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2년, 한국 바다에 아직 영향 안나타나...2026년이 중요

2023년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은 시점, 아직 한국 바다에는 영향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방사성 물질이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데 2~3년이 걸릴 수 있어, 2026년에도 감시가 필요할 전망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김인태 박사 연구진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직후인 2024년 3월과 6월 동해와 남해 연안 13개 지점에서 바닷물을 채취해 방사성 세슘(Cs-137) 농도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이를 분석한 논문 '2024년 동해와 남해 연안역 해수 중 세슘-137 분포'를 올해 12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발행하는 학술지’Ocean and Polar Research’에 발표할 예정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유출됐다. 사고 이후에도 원전 내부로 흘러든 물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가 됐다. 일본은 이를 보관해오다 저장 용량이 한계에 다다르자, 2023년 8월부터 일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뒤 바닷물에 희석해 방류하기 시작했다. 다만 세슘과 삼중수소 같은 일부 물질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이번 연구는 한국 바다의 세슘 농도를 추적했다.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방류 7-10개월 후 측정…수치는 정상

방사성 세슘은 바닷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한번 바다에 들어가면 해류를 따라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1950-60년대 대기권 핵실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방출된 세슘이 현재도 전 세계 바다에 미량 존재하고 있다.

바다로 유입된 방사성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세 가지 방식으로 농도가 낮아진다. 바닷물에 섞여 희석되고, 해류를 타고 넓게 확산되며, 약 30년의 반감기를 거치며 자연적으로 붕괴된다. 다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해양 순환에 따라 수십 년간 바다에 머물며 이동한다.

연구진이 2024년 한국 바다에서 방사성 세슘 농도를 측정한 결과, 동해 바다의 방사성 세슘 농도는 평균 1.19mBq/kg(밀리베크렐/킬로그램,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5년(2017-2021년) 평균 1.62mBq/kg보다 낮은 수치다.

남해도 평균 1.54mBq/kg의 범위로 나타났다. 과거 5년 평균 1.50mBq/kg과 비슷한 수준이다. 남해는 동해보다 다소 높은 방사성 세슘 농도가 나왔다. 다만 이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영향이 아니라 육지나 해저에 쌓여 있던 방사성 세슘이 다시 바다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에 따르면 이런 수치는 같은 기간은 아니지만 2021년 기준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대양의 전체 관측치(0.30-2.60mBq/kg) 안에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2024년 방사성 세슘 조사 지점을 나타낸 지도 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2011년 사고 때는 3년 뒤 영향 나타나

현재 한국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을 통해 1994년부터 동해·남해·서해에서 연 2회 이상 정기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조사 범위와 횟수를 확대 운영 중이다. 국무조정실은 2023년 6월부터 해당 조사를 바탕으로 현황을 보고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도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한국 바다의 세슘 농도 증가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바다에서 세슘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위협이나 영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방사성 물질이 해류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세슘이 한국 동해에 영향을 미친 건 3년 뒤인 2014년부터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당시 방출된 세슘은 일본 동쪽 태평양 바다를 한 바퀴 돌며 수심 200-500m 중간층에 머물다가, 일본 남쪽을 지나는 따뜻한 해류를 타고 부산과 일본 사이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들어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출된 방사성 세슘이 동아시아 해역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사고 1-2년 후인 2012년부터였고, 한국 동해에서 농도 증가가 본격적으로 관측된 것은 2014-2016년이었다. 이번 2023년 오염수 방류도 비슷한 시간이 소요될 경우 2026년경부터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현장에 방문한 IAEA(국제원자력기구) 관계자 사진 IAEA

"향후 5년 이상 지켜봐야"

연구진은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파악하려면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장기 모니터링을 통해, 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인 해양 방사능 감시 및 해양 환경 영향 평가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승인한 IAEA(국제원자력기구) 또한 과거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해역에서 중장기적 해양 방사능 오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