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상어 복원을 꿈꾸며

한국의 상어 복원을 꿈꾸며

편집자 주 - 살아지구의 구구구 프로젝트는 ‘연구가 지구를 구한다’의 줄임말입니다. 연구가 지구를 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살아지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모든 생명이 살기 더 나은 세상’은 지금의 제도만 잘 지키거나, 인간과 지구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습니다. 새롭게 발견한 학문적 사실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때 비로소 ‘모든 생명이 살기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살아지구는 연구자와 기자 협력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학문이 추구하는 정밀성과 언론이 추구하는 대중성을 결합하기 위해서입니다. 살아지구는 구구구 프로젝트로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고 학문 영역에서 다뤄지던 ‘지구를 구하는 데 필요한 소식’을 알기 쉽게 전합니다.

프로젝트 일환으로 박다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원 수생생물의학연구실 연구원이 해양 보전 관련, 특히 상어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상어는 바다 생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생물입니다. 

제주도에서 해양 연구자들은 연구를 위해 다양한 해양생물을 부검한다. 부검 대상 중에 여러 종류의 상어가 있다. 어민이 물고기를 잡다가 의도치 않게 상어가 잡히면 물고기를 경매하는 어판장에 가져오고, 연구자는 그걸 모아 부검하는 곳으로 가져온다. 쉽게 접하기 힘든 칠성상어, 환도상어, 전자리상어, 청상아리, 백상아리 등이 제주 바다에 살고 있다는 걸 아이러니하지만 죽은 상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잡힌 상어 중 일부만 어판장으로 들어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바다에는 더 많은 종류의 상어가 살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보통 상어를 큰 덩치와 큰 입으로 다른 바다 생물을 잡아먹는 이미지로 떠올린다. 백상아리와 청상아리가 이런 상어다. 이는 수많은 상어 중 2개 종일 뿐, 전 세계 바다에 530종 정도의 상어가 있다.

나는 연구자로 상어를 연구한다. 해양 생태에 관심이 있고, 바다를 보전하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고래, 바다거북에 비해 상어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오히려 해롭다고 여기기도 하는 종이 상어다. ‘그럼 이들은 누가 지키는가, 내가 이들을 지키는 데 기여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실질적으로도 상어를 지키는 일이 바다 전체를 지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상어는 바다 최상위 포식자고,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에 중요한 요소다. 먹고 먹히며 생명이 순환하는 바다 먹이사슬 속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생태계는 거기에 참여하는 생물들이 맞추는 미묘한 자연의 균형이다.

‘다시, 상어’를 꿈꾸며

상어 연구자로서 궁극적인 목표는 상어가 특정 구역에서라도 보호를 받으며 자연 상태처럼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한국 바다에서 하고 싶은 일이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실현됐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비해 개발도상국에 더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프로젝트가 이뤄지고 있어 놀랍다. 프로젝트 이름은 ‘리샤크 프로젝트(Reshark Project)’다.

리샤크 프로젝트는 지금 얼룩말상어(Zebra Shark, 영문 명칭의 단순 번역이며 국내 정식 명칭 없음) 복원에 주력한다. 어릴 때 몸에 얼룩말 같은 무늬를 지녀 얼룩말상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종은 2016년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인도네시아 특정 지역에서는 이미 멸종했다고도 알려졌다. 리샤크 프로젝트는 라자 암팟이라는 섬 지역에 해양보호구역을 만들어, 이곳을 얼룩말상어가 다시 자리잡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얼룩말상어 성체 사진 Mark Erdmann - ReShark

이 복원은 단지 얼룩말상어를 수족관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얼룩말상어가 잘 살 수 있는 바다를 만드는 게 이 프로젝트가 말하는 ‘복원’이다. 이 프로젝트는 특정 바다에서 어업을 금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어민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상어가 이들의 그물에 걸려 희생되기 때문이다.

리샤크 프로젝트 다음 단계는 상어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상어는 자연스럽게 놔두면 번식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인공 부화시켜 미리 만들어둔 보금자리로 돌려보낸다.

리샤크 프로젝트 외에도 인도네시아 각 지역에는 인근 바다에 사는 특정 상어를 보호하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 지역에 사는 상어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목적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알로르 섬에서는 꼬리가 매우 긴 환도상어를 다루는 NGO가 이 상어를 보전하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상어에 위치 추적 칩을 심어 어떻게 사는지를 연구하거나, 어업 활동으로 환도상어가 얼마나 잡혀 올라오는지 추적하고, 어민을 대상으로 그 지역 상어에 대해 교육도 한다. 

한국에서의 상어 연구

인도네시아에서 리샤크 프로젝트가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진 이유 중 하나는 복원 대상인 얼룩말상어가 통상적인 상어 이미지와 달리 온화하기 때문이다. 얼룩말상어는 주로 조개와 같은 패류나, 작은 게 등 갑각류, 작은 물고기를 먹이로 삼고 성질이 온화하다.

한국에도 얼룩말상어와 비슷하게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면서 온순한 성격의 상어가 있다. 별상어다. 마치 등에 별이 흩뿌려진 것처럼 하얀 반점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별상어는 다 커도 2m 정도이고 주로 바다 바닥에서 갑각류를 먹고 산다. 별상어는 의도치 않게 어민의 그물에 걸려 바다 위로 끌어올려져 죽음을 맞이한다. 이 경우 일부는 횟감으로 소비되고 나머지는 버려진다.

별상어는 한국 서해, 일본 전역, 남중국해와 대만에서 발견됐다. 대만에서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보고가 있고, 일본에서도 감소 중이라는 보고가 있다. 별상어의 멸종위기 등급은 IUCN 적색목록 등급 중 2번째로 위험한 상태인 위기(EN, Endangered)인데, 한국에서는 보전하려는 의지도 연구도 전무한 상태다.

별상어 사진 -flickr

상어 보전을 활발하게 하는 국가도 있다. 마셜제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가 대표적이다. 

마셜제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상어 보호 구역이 있다. 200만㎢에 달하는데, 한국 영토 20배 면적이다. 해양 생태계가 관광 자원이기도 한 마셜제도는 2011년에 상어 보호 법안을 통과시켜 상어 유통을 금지하고, 상어 보호 구역을 지정해 해당 구역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상어를 잡지 못하게 했다. 올해 1월 말에 보호구역을 추가로 지정했는데, 이곳은 상어를 잡는 것뿐 아니라 모든 어업 활동이 금지된다. 프랑스 자치령인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도 상어 보호구역이 있다. 폴리네시아는 2006년 약 550만㎢ 규모 바다를 상어 보호 구역으로 지정했다. 보호구역 내에서 상어와 가오리를 잡으면 불법이다.

한국은 상어를 보호하기 이전에 준비할 일이 많다. 먼저 한국 바다에 어떤 상어가 어디에 왜 사는가를 자세하게 알아내는 일, 그리고 자연 상태로는 번식이 어려운 상어가 빠르게 번식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특정 종류의 상어가 왜 그곳에서 사는지를 알아내면, 상어 생태를 파악할 수 있고, 바다의 어떤 부분을 보전해야 하는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연구자로서 이와 함께 인공 번식으로 상어를 도울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작성 박다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원 수생생물의학연구실 연구원
편집 임병선 살아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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