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풍선 조각 3개만 먹어도, 바닷새 절반 죽는다
아주 적은 수의 플라스틱 쓰레기도 해양동물의 생사를 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바닷새는 플라스틱 11개, 해양 포유류는 12개, 바다거북은 118개를 섭취하면 50% 확률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바닷새의 경우 고무처럼 질긴 재질의 플라스틱 쓰레기 단 3개만 섭취해도 절반이 죽었다.

해양동물 1만여 마리 부검 통한 대규모 분석
미국 해양보존협회(Ocean Conservancy) 에린 머피 박사 팀과 캐나다 토론토대학,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총 1만 412마리(바닷새 1,537마리, 해양 포유류 7,569마리, 바다거북 1,306마리)의 부검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연구는 1900년부터 2023년까지 발표된 57개 연구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죽은 상태로 육지로 떠밀려 온 해양생물에 대해 보유한 데이터에 기반했다.
이는 해양에 퍼진 플라스틱 오염의 치명적 영향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다. 단 연구진은 천연 재질의 고무도 플라스틱 오염의 일종으로 포함시켜 분석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생물의 사망 원인은 주로 위장이 막히는 현상(위장관 폐색), 구멍(천공), 비틀림(염전) 등 신체의 급성 손상이었다.
생물 종류별로 어떤 플라스틱이 치명적일까
바닷새: 고무가 가장 위험
바닷새의 경우 고무처럼 질기고 부드러운 재질이 특히 치명적이었다. 풍선 같은 신축성 재질은 위장관 내부 공간에 맞춰 변형되면서 소화관 연결 부위를 완전히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완두콩보다 작은 신축성 재질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단 3개만 섭취해도 바닷새의 절반이 죽을 위험에 처했고, 6개를 섭취하면 90%가 사망할 확률을 보였다.
다른 플라스틱도 위협적인 건 마찬가지였다.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을 합쳐서 분석했을 때 11개 섭취 시 바닷새 절반이, 23개 섭취 시 90%가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포유류: 어업 쓰레기가 치명적
해양 포유류의 경우 단 한 개의 긴 줄만 삼켜도 장폐색이나 꼬임으로 사망할 수 있다. 동물 몸길이의 약 3배에 해당하는 길이를 섭취하면 절반이 죽을 위험이 있었고, 9배 길이면 90% 사망 확률에 달했다. 예를 들어 100cm 돌고래가 약 3m 낚싯줄 하나만 삼켜도 50% 확률로 죽는다는 의미다.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을 합쳐서 분석했을 때는 해양 포유류가 12개 섭취 시 절반이, 29개 섭취 시 90%가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거북: 어린 개체가 유독 취약
바다거북은 어린 개체가 특히 취약했다. 성체보다 위장관이 좁아 적은 양의 플라스틱으로도 쉽게 막히기 때문이다. 성체와 어린 개체를 모두 포함한 바다거북은 118개의 플라스틱을 섭취했을 때 50%가, 405개를 섭취했을 때 90%가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등껍데기 길이 35cm 미만의 어린 개체들은 105개 섭취 시 이미 절반이 사망 위험에 처했고, 377개면 90% 확률로 사망에 이르렀다.
바닷새:
• 평균 조각 크기: 0.046 cm³
• 대부분 1 cm³ 미만
해양 포유류:
• 평균 조각 크기: 164.85 cm³
• 많은 개체가 10 cm³ 이상 섭취
• 대형 포유류일수록 큰 조각 섭취
바다거북:
• 평균 조각 크기: 0.22 cm³
• 절반 이상이 1 cm³ 미만
• 대부분 10 cm³ 미만

실제 사망률은 더 높을 가능성
연구진은 "만성적 영향이나 먹이 희석으로 인한 아사 등은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 사망률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곧바로 죽은 사례만 반영했는데도 높은 사망률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한편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먹는 동물은 바다거북이었고 47.3%로 나타났다. 이어 바닷새 35.4%, 해양 포유류 11.9% 순이었다. 플라스틱이 직접적 사망 원인이 된 비율은 바다거북 4.4%, 바닷새 1.6%, 해양 포유류 0.7%로 나타났다.
정책 수립 위한 구체적 기준 제시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플라스틱 규제는 ‘줄이자’는 구호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얼마나 줄여야 생태계가 안전한가’에 대한 과학적 기준선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단순히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 도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과 종류가 해양생물에게 더 위협적인지 밝혀냈다. 이들은 "이번 연구결과는 해변 정화 활동이나 풍선 날리기 금지, 비닐봉지 사용 규제와 같은 개입이 생태계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 통찰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동일한 방식을 적하면 각 지역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생물 사망 위험을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1월 17일자에 게재됐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