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공백 '발전소 온배수'...이재명 대통령 "점검 필요"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온배수 속 배출물질 규제 공백과 관련해 점검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발전소 온배수 문제와 관련, "배출 온도와 배출 물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값싸고 효율적인 전력 생산을 위해 해수를 냉각수로 사용하고, 설비 보호를 위해 염소계 화학물질을 투입하는 발전소 운영 방식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전소 냉각수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배출 기준이 없어 어민 피해가 계속된다”는 살아지구 기자의 질문에 "한번 점검해 보겠다"고 말했다. 온배수로 인한 어민 피해와 생태계 변화를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살아지구는 인천 옹진군 섬 일대에서 수년간 지속되어 온 굴 집단 폐사 현상이 발전소 온배수 속 '숨겨진 화학물질' 때문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발전소 배출 물질 추적] ② 굴을 녹이는 건 '온도'가 아니었다)

발전소 온배수란 전기 생산 단계에서 뜨거워진 설비를 식히기 위해 사용된 바닷물을 말한다. 냉각수로 사용된 바닷물에는 살균을 위해 투입된 염소계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따개비와 같은 해양 생물의 부착을 막기 위해 락스 원료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저농도로 연속 주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봉도 북쪽에 있는 한 해변에서 측정한 총염소 수치. 해당 측정은 바닷물을 실험용 필터로 여과한 이후 이뤄졌고,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했다. 이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총염소 측정 시 연구자가 적용하는 방식이다.

실제 살아지구 취재 결과 옹진군 승봉도 해수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기준치인 13ppb를 5배가량 초과하는 64ppb가 검출됐다. 총염소는 자연 상태의 바다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 

이 염소계 소독제는 생물의 조직을 파괴하고 유전 정보를 손상시키며, 특히 어린 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봉도 인근에는 영흥화력발전소와 당진화력발전소가 있다. 두곳에서 배출하는 온배수 총량은 모두 69억 톤으로 연간 2346톤에 달하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가정용 락스 약 2900만 병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굴 껍데기까지 녹아 없어지는 현상은 단순한 수온 변화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지만 온배수 피해 평가는 '열'에 의한 수온 변화에 한정해 이뤄졌다. 

정부도 의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7년 전인 2008년 노무현 정부에서 '갈등 조정', '신뢰 구축', '상호 부조'라는 세 가지 기본 개념 아래 온배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지만, 이해관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했다. 

이후 관련 논의는 구체적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온배수 영향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나 연구 자료는 지금까지 부재한 실정이다. 또한 현행 '물환경보전법'상 온배수는 폐수로 규정돼 있지 않아 유해 물질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법적 공백이 문제의 핵심임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규제가 없다 보니까 어민들 피해가 있고, 그러니까 생태계가 바뀐 거겠죠. 근본적으로 배출 온도와 배출 물질 규제는 좀 필요할 것 같다”며 점검을 약속했다. 

박소희 기자 ya9ball@disappearth.org 메일 보내기