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규모 CCUS, 10년 넘게 ‘실적 제로'

수조원 규모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이 10년 넘도록 실적이 전무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투자 규모를 2조 원에서 4조 원으로 두 배 늘렸지만, 취재 결과 이 막대한 예산 확대가 과학적 실증 근거도 없이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장관조차 국회 등 공식 석상에서 "CCUS 분야 실적이 제로"임을 인정했지만 정부 관계자는 "11월 초 새롭게 수립하는 '2035 NDC'에도 CCUS 감축량 포함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증없이 CCUS 감축량 상향

CCUS는 산업 현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CCS) 또는 활용(CCU)하는 기술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 당시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810만 톤 늘린 대신 CCUS 목표를 1,030만 톤에서 1,120만 톤(90만 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동시에 투자 규모는 기존 2조 원에서 4조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살아지구는 정부에 목표 상향 근거를 서면으로 물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연간 80만 톤 CCS 잠재량과 연간 10만 톤 CCUS 실증경과"를 상향 근거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 추가로 질문하자 "문서로 남아있지 않아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하다"며 근거의 취약함을 인정했다.

CCS 줄줄이 실패…동해는 철회, 서해는 좌초

살아지구는 국내 첫 CCUS 정책인 ‘KOREA CCS 2020 프로젝트’부터 현재 진행중인 ‘CCS 동해가스전 활용’ 사업까지 살펴봤다.

플랜1.5가 올해 4월 발간한 CCS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CCS 기초연구(R&D) 가운데 2030 NDC에 직접 기여 가능한 과제는 ①동해가스전 활용과 ②서해 대륙붕 탐사시추 두 개뿐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업 모두 산업통상부가 중단했다.

①사업명 :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CS 통합실증 모델 개발
②사업명 : 대심도 해양 탐사시추를 통한 대규모 CO₂ 지중저장소 확보

서해 대륙붕 탐사시추는 2023년 5월 탐사시추 플랫폼 설치 과정에서 기기 손상으로 인한 안전 사고가 발생하며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이 과제 실패는 동해가스전이 CCS 저장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부지임을 뜻한다. 그러나 동해가스전 활용 역시 산업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철회한 상태다.

이미지='동해가스전 활용 CCS 실증사업' 조감도(한국석유공사)

동해가스전 사업은 그동안 천연가스를 꺼냈던 동해가스전 자리에 탄소를 다시 매장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2021년부터 40만 톤을 기준으로 R&D를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돌연 120만 톤으로 3배 상향했다. 산업계 NDC 감축량을 810만 톤 줄여주면서 이를 상쇄할 대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살​지구가 김원이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급하게 예타 기초설계를 수정한 것으로 나온다.

"탄중위에서 CCS (NCD 목표)상향 조정하였습니다. 상향된 목표치는 우리(석유공사)가 주축이 되지 않으면 실행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당초 40만 톤으로 예타를 준비하다가 120만 톤이 가능한지 엔지니어링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그로 인해 일정이 조금 늦어졌으나, 지금은 120만 톤을 기준으로 예타 준비를 위한 기초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 2023년 10월 30일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

'실제 감축이 가능하겠냐'는 이사진의 질문에 당시 탐사생산본부장은 "120만톤까지는 실증을 거쳐 확대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당장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2024년 초 120만 톤 기준으로 예타 대상으로 선정됐다. 당시 탐사생산본부장은 현재 퇴직 한 상태였다.

2조 투자해 30년 저장고를 7년 단축

문제는 연간 120만 톤 상향이 전체 저장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저장 기간을 단축하는 구상이라는 점이다.

자료=플랜1.5가 올해 4월 발간한 '2030 CCS 감축 목표 달성 가능성 평가'

동해가스전 R&D 보고서는 복수 저류층에 4개 주입정을 동시 활용할 경우 최대 1149만톤 저장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저류층이란 이산화탄소(CO2)를 담을 수 있는 지하의 다공성 암석 지층을 말한다. 4개의 파이프를 여러 저류층에 동시 사용하면 연간 100만 톤 CO2 주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40만 톤 기준 30년에서 7년으로 활용기간을 단축된 것에 불과하다. 

플랜1.5는 평가보고서에서 "동해가스전의 연간 주입량을 40만톤이 아닌 120만톤으로 확대할 경우 (처리 단가가 톤당 85달러 이상이라)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고 했다.

이 사업은 연간 주입량을 3배 확대하면서 기존 9,500억 원에서 2조 9,529억 원으로 사업 규모가 늘어났으며 산업부는 지난 8월 경제성 재검토를 이유로 예타를 철회했다. 2030 NDC CCS 감축 목표 달성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예타 지연 등을 감안해서 2035 NDC는 CCUS 정적 목표를 현실화 할 방침"이라면서 "다른 모든 수단과 경제성을 비교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박소희 기자 ya9ball@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