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갯벌 공사, 블루카본이 도요를 내쫓을 때

갯벌을 복원하겠다는 해양환경공단이 오히려 갯벌을 흙으로 메꾸고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방조제를 설치했다.
경기 화성시 매향리에 위치한 갯벌에 식물을 심고 방조제를 설치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환경공단이 사업 주체로, 자동차 기업 기아와 함께 추진한다. 공사비는 입찰공고 기준 24억 원이며 총 사업비는 40억 원으로 알려졌다.
‘기아 블루카본 협력사업’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해양환경공단은 갯벌 바닥에 울타리를 만들고, 흙을 부은 다음 칠면초 씨앗을 심는다. 2025년 3월 초 현재 칠면초 씨앗을 심는 단계다. 칠면초는 주로 갯벌의 건조한 부분에 사는 붉은 색 식물로, 소금기가 있는 흙에서 자란다. 해양환경공단은 앞서 해당 구역에 칠면초를 심은 적이 있으나 바닷물이 많이 유입돼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연석 재질의 방조제까지 설치해 바닷물이 덜 유입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공사 전, 이 지역은 멀쩡한 갯벌이었다. 매년 도요와 물떼새가 찾아와 먹이원과 쉬는 장소로 활용하던 곳이다. 아직 봄이 되지 않은 3월 초 기준이지만, 현재 도요와 물떼새가 칠면초를 심는 구간 바깥에서 무리지어 있었다. 도요와 물떼새는 갯벌 흙에 부리를 넣어 작은 곤충, 갑각류 등을 먹는다. 해수면이 낮아진 간조 때는 면적이 넓어진 갯벌에서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만조 때는 끝 부분에서 휴식을 취한다. 칠면초를 심는 매향리의 해당 구역은 겨울과 봄철 새들이 쉬는 공간이다.
칠면초가 잘 자라면 도요와 물떼새가 이곳을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한국에서 조류를 연구하는 새와생명의터 나일 무어스 대표는 화성호 인근을 국제적으로 중요한 조류 서식지로 본다. 그는 지난달 28일 화성시민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매향리 갯벌 블루카본 사업에 대해 “거의 모든 도요·물떼새는 만조 시 하늘을 볼 수 있는 개방적인 시야가 필요해, 밀집된 식생이 있는 지역을 기피한다”며 “현재 건설 중인 방조제와 식생매트 구조물은 조류 휴식지에 ‘사각지대’를 다수 생성할 것이며, 그 결과 이 지역을 더 이상 휴식지로 이용할 수 없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해양수산부는 2021년 7월 해당 구역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에서는 건축물이나 인공구조물 신축과 증축을 할 수 없고, 습지 수위 및 수량량 증감을 유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인위적으로 동식물을 들여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방조제를 설치해 갯벌로 유입되는 바닷물을 줄여 칠면초를 자라게 한다는 계획은 스스로 규제한 세 가지 금지 항목과 배치된다.
매향리 갯벌 입구에 해양수산부가 습지보호구역임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 표지판을 보면 ‘국제적 철새 희귀종 및 다양한 바닷새의 서식지와 경유지로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서해 갯벌에 자주 찾아오는 철새는 매향리 갯벌 이외에도 해안 공사로 인해 살 곳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왜 멀쩡한 갯벌에 공사를 벌이는 걸까. 해양수산부는 지금의 갯벌을 ‘염습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갯벌은 바닷가 근처에서 썰물과 밀물에 따라 바닷물이 드나들고, 썰물 때 바닥이 드러나는 지형을 의미한다. 더 자세하게 분류하면 갯벌 중에서도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은 비식생갯벌, 바닷물이 덜 들어와 건조한 탓에 식물이 자라는 곳을 염습지라고 한다. 기아 블루카본 사업은 24억 원을 들여 비식생갯벌을 염습지로 바꾸는 것이다.

비식생갯벌을 염습지로 전환하면 수치로는 반영되지만, 실제로는 절반의 효과만 가진다. 해양수산부가 발간한 연구 보고서 ‘국내 블루카본 정보 시스템 구축 및 평가관리 기술 개발’에 따르면 비식생갯벌은 1㎢ 당 연간 약 198t, 염습지는 약 334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국제기구인 IPCC는 해안 지형 중 염습지와 잘피림(바다에서 자라는 해초인 잘피가 이룬 숲), 맹그로브 숲(바닷가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라는 나무가 이룬 숲이며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음)만 공식적인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한다. 비식생갯벌은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탄소흡수원이란 토양이나 식물 등이 공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머물러 있게 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다만 수치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비식생갯벌이 염습지로 변했을 때 철새가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특성까지 따지면 비식생갯벌의 가치는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갯벌이 이산화탄소 감축에 도움이 되려면 국제사회에서 비식생갯벌을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목소리다.
김종성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2023년 12월 18일 아시아연구소 아시아브리프에서 “우리나라 염습지는 일제 강점기 이후 간척과 매립으로 대부분 사라졌고, 현재 남아있는 면적이 전체 갯벌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탄소감축원으로서의 큰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비식생갯벌은 흡수계수가 맹그로브나 염습지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나, 면적은 2450㎢에 달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경우 탄소감축량도 크게 증가하게 된다. 즉 비식생갯벌의 블루카본 국제 인증이 더 중요해졌다”고 같은 글에서 밝혔다.
김종성 교수를 비롯한 각계 연구진이 국내 비식생갯벌의 실질 탄소 흡수량을 조사한 ‘한국 전 연안 퇴적물내 유기탄소 저장량 및 유기탄소 연간 침적률에 대한 최초의 국가규모 평가’에 따르면 비식생갯벌이 흡수하는 탄소는 연간 4800만t에 달한다. 2022년 농축수산 분야 전체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4830만t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많은 흡수량이다.
해양수산부가 매향리 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당시를 보더라도, 염생식물이 자라는 공간은 지금 칠면초를 심는 곳과 달리 육지에 가까운 좁은 구역이다.
환경단체는 최근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해양환경공단은 공사를 일단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이미 방조제까지 설치돼 공사는 거의 완성 단계다.
문제는 멀쩡한 비식생갯벌을 염습지로 바꾼 해양환경공단이 이런 사업을 매향리에서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해양환경공단은 2030년까지 염습지 105㎢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이번 기아 블루카본 협력사업에는 사람이 이용하는 데크와 같은 시설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해양환경공단 계획에 따르면 이후 사업에서는 ‘공원 조성’처럼 변질될 우려가 있다.
해양환경공단은 2023년 5월 ‘연안습지(갯벌) 복원 전략’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해양환경공단의 갯벌복원 사업 유형은 해수소통형, 갯벌재생형, 기능개선형, 경관개선형, 기수역복원형 5가지로 구분된다. 복원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5가지 유형 모두 구조물 설치, 화장실 등 편의시설, 갯벌 접근용 계단 등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심지어 오토캠핑장, 주차장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기존 갯벌에 칠면초와 같은 염생식물을 심는 사업인 경관개선형은 오히려 갯벌 복원보다 ‘공원 조성’에 더 가깝다. 경관개선형 목적 자체가 ‘관광지로써 기능이 필요한 지역 복원’이기 때문이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