9개 후보지도 마찬가지다. 김천시 감천댐, 의령군 가례천댐의 경우, 지자체장이 댐 건설을 신청했지만 수몰 예정지 주민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 경북 김천시 감천댐의 경우, 주민들이 국회를 찾아가 댐 건설을 막겠다고 나섰다. 또 경남 의령군 가례천댐을 반대하는 우곡마을 주민들은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을 그대로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나, 의령군으로부터 확답을 듣지 못한 상태다. 환경부 설명대로 주민들의 의사를 바탕으로 기후대응댐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이들 지역은 확정 후보지에서 제외돼야 한다.

경북 김천시 감천댐은 과거 국토교통부가 추진했던 대덕댐과 동일한 사업이다. 2024년 9월 주민들이 주민설명회장 앞에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생각이 없다는 건 ‘하천유역 수자원 관리계획’ 공청회 단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천유역 수자원 관리계획은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건설 명분으로 삼는 정책안이다. 낙동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 한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의 공청회가 열렸을 때, 두 공청회 모두 주민 단체와 환경단체가 반대했다. 그 바람에 공청회 발표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공청회는 수자원법이 명시한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의 법적 요건이다. 그러나 환경부 물관리정책과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심의를 받을 때도 반대 등의 혼란 속에서 이뤄진 공청회가 완료됐다고 보고할 뿐, 당시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 

아미천댐, 산기천댐 계획을 포함한 한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위원회 공청회가 열렸다

환경부의 초점은 지자체 뿐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건설을 추진하며 눈치는 보는 건 ‘주민 의견’이 아니라 ‘지자체의 의지’다. 환경부가 후보지에서 잠정 제외한 수입천댐, 지천댐, 단양천댐, 동복천댐 등 4곳은 각각 양구군, 청양군, 단양군, 화순군 지자체장이 반대한 곳이다. 또 지자체가 댐 건설 의사를 철회한 순천시 옥천댐도 제외됐다.

더구나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이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와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과하면, 환경부가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는 따로 없다.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환경부 차관이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환경부가 사무를 담당하며, 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한 민간위원장과 국무총리가 맡는다. 두 위원회는 주민들의 의사를 충실하게 반영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

타당성조사 지침에 따르면, ‘지역주민의 태도 등 외부여건’이라는 항목으로 주민 의견을 고려하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현실의 예비타당성조사는 경제성 분석이 주 목적이며, 주민 의견보다는 지자체의 의견을 더 반영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환경단체와 주민 1,000여 명이 모여 소송을 제기했던 가덕도신공항은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던 사업이다. 그런데 2023년 4월 한국개발연구원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 결과를 보면, 주민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총 540쪽짜리 보고서에서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경상남도가 환영하고 있다는 내용이 1페이지에 걸쳐 언급될 뿐이다. 원주천댐의 타당성조사 보고서도 주민들의 의견은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주민 의견 항목이 있지만, 그 영향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시행자가 주민들을 설득하지 못한 경우, ‘사후관리’ 영역으로 두고, 사업 과정에서 시행자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것을 사업 조건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영향평가를 심의하는 기관은 환경부다.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하고 의견을 주는 곳도 한국환경공단, 국립생태원 등 환경부 산하 기관이다. 사후관리 항목을 시행자가 지키지 않을 경우 고발할 수 있지만, 기후대응댐의 경우 승인권자와 시행자가 모두 환경부다. 따라서 환경부가 고발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효과 없을 ‘작은 댐’

가례천댐 때문에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경남 의령군 우곡마을 주민들은 20년 전 서암저수지를 확장할 때, 원래 살던 곳에서 내쫓긴 사람들이다. 우곡마을 주민 중에는 새로 지은 집의 대출도 아직 갚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다. 경북 김천 감천댐은 과거 여러 번 건설을 시도했으나 명분이 부족해 무산된 대덕댐에서 이름을 바꾼 사업이다. 경북 김천시청과 국토교통부는 10년이 넘도록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김천시 감천리 주민들은 여전히 동의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기후대응댐 건설의 명분을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늘기 때문에 댐을 지어 비가 오기 전 물을 담아 놓을 공간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물그릇론’이다. 그러나 물그릇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물그릇론에서 말하는 댐의 홍수 예방 능력 자체는 인정하지만, 작은 하천에 댐을 지을 경우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백경오 한경국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교수는 <살아지구>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대응댐 계획은 매우 작은 지류의 지류의 지류를 찾아서 댐을 짓는다는 계획”이라면서 “효과가 없다. 댐 이외의 다른 조치를 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홍수는 집중호우 시기에 본류에서 흐르는 물 때문에 발생하는데, 작은 하천에 기후대응댐을 짓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가 발표한 기후대응댐 예정지 9곳 모두 작은 하천이다. 하천에는 많은 양의 물이 흐르는 본류가 있고, 그 본류로 흘러오는 작은 하천인 지류가 있다. 또 지류마다 해당 지류로 흘러드는 지류의 지류가 있다. 

기후대응댐 예정지 9곳의 하천 상태를 보면, 작은 본류가 2곳, 지류 1곳, 제2지류(지류의 지류)는 4곳, 제4지류(지류의 지류의 지류의 지류)는 1곳이다. 특히 삼척시 도계읍에 흐르는 산기천은 규모가 작아 국가 하천정보관리시스템에 등록조차 되지 않았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