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없다고 맹금류 제외, 안일한 가덕도신공항 조류충돌 평가
국토부, 벌매·왕새매 충돌 가능성 ‘높음’ 인지하고도 “국내 사고 전례 없다”며 최종 위험 평가에서 배제...뜯어보니 환경 다른 '김해공항'과 비교
환경단체, 활주로 예정지 상공서 분당 5.7마리 조류 통과 기록... 나일 무어스 박사 “조류충돌 위험 평가 완전히 부적절”

2029년 개항 예정인 가덕도 신공항이 대형 조류 충돌 위험을 축소 평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자체 조사에서 벌매·왕새매 등 맹금류의 충돌 가능성을 '높음'으로 평가하고도 "국내 공항에서 사고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최종 위험도 평가에서 배제했다.
반면 환경단체 '새와생명의터(대표 나일무어스)'가 9월 중 16일간 실시한 직접 조사에서는 시간당 평균 5.7마리의 조류가 활주로 예정지 상공을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절반 정도가 맹금류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가덕도 남단이 조류충돌 위험성이 큰 맹금류의 주요 이동 관문이라며 국제 기준에 따른 전면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가덕도에서 새를 세는 이유
부산광역시 강서구에 속한 가덕도 남단 국수봉과 바로 북쪽에 위치한 연대봉 사이 도로, 제설함 위에 앉아 한 남성이 쌍안경을 목에 멘 채 노트에 무언가 적고 있다. 2029년 12월 가덕도 신공항이 개항한다는 바로 그 장소 옆이다.

"새를 세고 있습니다." 나일 무어스 박사가 말했다. "하지만 더 긴 대답은, 조류 충돌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증거 기반을 만들려는 겁니다."
살아지구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11월 9일 기준, 그는 9월부터 37일째 이곳을 찾았다. 매일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가덕도 상공을 지나는 모든 새를 기록했다. 9월 중 16일간의 조사에서만 최소 1만 2000마리가 관측됐고, 하루에 붉은배새매만 3826마리가 기록된 날도 있다.

그는 노트에 종 이름, 개체 수, 방향, 고도 등 매일의 기록을 빼곡하게 적었다. "이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지침이 요구하는 기본 데이터입니다. 종, 무리의 크기, 비행 방향, 고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필수적이죠. 그런데 (정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는 이런 게 없습니다."

국토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들은 자체 조사에서 벌매와 왕새매의 충돌 가능성을 '높음'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최종 보고서에서 이 위험은 지워졌다. "국내 공항에서 사고 전례가 없다"는 이유였다.
가덕도는 왜 맹금류의 관문인가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는 지리적으로 한반도 동남단 끝에 위치한다. 그리고 바람이 산을 타고 위쪽으로 올라가는 ‘상승 기류’를 만드는 지형이 갖춰져 있다. 무어스 박사에 따르면 이런 지리적 이유 때문에 붉은배새매나 벌매, 왕새매 등 맹금류가 매년 다른 곳으로 떠나는 핵심 경로가 됐다.
한국을 찾는 일부 맹금류는 한반도에서 번식을 하고 일본 및 동남아시아로 이동한다. 이를 위해 상승 기류를 타고 높이 올라가야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렇기에 가덕도 남단의 산지를 필수적으로 이용한다.
이런 맹금류들은 평소에는 따로 활동하지만, 이동할 때가 되면 떼를 지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 나타난다. 특히 맹금류는 상승 기류를 따라 원을 그리며 비행하는 '선회 비행'을 하기 때문에 주변에 오래 머무른다. 만약 공항이 지어졌을 경우 조류충돌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살아지구>는 국토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당시 환경부)에 2023년 8월 제출한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부 역시 이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평가서의 '이동성 맹금류 조사' 항목에 따르면, 국토부는 5월 현장 조사에서 벌매와 왕새매 등 다수의 맹금류 이동을 확인했다. 특히 5월 17일 하루에만 연대봉 등 3개 지점에서 벌매 72개체, 왕새매 94개체 등이 관측됐다.
주목할 점은 비행 고도다. 국토부 조사 결과 벌매의 비행 고도 중간값은 472.9m, 왕새매는 468.5m로, 최고 700m 이상까지 날아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공기 이착륙 고도와 겹치는 구간이다. 국토부는 이를 바탕으로 자체 수행한 '충돌 가능성' 평가에서 맹금류를 '높음' 또는 '보통' 등급으로 분류했다.

평가기관의 지적... 위험성 '알고도 배제'
그러나 황당하게도 이 결과는 최종 '종합 위험도 평가'에서는 사라졌다. 국토부는 위험도 산정의 또 다른 기준으로 '심각성'을 평가하는데, 평가 대상 조류를 선정하면서 '지금까지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충돌 사례가 있는 종'만을 포함한다는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해공항 등 기존 공항에서 피해가 확인된 오리류, 갈매기류 등은 위험도가 높게 평가되었으나, 맹금류는 배제되거나 축소 평가됐다.
<살아지구>가 확보한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평가에 대한 전문검토기관들의 의견서에 따르면,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런 오류를 명확히 지적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검토의견서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는 맹금류의 핵심 이동경로에 해당되지 않는 기존 국내 공항들과 입지 여건이 다르다"고 명시했다. 기존 공항은 대부분 평지나 습지 주변에 있어 맹금류와의 충돌 사례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맹금류가 충돌한 사례가 없는 것은 평지에 지어졌기 때문인데, 맹금류가 많이 나타나는 지형인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 오류라는 것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 지침과 유럽항공안전청 모두 조류 충돌 위협을 평가할 때 기존 사례보다 현장의 관측을 우선시한다. 특정 조류가 주변에 나타나는 횟수와 조류의 무게나 덩치 등 심각도를 반영해 위험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의 배경이 된 미국 US 에어웨이스 1549편 불시착 사고는 전례가 없던 조류 종과 충돌해 문제가 발생한 사례다. 해당 사고는 캐나다기러기 떼와 충돌해 불시착으로 이어졌는데, 캐나다기러기는 평소 공항 주변에 자주 나타나던 새가 아니었다. 전에 충돌 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에서 제외한다면 이런 사고는 예방할 수 없게 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또 "충돌 발생 시 상대적으로 피해가 심각할 수 있는 맹금류와 갈매기류는 (위험성 평가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요구했으며, "가덕도 신공항과 유사한 입지조건을 가진 국외공항 사례를 포함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립생태원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조류 이동성 조사가 연대봉 등 특정 지역에 치우쳐 있어 맹금류의 이동 양상 및 대안별 충돌 위험도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며, 연대봉뿐만 아니라 해발고도 차이가 있는 국수봉 지역에 대한 맹금류 고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맹금류 일종인 솔개와 물가에서 주로 사는 새들인 수조류(흰뺨검둥오리, 괭이갈매기, 큰고니)에 GPS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GPS 추적 결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조류 서식지 영향과 충돌 위험이 낮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그런데 국립생태원은 검토의견에서 해당 조사에 대해 "계획지역과 관련성이 낮은 지역에서 포획한 조류를 대상으로 위치추적 조사를 실시하여 개발에 의한 영향을 정밀하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수조류를 가덕도 천성동에서 포획했는데, 국립생태원은 이 수조류들이 공항 예정지를 서식지로 이용하지 않는 조류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 솔개의 경우 계획지역과 멀리 이격된 지역(부산 강서구 생곡쓰레기매립장)에서 포획해 추적 조사를 했으므로 국립생태원은 GPS 추적 결과가 전반적으로 "평가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조건부 동의'로 해당 전략환경영향평가를 19일 만에 통과시켰다. 이런 중대한 하자가 있었음에도 '환경영향평가에서 조사하라'며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친 것이다.

나일 무어스 박사의 비판... "평가 자체가 부적절"
나일 무어스 박사는 정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항공 안전의 핵심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좋은 연구는 '왜 이 연구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항공기 운영자 및 이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조류 충돌 위험이 얼마나 되는가'이지만, 기존 평가는 이 질문에 답하기에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부적합"하다고 단언했다.
더욱이 문제는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 맹금류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에 조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일 무어스 박사에 따르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는 지리적 특성 상 9~10월에 가장 많은 조류가 나타난다. 하지만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조류 부분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7월까지만 이뤄졌다.
무어스 박사가 2025년 9월 중 16일간 수행한 조사에서만 조류 1만 2837~1만 7117마리가 나타났다. 이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종은 붉은배새매로 7604~1만 1046마리가 기록에 남았다. 특히, 붉은배새매가 활주로 예정 구역 약 1.2km 구간을 가로지르는 비행 횟수는 2만 5322회에서 3만 0952회에 달했다. 이는 시간당 평균 4.7마리에서 5.7마리의 새가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 상공을 통과한 수치다.

무어스 박사는 이 수치가 "한국 영토 내에서 기록된 붉은배새매 관찰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가덕도 지역이 '철새 이동의 병목 구간'으로 새들이 집중되는 곳임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공항에서 사고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위험성 평가를 낮추는 것은 (가덕도처럼) 특수한 입지에서는 통계적 함정"이며, "위험성이 가장 높고 가장 피해가 클 수 있는 맹금류가 평가서에서 제외된 것은 연구 설계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조류 조사에서 9~10월 현장 조사가 없는 이유에 대해 <살아지구>가 묻자 "전략환경영향평가 상 문헌조사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공사 이후의 예측 불가능성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가덕도 남단의 산지 일부를 깎아내고 해상을 매립하는 대규모 토목 공사다. 가덕도에 나타나는 맹금류가 상승 기류를 이용하던 산이 아예 깎여 없어진다는 의미다. 맹금류는 이런 방식으로 에너지 소모 없이 고도를 높여 이동했는데, 산지가 사라지면 이 기류의 패턴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평가서 검토의견에서도 "계획 시행에 따른 맹금류의 '이동 경로 방해'와 '서식지 내 취·휴식 활동에 미치는 간접적인 교란 영향'이 우려되므로 보전대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지형이 바뀌면 맹금류가 예측 불가능한 경로로 비행하거나, 활주로 고도까지 하강하여 충돌 확률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평가로는 지형 변화 이후의 조류 이동 양상 변화에 대한 정밀한 예측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대로 공항을 지었을 때 조류의 생명은 물론, 사람의 생명 위험이 '예측 불가'라는 의미다.
국제 기준에 따른 정밀 재평가 시급
가덕도 신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기본계획이 고시된 상태다. 국토부는 "실시설계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저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확인된 '고위험군'을 서류 상에서 지워버린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맹금류 충돌 위험은 인명 피해를 동반하는 심각한 항공 안전 문제다. 공항은 한 번 지으면 돌이킬 수 없다. 짓고 난 뒤 선택지는 주변 조류를 모두 죽이거나 쫓아내는 방법 혹은 공항 운영을 중단하는 방법, 극단적인 두 가지로 좁아진다.
무어스 박사는 "만약 공항이 이곳에 건설된다면 조류 충돌 위험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고 재차 경고하며, "실시설계 단계 이전에 조류 레이더, 고정 지점 정밀 관측(한 지점에서 발견한 모든 조류의 종과 이동 방향, 고도 등을 기록하는 방법), 숙련된 팀의 투입 등을 통한 완전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의 환경영향평가법은 결정권자에게 최선의 정보를 제공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생명을 구하고 예산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기존의 부적절한 평가를 중단하고 과학적이고 투명한 재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