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 모래사장에 트럭 150대...전문가 "누가 봐도 훼손"
고창군은 최근 강행한 ‘해변 오버랜딩’ 행사가 생태계 훼손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전문가는 명백한 훼손으로 평가했다.
살아지구는 20일 국내 세계유산 관련 전문가에게 자문한 결과, 모래사장에 많은 수의 자동차가 운행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훼손 행위라고 진단했다.
고창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17~19일 명사십리 해변에서 유튜버와 함께 ‘K-Wild 오버랜딩 대축제’를 열었다.
명사십리 해변은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에 포함된 지질명소다. 고창군은 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에서 명사십리 해안을 “서해안에서 보기드문 약 8.5km 거리의 직선형 해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명사십리 해변의 핵심은 ‘모래’다. 다른 지질명소의 경우 대부분 특정한 암석층이 대상이지만, 명사십리의 경우 모래사장 자체가 보호 대상이다.

문제는 이 행사를 고창군이 ‘훼손 행위’로 인식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개최했다는 점이다.
고창군은 자체 예산으로 포크레인으로 모래사장을 파서 ‘오프로드 코스’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이 모래사장에서 캠핑을 할 수 있게 허용하기도 했다.
살아지구 취재 결과 18일 오후 차량 150 여대가 명사십리 모래사장을 달리거나 주차한 채 텐트를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이 달리자 주변 조류들이 바다 쪽으로 피하거나 다른 곳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고창군과 함께 축제를 개최한 해당 유튜버는 앞서 명사십리에서 차량 두 대를 일렬로 세워 놓고 경주를 펼치는 ‘드래그 레이스’와 차량 후면에 줄을 연결해 힘을 겨루는 ‘차 줄다리기’ 행사를 독자적으로 진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명사십리는 해수욕장으로 등록되지 않아 해수욕장법상 차량 진입 금지 대상은 아니다. 자연공원법은 공원 내 자연물의 인위적 훼손을 금지하고 있지만 판단과 처분은 관리 주체인 지자체가 담당한다.
명사십리와 불과 3km 떨어진 고창 갯벌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이에 따라 명사십리는 자연유산 ‘주변 환경’에 해당한다. 주변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연 환경의 특성 상, 유네스코는 자연유산의 주변 환경에 대한 관리 방안까지 살펴 유산 등재 여부를 따진다.
행사 추진에 앞서 군산지방해양수산창은 고창군에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내주며 해양생태계 보호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고창군은 모래를 파헤치는 것이 생태계 훼손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국내 세계유산 관련 한 전문가는 보호적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차량이 해변 내에 접근했을 경우, 모래가 차량의 무게로 인해 강하게 눌리면서 모래 속에 사는 생물이 살기 어려워진다. 또 차량이 달리면서 해안의 철새를 위협하기 때문에 새들의 서식지가 줄어들 수 있는 문제도 생긴다.
이 전문가는 “주민들이 어업 활동을 하기 위해 경운기를 이용하는 것과 150대 차량들이 움직이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며 “항만 공사 시 포크레인이 들어가는 경우 그에 대한 저감 대책을 마련하는데 지금 아무런 처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래갯벌의 특성 상 지질적 부분의 회복은 상당히 빠른 편”이라면서도 “훼손에 해당하는 행위를 직접 했다는 부분은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누가 보더라도 자연적인 지형에 인공의 어떤 물체가 들어가서, 뭔가를 한다고 했을 때 그게 훼손 행위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고창군은 세계유산을 잘 관리하는 지역 중 하나”라며 “발전적으로 보면 지자체가 하는 세부 사업들이 전문가나 유산등재추진단 같은 주체와 사전에 협의하는 체계를 갖추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