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지천댐 : 근거 없는 기후대응

청양 지천댐 : 근거 없는 기후대응

“대대로 이어온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고 삶터를 뺏고, 생태환경 자원을 뺏어가면서 그 대가로 출렁다리, 짚라인, 스마트팜 만들어 줄테니 댐에 찬성하라고 한다.”

지난 4월 9일, 김명숙 지천댐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충남 청양군 청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금강유역 물관리의 현안과 미래 비전’ 토론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청양군에서 지천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을 대표하고 있다.

청양군 지천댐 추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첫 건설 시도는 1991년부터인데, 지금껏 주민 반대로 세 차례 무산됐다. 역대 정부가 지천댐 건설의 내건 명분은 충남 지역 물부족 해소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기후대응’이 추가됐다. 기후위기에 따른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계획한 지천댐 건설 예정 위치 사진 환경부

‘기후대응댐 사업’은 파면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의 정책이다. 지천댐은 환경부가 확정한 후보지 9곳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지천댐 건설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2024년 7월 30일 기후대응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고, 올해 3월 12일에는 14곳 중 최종 후보지 9곳과 후보지(안) 2곳, 보류 3곳으로 나눴다. 건설을 확정한 9곳은 원래 정한 절차대로 진행 중이고, 주민 반대가 심한 5곳 중 후보지(안) 2곳은 주민협의체를 만들어 계속 추진하며, 건설이 보류된 3곳은 일단 계획을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후보지 9곳과 후보지(안) 2곳을 하천유역관리계획에 반영했고 보류 3곳은 해당 계획에서 제외했다. 

주민 반대가 심했던 지천댐의 경우, 최종 후보지에선 빠졌으나, 여전히 후보지(안)으로 남아있다. 후보지(안)이란 언제든 조건이 맞다면 건설이 추진될 수 있음을 뜻한다. 환경부는 지천댐을 비롯한 후보지(안)에 대해 “협의체를 통한 추가 논의 후 공감대가 형성되면 후속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더구나 지천댐 건설을 건의한 충청남도는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환경부에 기본구상 용역을 요청하는 등 댐 건설을 계속 추진 중이다. 충남도가 주도한 주민협의체에는 청양군과 부여군 찬성 측 주민들이 참여하는 반면, 반대 주민들은 빠졌다. 특히 수몰 예정지 거주 주민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지천댐이 들어서면 청양군 160가구, 부여군 160가구가 수몰 예정이다. 

환경부는 주민협의체 구성을 완료했다는 충청남도의 보고를 받아 기본구상 용역을 수행 중이다. 지천댐은 주민협의체를 구성한 것만 빼면, 다른 9개 기후대응댐 후보지와 비슷한 단계에 있는 것이다. 주민협의체에서 반대 주민이 빠진 것에 관련해, 환경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살아지구> 취재진은 반대 측 주민이 빠진 주민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환경부에 입장을 물었으나, ‘주민협의체 구성에 대한 별도 기준이 없고, 충남도로부터 댐 건설 기본구상 요청이 와 용역을 진행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환경부는 주민협의체에 환경부가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들 결정에 따를 뿐이라는 것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2024년 8월 12일, '제64차 실국원장회의'에서 "지속된 물 부족 문제와 홍수 피해 해결을 위해 댐 건설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한 달 뒤인 2024년 9월 9일 열린 ‘제66차 실국원장회의에서’도 “가뭄이나 홍수 등 여러 가지 기후대응 측면에서 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김태흠 지사의 발언은 환경부가 밝힌 기후대응댐 건설 목적과 궤를 같이 한다. 김완섭 환경부장관은 2024년 7월, 기후대응댐 건설을 발표하며 “기후위기와 사회적 여건 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 등 직면한 물 문제를 적극 대응하기 위해 신규 기후대응댐 건설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천댐은 다목적댐으로, 건설이 이뤄지면 환경부가 짓고 국가가 소유하게 된다. 충청남도가 필요하다고 건의하면, 필요성을 검토하고 건설 계획을 담는 건 환경부다. 그러나 전문가 분석과 주장에 따르면, 지천댐은 홍수를 예방할 수 없다고 한다. 더구나 <살아지구> 취재 결과, 지천댐 건설은 기후위기에 의한 가뭄 대비도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대응이라는 거짓말, 지천댐은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지천댐은 홍수조절용량 1,600만t, 용수공급량 5,500만t 계획의 다목적댐이다. 상류에서 집중호우 동안 적어도 1,600만t의 물을 담아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내용은 환경부가 주민설명회를 위해 준비한 자료에 담겨 있다. 지난해(2024년) 8월 27일. 열기로 했던 주민설명회는 부여군에서만 개최하고 반대 주민들의 시위로 인해 청양군에서는 열리지 않았다. 

실제 지천과 금강이 만나는 구간 인근 농경지에서는 침수 피해가 발생한다. 10여 년 전부터 청양군 인양리에서 농사를 짓는 김성훈 씨는 지난 2023년 여름 집중호우 때, 4m 정도 높이에 달하는 비닐하우스 천장 부근까지 물에 잠겼다고 <살아지구>에 말했다. 인양리는 지천과 금강이 만나는 구간에 높게 쌓인 제방 바로 옆에 있다. 행정안전부의 침수흔적지도와 환경부의 하천범람지도를 보더라도 지천과 금강이 만나는 지점 인근에서 홍수 혹은 범람 우려가 있음을 보여준다.

행정안전부가 작성하는 <침수흔적지도>, 연녹색 네모 모양으로 칠해진 부분이 침수된 적이 있는 땅을 의미한다
환경부의 하천범람지도. 100년 빈도 이상의 비가 왔을 때, 하천에 물이 많아져서 주변으로 물이 넘쳤을 때 물이 닿는 구간을 보여준다. 하늘색과 연두색은 범람 수위가 낮은 곳, 보라생과 다홍색은 범람 수위 높은 곳을 의미한다

그러나 댐을 건설한다고 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백경오 국립한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비가 유달리  많이 왔던 2024년 7월 동안 지천의 수위와 수해 원인을 분석한 결과, 지천댐 건설은 홍수 피해 예방과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지천이 흘러드는 큰 강인 금강 수위가 높아지는 영향으로 지천 하류에 홍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지, 지천의 물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하천기본계획’은 정부가 특정 하천을 분석하고, 물 확보 방안이나 홍수 피해 대응 계획 등을 담는 보고서다. ‘지천 하천기본계획’을 보면, 지천 유역의 홍수 원인에 대해 “(지천 하구는) 금강의 배수 영향을 받게 된다”고 적혀 있다. 배수영향이란 큰 강의 물이 불어나면서 지류의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하거나 정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상대적으로 작은 지천에서 흐르는 물이 큰 강인 금강과 만나는 구역에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지천 하류 인근 홍수 피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백경오 교수는 “만약 댐을 지어서 물을 100% 잡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류의 수위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라며 “홍수 대응용으로는 100%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도 지천댐의 홍수 예방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양리 농민 김성훈 씨는 “어차피 비가 많이 내리면 수문을 열 거고 홍수 예방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살아지구>에 말했다. 김 씨는 “지천도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물이 훨씬 많은 금강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천과 금강이 만나는 구간. 사진 가운데 위치한 지천을 기준으로 왼쪽은 청양군, 오른쪽은 부여군이다

‘기후대응’이라는 거짓말, 물 부족은 산업단지 증가 때문

환경부와 충청남도가 주장하는 지천 기후대응댐 건설의 다른 목적은 ‘가뭄 대비’다. 천안시와 아산시 등 충남 서부 지역의 물이 부족해 지천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지난해 충남도 실국원장회의에서 지천댐 필요 발언하는 김태흠 충남도지사 사진 충청남도

환경부는 금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발표하며 금강 유역에서 2030년 2억 1,000만t의 물부족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같은 물 부족량 예상치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살아지구 취재 결과, 세종특별자치시 수자원관리위원회가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을 검토하면서 물 부족량 산정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형식 세종특별자치시 수자원관리위원은 금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과 금강유역 물관리종합계획 간 물부족량 차이가 크다며 두 계획 간 다른 방식 채택 사유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세종시에 자문했다. 강 위원은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금강권역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은 물 관련 최상위 국가계획인 물관리기본계획과 동일한 논리로 물 부족량을 예상해야 하는데,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산정해서 물 부족량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물 부족량을 제대로 추산했다고 해도, 물 부족 이유가 기후위기 때문이라는 근거도 부족하다. 주민들에게 지천댐 건설 목적과 절차, 보상 등을 설명하는 주민설명회 자료를 살펴보면, 충남 지역 물 부족이 예상되는 이유는 기후위기가 아닌 산업단지 증가 때문이다. .

환경부가 예상하는 금강 권역 물 수요는 2030년에 현재 대비 28.2%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데, 이들이 예상한 연간 증가량 4.2억t 중 공업용수 증가가 차지하는 양이 3.6억t(전체 85%)이다. 생활용수 증가분은 0.6억t(15%)뿐이다. 

충남 지역의 상수도 중 대부분은 충남 보령시에 있는 보령댐 혹은 대전광역시와 충북 청주시에 있는 대청댐에서 가져온다. 충남이 자체로 갖고 있는 수원은 보령댐뿐이다. 충남 지역을 구분해서 보면 물 사용량은 대도시에 집중됐다. 통계청의 상수도 보급 현황에 따르면 충청남도에서 물을 가장 많이 쓰는 도시는 천안시다. 천안시는 충청남도에서 쓰는 물의  31.5%를 차지한다. 그다음으로 아산시가 18.3%를 사용한다. 반면 청양군은 1.2%에 불과하다.

과거 추진 과정을 봐도, 이번 기후대응댐 추진은 일반적인 목적의 지천댐에 단지 ‘기후대응’을 덧씌웠음을 알 수 있다. 1999년 8월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환경부에 제출한 ‘지천댐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지천댐을 개발하여 충청서부권 지역주민에게 청정하고 안정적인 용수를 공급하는데 본 사업의 목적이 있다”고 써 있다.

2012년 10월,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태흠 당시 의원은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게 “(국토부가) 2025년 정도 되면 충남 서부지역에서 1일 8만 4,000t의 물부족이 있다고 예측했다”며 “청양에 금강으로 유입되는 지천이 있다. 거기다 댐을 만들어 장기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해서 계획을 잡아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건호 사장은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이후 국토해양부가 지천댐 건설을 추진했다. 이 때가 3번째 지천댐 건설 시도였는데, 추진 목적에 홍수조절이 더해졌다. 하지만 청양군과 주민 반대로 건설은 무산됐다. 당시 이석화 청양군수는 "청양의 홍수조절 기능과 무관한 댐 건설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가짜 명분’을 거부하는 사람들

‘기후대응’이라는 이름에 근거가 없다면, 환경부의 정책은 결국 일반적인 댐 건설 정책이다. 기후대응댐은 명분을 내세우기 위한 이름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은 하천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죽이는 사업인데,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하는데 환경단체는 왜 그렇게 반대하냐는 잘못된 프레임을 짰다”며 “기후대응댐도 똑같은 논리인 것 같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프레임으로 착각할 수 있게끔 이름을 지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학과 교수

댐을 지었을 때 ‘혜택을 보는 사람’과 ‘피해를 입는 사람’이 나뉠 수 밖에 없다. 댐이 지어지면, 어떤 이는 평생 살던 집을 떠나야 하고, 때로는 댐 하류 지역이 홍수에 취약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소수의 피해’라는 이유로, 또는 ‘불가피한 피해’라는 명분으로 외면받거나 침묵을 강요하기 일쑤다. 

김명숙 지천댐반대대책위원장은 “대도시나 인근 시군 발전을 위해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로 쓰기 위해 건설하는 댐이기 때문에 지역의 자원은 정부에 무상으로 빼앗긴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이 평생 떠안게 되기 때문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천댐 건설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을 사람들은 ‘산업단지 지원을 위해 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희생시키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 ‘댐 주변지역 정비사업’을 내세우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는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A지자체는 지원사업 명목으로 돈을 받아 면장실 소파를 구매하고, B지자체는 마을회관 부지를 산다고 1억 2,593만 원을 받았으나, 다른 사업 추진을 위해 땅을 구매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피해를 입은 댐 주변 주민들에게 혜택이 잘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5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실제 댐 주변지역의 각 지자체가 받는 지원금은 변변치 않은 실정”이라면서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에는 사업의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후대응댐에 최초 계획에 포함됐던 강원도 양구군 수입천댐은 지역 주민과 군수 양 측 모두의 반대로 무산됐다. 양구군은 화천댐과 소양강댐 때문에 경작지 감소, 지역 단절에 따른 교통·물류비 상승, 댐 주변 규제 때문에 주민들이 ‘육지 속의 섬’에서 살아왔다고 볼멘 목소리를 내는 곳이다. 강원도 양구군 주민들의 피폐하고 신산한 삶이 댐 건설 반대를 대변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