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심해지면 식중독 증가, 한국 2092년 2.5배 전망

기후위기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인해 식중독 발생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최악의 기후 시나리오에서는 70년 뒤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이 현재보다 2.5배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 산하 소비자안전센터 연구진이 최근 내놓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주요 식중독균의 발생 예측 분석' 논문의 결론이다.

기온 1℃ 상승하면 대장균 식중독 6% 증가

연구진은 2003년부터 2022년까지 20년 간의 기상청 기후 자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 통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병원성 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은 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살모넬라의 경우 4%, 캠필로박터 제주니는 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장균, 살모넬라, 캠필로박터 제주니는 국내에서 식중독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식중독균들이다.

이는 연구진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공통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를 적용해 2100년까지의 연간 식중독 발생을 예측한 결과다. 공통사회경제경로란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 적당히 대처한 중간 시나리오(SSP2-4.5), 현재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늘어나는 고탄소 시나리오(SSP5-8.5)를 가정해 사회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하는 체계다.

연구진은 특히 대장균으로 인해 식중독이 발생하는 건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식중독은 여러 명이 걸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본 연구에서는 환자 수를 예측하지 않았으나 건수는 적더라도 환자는 훨씬 많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기준 국내 식중독은 265건 발생했고, 환자는 7,624명이었다.

고탄소 시나리오(SSP5-8.5)에서는 2092년 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이 1년에 67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26건)의 2.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살모넬라 식중독도 33건으로 현재(24건)보다 38% 증가할 전망이다. 고탄소 시나리오는 2100년까지 평균 기온이 6.3℃ 증가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살모넬라균은 기온 상승 시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 주요 식중독균이다 사진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반면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노로바이러스는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발생 건수가 3% 감소하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지구온난화로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 낮은 온도에서 활발한 노로바이러스가 살아남거나 퍼지기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생굴은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자주 발생시키는 식품이다

탄소 배출 감축하면 식중독 증가 억제 가능

다행히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와 중간 시나리오(SSP2-4.5)에서는 대장균과 살모넬라로 인한 식중독이 현재와 유사하거나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이 세균성 식중독 증가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은 모든 시나리오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092년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발생 건수가 19건으로 현재(46건)보다 58% 이상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식중독은 유해 미생물이나 유독 물질에 오염된 식품 섭취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국내에서 연간 약 1조 8,532억 원의 사회·경제적 손실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탄소중립과 같은 기후위기 완화 노력이 국민 보건 및 식품 안전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세균성 식중독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며 "원인균별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예방 및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가 미래 식중독 발생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예측한 국내 첫 연구로, 식품 안전 정책 수립과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과학적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 결과는 한국식품위생안전성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임병선 기자 bs@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