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살길 막는 하천 구조물, 적어도 필요 없는 것 만큼은

전남 곡성군 소재의 곡성천에 설치된 보가 물고기의 상류 이동을 심각하게 가로막고 있다. 물고기 통로인 어도를 설치한 곳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 이런 문제가 있지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더디다.

국내 하천 곳곳에는 물의 흐름을 막아 많은 수량을 유지하는 '보', 유속을 조절하는 '낙차공', 용수 확보를 위한 '취입보' 등 용도의 수많은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물은 어류나 여타 생물이 강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럴 경우 어류는 알을 낳을 곳을 찾아가지 못하거나, 다른 곳의 어류와 짝짓기를 하지 못해 생태계가 악화한다.

하천이 막힘 없이 연결된 것을 ‘하천의 연속성’이라고 부르는데, 구조물들이 연속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도'라고 부르는 물고기를 위한 길을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효과가 없거나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대산 국립공원 내 연곡천 송림보에 설치된 어도 예시. 기사 속 내용과는 무관 사진 해양수산부 국가어도정보시스템

곡성천 보 45개 중 32개 '단절'

국립생태원 습지센터 황정호 등 연구진은 곡성천 인공구조물 45개를 전수조사해 어류 이동 가능 여부를 평가한 결과를 2025년 12월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각 구조물 하류 100m 구간에서 어류를 채집하고, 구조물의 경사·유속·수심·낙차 등을 측정해 물고기가 상류로 이동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물고기의 특성과 구조물의 특성을 대조해 어떤 물고기가 어도를 이용하거나 보를 넘을 수 있는지 판단한 것이다.

결과는 심각했다. 45개 구조물 중 32개(71%)가 물고기 이동이 완전히 차단된 '단절'로 평가됐다. 일부 어종만 통과 가능한 '훼손'이 6개, 물고기 대부분이 이동 가능한 '연속'은 2개에 불과했다.

'연속' 판정을 받은 2개도 정상 작동한 결과가 아니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어류 이동 및 인공구조물 특성을 바탕으로 한 정량 평가 결과는 단절로 나타났으나 인공구조물 파손으로 인하여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부분이 있어서 연속성이 확보된 것으로 정성 평가하였다"고 밝혔다. 보가 파손된 덕분에 물고기가 다닐 수 있었다는 뜻이다.

어도 설치된 22개 구조물도 '연속' 판정 전무

어도가 설치된 22개 구조물은 더 저조했다. '연속' 판정을 받은 곳이 한 곳도 없었다. 경사형 어도 10개 중 7개가 '단절', 수직형 어도 12개는 전부 '훼손'으로 평가됐다.

하천 전체 길이 대비 하류부터 물고기가 올라갈 수 있는 구간 비율인 '하천 연계율'은 9.3%에 그쳤다. 연구진은 "하천 연계율을 높이기 위해서 하류에 위치한 인공구조물에 대한 연속성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은어, 고향 하천 진입 못 해

이번 조사에서 곡성천 하류 구간에서 은어 57마리가 확인됐다. 은어는 바다에서 성장한 뒤 산란기에 태어난 하천으로 되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이다. 섬진강 일대의 대표적인 특산 자원이기도 하다.

은어 같이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고, 다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 물고기를 회유성 어종이라고 한다. 회유성 어종은 알을 낳으러 강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번식에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은어의 상류 이동은 막혀 있었다. 연구진은 "은어는 생태적, 경제적 가치가 크나 어류 이동 및 인공구조물 특성을 비교하였을 때 이동에 제한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밝혔다.

어도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원인도 드러났다. 경사형 어도에서는 물살이 너무 빨라 물고기가 올라가지 못했고, 수직형 어도에서는 출구 쪽 수심이 너무 얕았다.

연구진은 "어도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사도를 낮추고 어도 출구가 침수될 정도로 낮게 만들 필요가 있으며 유량에 따라 각락판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도심 하천 도림천도 조사

같은 연구팀이 서울시에 위치한 도림천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71개 구조물 중 19개가 '단절'로 평가됐다. 

다만 연구진은 도림천에 대해 "교란이 빈번한 도심하천에서 어류를 조사하여 서식지 환경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혀, 인공구조물 외에 도심 하천 특유의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황정호 연구원은 “훼손됐거나 주변에 경작지가 없어 기능을 상실한 보는 철거가 가능하므로, 기능을 평가할 수 있게 자료를 만든 것”이라고 <살아지구>에 말했다. 적어도 기능을 잃고 방치된 보에 대해서는 재평가와 보수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필요하다는 취지다.

환경단체도 이런 문제를 과거부터 지적해왔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보 등의 구조물을 조사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을 펼쳐 왔다.

인천녹색연합이 공촌천에서 촬영한 구조물. 어도 등이 존재하지 않아 생물 이동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사진 인천녹색연합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기후환경에너지부(당시 환경부)는 ‘하천 연속성 확보 사업’을 펼쳤다. 기본적으로 하천기본계획에 방치된 구조물을 처리하는 방안을 담지만, 그 이외에도 필요한 철거를 진행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기후부는 3년 동안 48개 하천에서 인공구조물 401개를 조사했고, 필요성을 판단해 10개 구조물을 철거하고 2개 구조물을 개선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철거를 하려고 보니 농민들이 사용하는 사례가 있어 사업이 지연됐고, 예산 관련 지적을 받아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사업이 중단됐다.

기후부는 2026년부터는 하천의 연속성 조사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해당 조사는 국립생태원이 맡는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