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벚나무, 원전 사고 10년 지났지만 정상 꽃가루 아직 못 만든다

일본 후쿠시마 지역 벚나무에서 덜 자란 꽃가루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원전 사고 때 퍼진 방사성 물질의 영향이 10년이 넘도록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국립환경연구소(NIES) 나카지마 노부요시 연구진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간 후쿠시마현 나미에정(정은 행정구역 단위로 한국 읍과 면에 해당) 쓰시마 지역의 왕벚나무 꽃가루를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Asian Journal of Atmospheric Environment'에 올해 6월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서 조사한 방사선량의 범위는 '저선량', 단어 자체는 낮은 수준의 방사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결코 낮지 않은 수치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권고하는 사람의 연간 피폭 한도는 1mSv(밀리시버트)인데, 저선량은 연간 약 50-300mSv를 의미한다. 실제 조사 지역 벚나무들은 연간 4.4-70 mSv 방사선량에 노출됐다. 연구진이 조사한 지역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북서쪽으로 약 30km 떨어져 있다.

덜 익은 꽃가루, 최대 60% 더 많아

연구진은 매년 벚꽃이 피기 직전 꽃봉오리를 채취해 꽃가루 상태를 관찰했다. 꽃가루는 꽃밥 안에서 세포분열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미성숙 꽃가루'가 된다. 미성숙 꽃가루는 수정 능력이 떨어져 열매를 맺기 어렵다.

연구진은 방사선 영향을 받는 지역 내에서 방사선량이 높으면서 왕벚나무(벚나무의 일종)가 있는 장소를 조사 지점으로 골랐다. 나미에정에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3곳이 선정됐고, 사고 지점에서 170km 떨어져 방사선 영향이 거의 없는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의 국립환경연구소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 후쿠시마 지역 벚나무의 미성숙 꽃가루 비율은 방사선 영향이 없는 대조군(국립환경연구소)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2014년에는 미성숙 꽃가루가 정상 지역보다 30-60% 더 많이 발생했다. 이후 방사선량이 줄어들면서 그 차이도 감소했지만, 2021년까지도 15-35% 수준의 차이가 계속됐다.

특히 세 조사 지점 가운데 나미에고등학교 쓰시마분교 인근이 가장 심각했다. 이곳은 다른 두 지점(쓰시마초등학교, 쓰시마중학교)과 불과 수백 미터 거리지만, 산등성이 반대편에 위치해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이 더 많이 쌓인 것으로 분석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선이 영향을 미친 구간을 표시한 지도와 꽃가루가 미성숙 현상을 보인 사례를 담은 자료 사진 일본 국립환경연구소

연구진은 왜 꽃가루를 조사했을까

연구진이 꽃가루에 주목한 데는 이유가 있다. 꽃가루는 방사선 영향을 민감하게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꽃가루를 만드는 세포가 손상되면 다른 세포가 이를 대신할 수 없다. 또한 꽃가루는 일반 세포와 달리 염색체가 절반만 있어서,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그 영향이 바로 드러난다. 알을 품은 난자와 달리 수천 개를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어 통계적 분석에도 유리하다.

연구 대상으로 왕벚나무를 선택한 것도 중요하다. 왕벚나무는 전부 한 그루에서 나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나무마다 다른 유전적 차이를 배제하고 오직 환경 요인, 즉 방사선의 영향만을 비교할 수 있다.

"다른 식물, 생태계 전체에도 영향 우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벚나무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논문에서 연구진은 "후쿠시마 지역에서 미성숙 꽃가루 비율 증가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은 다른 다년생 식물의 꽃가루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생식 성장에 대한 영향은 해당 지역 생물다양성에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벚나무처럼 오래 사는 나무들이 해마다 건강한 꽃가루를 만들지 못하면 씨앗과 열매 생산이 줄어든다. 이는 결국 숲 전체의 세대 교체와 생태계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조사 지점이었던 3곳 학교가 있던 지역은 2023년 3월 31일부터 출입이 가능해진 상태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방사성 물질 제거가 완료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한계도 인정했다. 8년 간 6회라는 조사 기간은 기상 조건 등 다른 변수의 영향을 완전히 분리하기에는 짧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방사선 영향이 없는 쓰쿠바 지역에서도 미성숙 꽃가루 비율이 해마다 달랐는데, 이는 습도 등 날씨 요인 때문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함의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