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삼해개발, 4조대 여수 풍력 ‘1쪽 자료’로 주민 기만

5일 거문도서 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회
2000쪽 분량 단1쪽으로 축약...촬영 거부
삼해, 사업권 딴 2021년에도 자본잠식

삼해개발은 지난 5일 오전 10시 30분 여수시 거문도 삼산면사무소에서 발전용량 808.5MW규모의 여수 광평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곽찬 동국대학교 학생

4조 원대 여수 광평 해상풍력 환경평가 설명회에서 사업자가 전례 없이 언론 취재를 차단하고, 2000페이지 분량의 평가서 초안을 단 1페이지로 축약 배포하면서 공공 절차를 '요식 행위'로 전락시켰다.

지난 5일 여수시 거문도 삼산면사무소에서 열린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회에서 사업자 측은 현장 촬영과 녹음을 금지했다. 이와 더불어 수산자원보호구역 등 법정보호구역 피해 사실은 배포 자료에서 누락했다. 최근까지 자본잠식 상태로 확인되는 삼진개발이 “4조 원대 재원 조달이 가능한지” 대한 취재진 질문도 거부했다.

① 언론 취재 원천 차단

설명회 시작 전, 사업 관계자는 현장 촬영 및 녹음을 전면 금지했다. 주민 초상권을 이유로 들었으나, 공익적 성격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대한 법정 절차에서 언론의 기록 활동을 차단한 것은 이례적이다.

2025년 11월 5일 오전 9시 30분 거문도에 도착한 하멜호에서 내리고 있는 사람들. 사진=곽찬 동국대학교 학생

살아지구는 설명회 전체를 영상으로 촬영해 공개할 계획이었다. 거문도는 왕복 두 차례만 배가 오가는 섬이고, 송전선로 공사는 광도부터 여수시 소라면 봉두리까지 약 198.5km에 달했다. 영상 공개는 접근성 제한으로 참석 불가한 주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조치였으나 사업자 측의 촬영 금지로 무산됐다.

삼해개발 관계자는 "민간 주도 사업이라 촬영 여부는 사업자 측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들 초상권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설명회는 공개 원칙의 공적 절차다. 민간 사업이라도 정보 접근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특히 사업자 측은 언론 촬영을 금지하면서도 자신들은 "정부에 제출할 증빙 자료"를 이유로 참석자 동의 없이 설명회 전체를 촬영했다.

삼해개발이 환경영향평가 초안 설명회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자료. 1페이지는 사업 개요, 2페이지는 사업 위치도로 구성됐으며, 정작 환경영향평가 초안 내용은 3페이지 단 한 쪽에만 할애됐다. 살아지구

② 2000페이지를 1페이지로 축소...수산자원보호구역 피해 누락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설명 자료는 단 1페이지 분량의 요약본이었다. 공람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은 2000페이지가 넘지만, 사업자는 전체 분량의 0.05%에 해당하는 압축 자료만 제공했다.

1페이지 자료에는 육상 변전소 건설 시 발생하는 산림 훼손 등 일부 내용은 포함됐으나, 민감한 사안들은 배포 자료에서 축소되거나 누락됐다. 반면 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풍력단지 건설·운영에 따른 어업 피해 및 환경 영향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풍력단지 건설·운영에 따른 조업 구역 축소와 어장 면적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어류 서식지 및 산란장 훼손도 명시했다. 어선·여객선 등의 통항로 차단 및 변경도 발생한다. 패류양식어업 31개소도 피해 영향권에 포함돼 있다.

수산자원보호구역인 여자·가막만과 여수갯벌 습지보호지역 일부에는 해저 송전선로가 일부 통과한다.

공사시 모노파일(말뚝) 항타로 인한 강한 수중 소음은 최대 2.5km 이상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했다. 육상부 건설 장비 가동 시 16개 예상시설 중 11개소가 소음 목표 기준을 초과한다. 운영시 터빈 가동에 따른 수중 소음도 최대 103m 이상 영향을 예측했다.

해양 수질과 해저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평가서는 풍력발전단지 건설과 송전선로 매설 과정에서 대규모 부유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부유사 발생량은 해저송전선로 공사 중 내부망 작업 시 시간당 5,408kg, 외부망 작업 시 시간당 2,525kg 발생할 것으로 산정했다. 이로 인해 저서생물, 식물플랑크톤, 동물플랑크톤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수 광평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사업지구 위치도. 자료=환경영향평가 초안

육상부 지형에도 변화가 생긴다. 개폐소는 최대 58m, 변전소는 최대 74.8m, 진입로는 27.7m 정도 깊이로 절토가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자 측은 이 같은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살아지구 질의에 "수중소음댐퍼(HSD) 설치, 무인수중잠수정(ROV) 매설 공법 활용, 해저터널 공법(HDD) 적용, 조류 감지기 설치 등 기술 적용으로 환경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발생 시 저서생물 감소 등 생태계 교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저감 대책으로 내놨다.

이날 참석한 한 주민은 "수산자원보호구역을 지난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면서 정보 불균형을 토로했다.

③ 검증 불가능한 모니터링 구조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사업 착공부터 준공 후 5년까지의 사후환경영향조사가 사업자 주도로 계획돼 있다. 해저 공사는 일반인의 물리적 접근이 어렵다. 피해 당사자인 주민들이 공사가 약속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구조다.

살아지구는 이 조사를 독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제3의 전문 기관이 수행하도록 변경하고, 결과를 정기적으로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주민 대표가 모니터링 과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구축할 의향이 있는지도 질의했다.

환경영향평가 수행사인 한국종합기술 관계자는 "의견 수렴 기간이므로 의견을 제시해 주시면 된다"고 답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해당 의견을 포함해 수렴한 의견들을 정리해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④ 불투명한 재무 구조...사업 추진 실현 가능성 의문

이 사업이 SPC(특수목적법인) 없이 삼해개발 단독으로 진행되는 민간 주도 사업이라는 점이 현장에서 확인됐다. 재무적 안정성과 장기적 책임 소재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규모 해상 인프라 개발은 금융 구조화 및 리스크 분석은 물론, 풍황 분석, 해양 공학, 복잡한 인허가 관리 등 다층적 전문성을 요구한다. 특히 초대형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를 총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삼해개발이 2018년 12월 20일 자본금 1,000만 원으로 설립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본금은 이후 1억 원으로 늘었지만, 자본총계는 2021년부터 3년 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2023년 말 기준 약 –8.7억 원의 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단 한 푼도 발생하지 않았다.

자료=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재무 기반이 취약한 삼해개발이 4조 원 규모 사업의 기술적·재무적 책임을 감당할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삼해개발은 EPC 역량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실질적인 시공 능력 또한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외부 전략적 투자자(SI)나 EPC 전문기업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한다면,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단일 민간 회사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사업자 측은 명확한 답변이나 자금 조달 계획 공개를 거부했다. 삼해개발 관계자는 "업무상 비밀"이라며 황급히 회의실을 떠났다.

이어 한국종합기술 관계자는 "오늘은 환경과 관련한 질문만 해 달라. 민간사업인데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지 않냐"고 사업자를 옹호했다.

설명회는 사업자 재무 능력이라는 근본적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따라서 후속 보도를 통해 4조 사업의 배후 자금에 대해 계속 추적 보도 할 예정이다.

한편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은 15일까지 진행된다. 여수시는 수렴된 의견을 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삼해개발은 내년 3월 2차 사업설명회를 거쳐 6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해상풍력 및 해저 공사 관련 용어들

해저 송전선로 매설 공사

내부망: 풍력발전단지 내부에서 각 풍력터빈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구간
외부망: 풍력단지에서 육상 변전소까지 전력을 송전하는 해저케이블 구간

일반적으로 내부망은 공사 범위가 넓고 복잡하며, 외부망은 단일 경로로 길게 이어짐.

HSD (Hydro Sound Damper)

수중소음댐퍼 또는 수중소음저감장치. 해상풍력 기초 구조물(모노파일) 설치 시 말뚝을 박는(항타)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한 수중 소음을 줄이기 위한 장비. 기포막 등을 이용해 소음을 차단하거나 분산시킴.

ROV (Remotely Operated Vehicle)

무인수중잠수정 또는 원격조종 수중로봇. 사람이 직접 잠수하지 않고 원격으로 조종하는 수중 작업 장비. 해저 케이블 매설, 해저 지형 조사, 해저 구조물 검사 등에 활용.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깊은 수심이나 위험한 환경에 용이.

박소희 기자 ya9ball@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