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팩트체크] 이준석 "풍력발전 초속 25m 넘어 데이터센터에 부적합"?
![[대선 팩트체크] 이준석 "풍력발전 초속 25m 넘어 데이터센터에 부적합"?](/content/images/size/w2000/2025/05/2----.png)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풍력발전은 초속 25m 바람이 불면,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 (해남군에 건설 예정인) 데이터센터는 안정적 전력 공급이 중요한데, 결국 중국을 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기본적으로 풍력발전이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알맞은 에너지원이라 보지 않는다. 위에 영광의 원전이라든지 아니면 여수의 화력발전소를 이용해서 전력을 공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2025년 5월 18일 제21대 대통령선거 TV토론회)
이준석 후보가 언급한 사업은 전남 해남군의 ‘솔라시도 데이터센터’다. 솔라시도 데이터센터는 해남군 솔라시도 RE100 산업단지 안에 짓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RE100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로만 제품을 생산하는 국제 민간 규범이다.

그런데 <살아지구>의 검증 결과, ‘초속 25m 바람이 불면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이준석 후보의 말은 사실이며,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알맞은 에너지원이라 보지 않는다’는 이 후보의 말은 대체로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또 ‘영광 원전이나, 여수 화력발전소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도 전력 계통을 고려하면 대체로 사실이다.
이에 앞서 <살아지구>는 ‘풍력발전이 결국 중국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한 바 있다.
“25m/s 바람이 불면 중단해야 한다”와 “풍력발전이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알맞은 에너지원이라 보지 않는다”
이준석 후보의 말은 강한 바람이 불면 풍력발전은 중단해야 하고, 이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원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25m/s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면 풍력발전기의 과열을 막기 위해 전력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중간에 멈추면 연결된 여러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전력공급이 중요하다.
<살아지구>는 기상청의 풍속 데이터를 통해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예정지 근처에서 빠른 풍속으로 인한 풍력발전 중단 위험이 있는지 분석했다. 분석 자료는 기상청이 칠발도, 거문도, 홍도 인근 바다 위에서 수집한 데이터인데 해당 위치는 다수의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예정지와 가까운 곳이다. 분석 결과, 풍력발전을 중단할 만한 돌풍이 발생하는 시간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칠발도에서는 2020년 8월 26일 20시부터 23시까지 강한 바람이 불었고, 이 시간대 동안 25m/s를 넘는 돌풍이 나타났다. 특히 오후 9시부터 10시 사이 특정 시간대에 최대 풍속 28.7m/s의 돌풍이 불기도 했다. 홍도에서도 같은 날 16시부터 24시까지 강한 바람이 불었고, 매 시간대에 강한 돌풍이 나타났다. 특히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는 최대 풍속 34.6m/s의 돌풍이 불었다.
거문도에서는 2020년 9월 2일부터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강한 바람이 불었는데, 이때 매 시간마다 풍속 25m/s이 넘는 돌풍이 불었다. 2022년 9월 5일부터 6일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해당 지점 인근에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있다면, 빠른 풍속에 의해 풍력발전이 곤란해지는 상황이 일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게 된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해수면에서 잰 풍속이며, 해상풍력발전소의 발전 여부는 상공 80m 높이에서 부는 바람으로 판단한다. 같은 장소여도 고도가 높아질수록 바람이 더 강해지는 현상을 고려할 때, 고풍속이 나타날 시간대는 더 많아질 개연성이 있다.
대규모 전력 수급이 가능한 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은 앞으로 한국의 주요 발전원이 될 전망이고, 운영 중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점에서 탄소중립의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중점으로 판단한다면, “풍력발전이 데이터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알맞은 에너지원이라 보지 않는다”는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사실로 볼 수 있다.
“영광 원전이나, 여수 화력발전소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해야 할 것”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대부분 한전의 전력계통 안에서 움직인다. 비유하자면 여러 종류의 발전원이 전력계통이라는 큰 저수지에 전기를 공급하면, 한전이 각 기업이나 가정에 보급하는 방식이다. 즉 풍력발전을 늘린다는 건 전력계통에서 풍력발전이 생산한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것. 한전은 예측한 수요에 맞춰 가격과 안전성을 고려해 어떤 발전소가 전력 생산량을 늘리고 줄일지 정한다. 기업이나 가정에서 직접 발전소를 확보해 자가발전을 하는 사례도 있으나, 솔라시도 데이터센터의 경우 자가발전이 아닌 전력계통망을 통해 전력을 공급할 전망이다.
만약 전남권에 태풍이 오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이 계속될 경우 화력발전소 전력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전력계통에서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전기의 총량이 모자라지 않는 한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일은 없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다른 발전원에서 생산한 전기를 공급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이준석 후보의 ‘영광 원전이나 여수 화력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구글, AWS 등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 중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사례들이 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 전용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전력망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중 일부를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실제 공급받는 전기는 여러 발전원이 섞여 있을 수 있지만, 서류 상 재생에너지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 재생에너지 공급을 인정받게 된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가장 높은 제주도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이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화력발전소를 통한 전기공급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의 화력발전소 발전용량은 923MW,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1,066MW이다. 모든 설비를 합치면, 제주도의 최대전력수요인 약 1,179MW보다 2배 이상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화력발전소를 계속 가동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주장처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고 생산한 전력 일부를 저장하는 방법으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공급 불확실성)을 줄일 수는 있다. 비유하자면 ESS는 거대한 보조배터리로, 재생에너지의 전력을 일시적으로 저장해두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ESS는 용량을 늘리는 데 많은 비용이 드는 단점이 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원전도 계속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이고, 솔라시도 데이터센터도 자가발전이 아닌 전력계통에서 전기를 받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늘렸을 때 데이터센터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100%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RE100 요구가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대전제를 부정할 순 없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